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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선아 Jan 19. 2021

육아는 낭만이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결혼‘은’ 찬성이다. 결혼 생활은 서로 노력해야 하고 싸울 일도 있지만, 그만큼 재밌는 일도 많고, 나름 낭만적이다.      


결혼 8년 차인 나에게 아직도 결혼 생활은 낭만이 있다. 현실이 어떠하든 누구에게나 낭만은 있다. 나의 낭만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산책, 여행, 쇼핑, 맛있는 것 먹기 등 일상의 작은 일을 함께하며 낭만을 만든다. 또한 내 편이 생긴다는 건 생각보다 굉장한 일이다. 모든 일에 무조건 내 편이 되어 준다. 언제나 내가 하는 일을 응원하고 나를 바라봐 주는 일은 힘이 된다. 때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옳고 그름을 따져, 함께 욕해주지 않아 섭섭하기도 하지만 그조차도 내 편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불안한 내일이 조금은 덜 불안해진다. 불안한 내일일지라도 불안정한 나일지라도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육아는 다르다. 낭만적 육아는 없다.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육아 프로그램이나 인스타그램에 예쁜 커플 옷을 입고 찍은 예쁜 사진들은 육아의 낭만성을 조장한다. 프레임 뒤의 가려진 모습을 봐야 한다. 특히나 육아는 루틴이다. 하루하루가 반복이다. 아기는 먹고 놀고 자고 싸고 운다. 이를 몇 시간 단위로 반복한다. 매일이 이벤트처럼 아기는 커 가지만 엄마의 자존감은 작아질 수 있다.     


결혼은 해도 아기를 낳는 건 반드시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아기를 키울 경제적 능력은 되는가도 중요하다. “아이는 낳으면 다 알아서 큰다.”라고 하지만 예전과 지금의 육아는 엄연히 다른게 사실이다. 요즘엔 “아이는 돈으로 큰다.”는 말이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아기가 성인이 되기까지 3억이 필요했는데 지금은 5억 이상이 든다고도 한다. 더군다나 요즘 육아는 “육아는 아이템.”이라며 소비를 끝없이 조장한다. 남들만큼은 해주고 싶은 마음이 모든 부모 마음이기도 하고, 실제로 이것저것 사서 써보면 육아가 조금은 편리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출산이 임박했을 때 신혼살림 구매 목록보다 더 많은 육아 아이템 리스트를 만들었고, 매일 온라인으로 쇼핑 목록을 찾아 사느라 정신없었다. 아기가 태어나고도 마찬가지였다. 매달 아기는 성장했고 발달에 필요한 아이템은 계속 늘었다. 어제도 난 아기가 어린이집에서 쓸 낮잠 이불을 온종일 검색하여 구매했다. 그리고 오늘은 이가 나기 시작한 아기가 쓸 칫솔과 치약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또한 협력 양육자나 보조 양육자가 있는지 무척 중요하다. 더군다나 직장을 다니거나 프리랜서 일을 한다면 일은 어떻게 할 건지도 정리해두어야 한다. 생각보다 좋은 베이비시터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 아니 하늘의 태양 따기만큼 힘들고, 어린이집이나 지자체 보육 시설을 보내려면 아기가 조금은 커야 한다. 그리고 내 시간을 포기할 수 있는지, 내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수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육아는 마라톤이나. 이삼 년 안에 끝나는 게 아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여행을 떠나고 퇴근 후 혹은 주말마다 취미생활을 하는 것을 포기할 수 없다면 고민해보자.      


이외에도 수많은 현실적 질문과 문제가 있다. 이는 여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자도 마찬가지다. 친구 G가 말했다.      


“남편이 매일 7시 전에 퇴근하고, 매주 주말 집에서 시간을 보내면 아기를 낳을 거야.”      


많은 준비를 했음에도 아기를 낳고 많은 엄마가 흔들린다. 나 역시 그랬다. 단지 ‘엄마’라는 수식어가 하나 더 붙었을 뿐인데, 이전의 나는 없고 지금의 나는 무언지 모르겠다. 가끔은 이유 없이 초라해지기도 한다. ‘생애 가장 많은 사랑을 주고받는 지금’이지만 모든 이유를 넘어서는 위로가 되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나의 육아에서 낭만을 찾는다. 어쩌면 스스로 만들어 내고 있는지 모른다. 버텨내기 위함이라 말하고 싶진 않다. 더 사랑하기 위함이라 해두자.      


나의 낭만은 바로 글쓰기다. 아기를 기록하고 아기와 함께 엄마가 되어가는 나를 쓴다. 

매일이 낭만은 아니지만, 때론 낭만적일 나의 오늘이 아기와 함께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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