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지상주의 건축의 값비싼 대가
New York Times의 "A Tower on Billionaires' Row is Full of Cracks. Who's to Blame?" 기사를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기사 원문: https://www.nytimes.com/2025/10/19/nyregion/432-park-avenue-condo-tower.html?searchResultPosition=1
"겉바속촉"이라는 표현이 있다.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촉촉 하다의 줄임말이다. 보통 음식의 겉과 속의 상호보완을 표현할 때 쓰이는 말이다. 이 기사에 소개된 건물은 겉은 바싹바싹 메말라가며 갈라지고 속사정은 여러모로 곪아가고 있다. 최고의 아름다움을 위하여, 세계 최고의 부자들을 위해 지어진 건물이 어떻게 지어진지 10년도 안 돼서 총체적 난국에 빠지게 되었는지 알아보자.
뉴욕에는 Billionaires' Row (억만장자의 거리)라는 부동산 업계와 언론이 붙인 명칭이 있다. 범위는 센트럴파크 남쪽 가장자리인 57th Street 일대로, Columbus Circle에서 Park avenue 근처 정도의 범위를 말한다. 경계는 유동적이라 정확하게 구분 짓는 것은 어렵지만, (별 의미도 없는 것 같지만) 대략 57th Street와 센트럴파크 남변을 면한 초고가 콘도 타워 군집이다. 이 별칭이 붙은 이유는 세계적인 초고층 럭셔리 콘도들이 몰려 있고, 분양 및 거래가가 기록적이어서 다. 고가 매매와 억, 수십억 달러대 자산가 수요로 이 표현이 굳어졌다. 이 글의 비극적인 주인공은 아래 그림의 우측 파란색 건물, 432 Park Avenue이다.
432 Park Avenue는 (앞으로 줄여서 "432 파크"라고 하겠다) 2015년에 문을 연 102층의 럭셔리 콘도 건물이다. 아름다운 외관과 늘씬하고 잘 빠진, 도발적이며 정돈된 형태, 마치 뉴욕의 멋지고 아름다운 엘리트의 모습 같은 아우라와 그에 준하는 인테리어, 뉴욕을 내려다보는 전망과 엄청난 집값으로 럭셔리의 진수를 보여주며 세계의 부자들을 유혹해 왔다. 이 건물의 아름다운 디자인은 마케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어 이 건물의 125개 유닛이 25억 달러 (약 3조 4000억 원) 이상에 팔렸다. 대부분 비밀의 유령회사를 통해서.
아파트는 높은 천장과 (약 3미터) 사방의 창문으로 꾸며졌으며, 일부는 센트럴 파크를 내려다보았다. 편의 시설로는 약 23미터의 수영장, 당구장, 스파가 포함되었다. 이 건물은 심지어 야외 테라스를 갖춘 자체 private restaurant와 유명 셰프가 디자인한 메뉴도 있었다.
하지만, 영광의 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각종 문제들이 바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완공된 지 몇 년 만에 일부 천장에서 물이 새기 시작했고, 엘리베이터는 반복적으로 고장 났으며, 집 소유주들은 거실이 휘몰아치는 바람에 삐걱거리고 흔들린다고 불평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일부 주민들을 밤에 깨웠고, 파열된 파이프는 수백만 달러의 피해를 입혔다고 했다. 2019년 추수감사절 일주일 전의 전기 사고는 정전을 일으켜 주민들이 인근 호텔로 피난을 가도록 했고, 한 아파트는 흔들림이 너무 심해서 유닛을 안정시키기 위해 엔지니어링 회사가 고용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며 문제들은 더더욱 커졌고 복잡해졌다.
