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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선아 Nov 29. 2020

경쟁은 산후조리원에서부터

   

2박 3일 간의 병원 입원을 끝내고 산후조리원에 입소했다. 병원에서 운영하는 곳이기에 별다른 절차도 짐 싸기도 필요 없었다. 산후조리원을 선택하는 건 출산 병원을 선택하는 것보다 어려웠다. 적게는 250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까지 가격도 달랐다. 예약을 서두르지 않으면 입소가 어려울 거라는 충고를 여러 차례 들은 후 부랴부랴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좋은 시설보단 안전한 시스템을 택했다. 


“마지막 휴가라고 생각하고 지내다 와.”


누가 산후조리원에서의 시간이 휴가 같다고 했던가. 나는 산후조리원에 있는 시간이 방학이 되길 바랐다. 제대로 쉬어본 적이 언제였던지. 하지만 내 예측은 반나절 만에 무참히 깨졌다. 


산후조리원에서는 엄마가 되는 준비를 바쁘게 해야 했다. 기저귀 갈기, 속싸개 싸기, 목욕시키기, 수유하기 등 초보 엄마를 위한 아기 돌보기 기술을 배워야 했고, 육아 상식이나 신생아 발달과정 수업을 들어야 했으며, 미처 준비하지 못한 아기용품을 고르고 주문해야 했다. 더군다나 갑작스러운 출산으로 정리하지 못하고 온 일도 틈틈이 해야 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모성 경쟁으로 피곤했다. 그 경쟁에 끼고 싶지 않았지만 경쟁은 산후조리원에서 이미 시작되었다. 한국은 다른 사람과의 경쟁에서 이겨 일등 하고 싶어 하는 경쟁 사회 아니던가. 엄마들 간의 경쟁, 아기들 간의 경쟁이다. 자연주의 분만인지 제왕절개수술을 받았는지 자연분만인지, 모유가 적게 나오는지 많이 나오는지, 수유 콜을 밤새 받는지 몇 번 받는지, 얼마짜리 마사지를 받는지 등등. 


사실 나도 처음엔 자연분만을 해냈다는 기쁨과 성취에 차 있었다. 나도 모르게 자연분만을 시도하다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산모보다 우쭐한 기분을 가졌다. 하지만 그 우쭐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산후조리원 첫날부터 아기를 안아주지 못할 만큼 몸이 아팠다. 아기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첫 모자동실 시간, 아기와 한 시간도 채 보내지 못하고 간호사실에 전화했다.


“제가 지금 너무 몸이 안 좋아서요.”


서면 어지럽고 앉거나 누워도 편치 않았다. 눈물이 났다. 이틀간 다시 산부인과와 내과 진료를 받고 처방을 받고 휴식을 취한 후에야 아기를 안을 수 있었다. 


산후조리원에서 엄마들이 가장 경쟁하는 일은 아기 수유다. 나는 직수, 유축, 유축수유, 혼합수유 모두 처음 듣는 단어였다. 처음엔 나도 다른 엄마들처럼 열심히 수유 시간을 지키려 했다. 유축도 밤늦게까지 열심히 했다. 그러나 자연분만을 한 탓에 오래 앉아있기 힘들었고 방학까진 아니어도 휴식을 취해야했고 일하는 엄마여야하기에 모유 수유를 고집하지 않았다. 모유는 아기의 면역력을 높여 주고, 엄마와의 애착 관계를 강하게 형성 시켜 주며, 두뇌 발달을 촉진해 준다. 하지만 그렇다고 분유가 아기에게 해로운가. 오히려 적정한 영양분을 적정하게 공급해주고, 밤에 아기가 깨지 않고 자게 하며, 엄마에게 자유 시간이 주어진다. 한국 사회는 유난히 부성보다 모성을 신성시 한다. 그 모성의 시작은 모유 수유로 사회와 가족, 산업이 나서서 강요한다. 모유와 분유는 선택의 문제이다. 개인의 상황에 따라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모성은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아기를 사랑하는 마음은 경쟁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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