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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선아 Feb 09. 2021

포기하지 못하는 글쓰기

가족의 희생이 없으면 엄마가 일하기 힘든 나라다. 여성의 학력은 높아지고 경제활동은 활발해진 이 시점에 고학력 중산층 여성은 엄마가 되는 것을 포기하거나 거부한다. 한국은 돌봄은 가족의 희생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아이 돌봄은 물론 노인, 환자도 마찬가지다. 시장에서 제공하는 값비싼 서비스도 공평하게 도달하지 않는다.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어도 질 좋은 서비스를 만나기 힘들다. 그래서 아기를 낳으면 누군가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 많은 여성이 육아휴직을 할 수 없어 일을 포기하거나 육아휴직이 끝나도 직장을 포기해야 했고, 많은 여성이 자신의 딸 또는 아들을 위해 시간과 건강을 포기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여성의 노동에 경제적 가치를 포함해주지도 않는다. 보이지 않는다고 가치가 없는 것일까. 무보수 노동도 ‘일’로 봐주어야 한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육아의 시간을 휴가와 같은 시간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출산과 육아로 일을 못하는 여성은 경단녀라고 부른다.      

“쉬엄쉬엄해요. 이럴 때 쉬어야죠.”     


쉴 수 없는 육아의 시간은 산후조리원에서 이미 시작되었다. 더군다나 나에겐 육아휴직을 할 직장도, 나의 육아를 대신 해 줄 엄마도 없다. 그래도 나는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었다. 그중 가장 포기할 수 없는 일은 글쓰기였다. 누군가는 그 몇 달, 일 년은 지나고 보면 짧은 시간이라며 아기에 집중하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쓰지 않으면 내가 멈출까 두려웠다.      


그래서 난 아기와 함께 글을 썼다. 메일을 쓰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관리하고, 누구에게도 꺼내놓지 않을 글을 쓰고, 책으로 출간할 글을 썼다. 아기가 아주 작았을 땐 왼팔로 아기를 안고 오른손으로 타자를 쳤다. 아기가 조금 컸을 땐 아기의 낮잠 시간만을 기다렸다. 이전보다 글쓰기 속도는 느리고 답답했지만 이걸로도 충분했다. 베스트셀러는 되지 못할 이야기일지라도 매일 썼다. 모두에게 끌리는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나의 이야기에 공감해주길 바라며. 나의 인생은 나에겐 최고의 소설이지 않은가. 기욤 뮈소의 『인생은 소설이다』 책 제목처럼 모든 인생은 소설과 같다. 나의 인생도 누구의 인생도 소설이 된다. 소설은 신과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나는 성공한 글쓰기보다 행복한 글쓰기를 위한다. 평범한 나의 이야기를 오늘도 5분 10분씩 모았다.      


그렇게 오늘도 난,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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