높이에 비해 지나치게 날씬한 이 건물은 바람과 비로 인해 과부하가 걸리고 있었다. 건물의 깔끔하게 정돈된 외관은 건물이 완공된 지 10년이 되었는데, 벌써부터 수백 개의 균열로 인해 흠집이 생겼다. 건물 높은 층 일부에서 외관 콘크리트 덩어리가 떨어져 나간 것이 나타났으며, 건물의 하중을 지탱하는 외관에 새로운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엔지니어들은 이 문제들이 아마도 1000억 원대 이상의 수리 비용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건물은 결국 사람이 살 수 없게 되거나 건물 밑 보행자들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외관 콘크리트 균열 문제는 왜 생겼을까? 기사에 따르면 최고의 건축가와 개발자로 구성된 팀이 고집했던, 호평을 받았던 순백색 콘크리트 외관이 범인이다.
콘크리트는 일반적으로 시멘트의 산화철 성분으로 회색을 띠게 된다. 그리고 회색을 띠고 싶어 한다. 콘크리트는 생각보다 단순하고 무식한 재료가 아니다. 겉으로 보기엔 투박하지만, 속은 굉장히 민감하고 복잡한 감성의 말주변이 없는 덩치가 큰 소년 같은 재료다. 구성 요소를 변경하면 강도, 색상 및 성능에 영향을 미치며, 사실 까다롭기도 악명이 높다. 성능과 외관은 혼합, 타설 및 건조되는 동안 외부 온도와 습도에 따라 달라지며, 일부 첨가제는 내구성을 높일 수 있지만, 색상을 어둡게 만들 수 있다.
432 파크는 흰색이어야 했다. 432 파크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원들은 순백색의 콘크리트라는 까다로운 미학적 요구 사항을 충족하는 콘크리트 혼합물을 개발해야 하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고, 이 작업에 참여했던 회사들은 이 프로젝트를 지금까지 수행된 콘크리트 프로젝트 중 가장 어려운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뉴욕 타임스에 의하면 이 건물을 설계한 개발업자, 엔지니어, 건축가 팀의 몇몇 핵심 구성원들이 콘크리트가 부어지기 전, 몇 년 전부터 이미 흰색 콘크리트 외관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한다. 2012년 콘크리트 mock-up 리뷰할 당시 이미 "bug holes"로 알려진 작은 구멍들이 기둥 mock-up에서 나타났고, 문제성 균열이 여러 지점에서 발생했다.
이것을 보완하기 위해 한 전문가는 flyash(석탄재를 활용한 첨가제로 콘크리트의 내구성을 높임)를 혼합물에 추가할 것을 권장했으나, 그러면 색상이 어두워짐으로 거절당했다. 건설은 곧 시작될 예정이었고 시간은 촉박했고 안전한 콘크리트 생성조합은 여전히 실험 중이었다. 콘크리트 타설 중지가 권장되었으나, 결국 2달 뒤에 공사는 시작되었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공사는 시간과 돈의 압박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기 전에 일단 시작하고 보자는 식이다)
예상했던 대로, 외관에 균열과 작은 구멍들이 생기기 시작하며 미관을 해치기 시작했고, 이는 더 많은 균열과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수분 침투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개발업자들은 일련의 전문가들을 영입했으나, 그들은 모두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 균열은 악화될 수밖에 없으며, 영구적인 해결책은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elastomeric coating으로 건물을 도장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균열을 밀봉하고 외부가 공기와 물이 스며드는 것을 방지하는 두껍고 고무 같은 막이다. 하지만, 이 코팅은 건물에 광택을 주게 될 것이고, 이는 개발업자들의 미학적 비전과 충돌했다.
개발업자들은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인 elastomeric coating 아이디어를 결국 거부했고, 결국 투명하고 침투성의 sealant를 사용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2년 후인 2015년 10월, 건설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콘크리트 외관은 여전히 문제였다.
게다가 이 건물의 날씬하고 기다란 형태 역시 다양한 문제들을 일으키고 있다. 이 건물의 개발업자는 "절대적으로 순수한" 건물의 디자인을 추구했고, 건축가에게 완벽하게 직사각형인 순백색의 타워를 설계하도록 의뢰했다. 432 파크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주거용 건물 중 하나이자, 가장 날씬한 건물 중 하나가 될 예정이었다. 이 건물의 Slenderness ratio는 15:1이다. Slenderness ratio는 건물의 가장 좁은 폭 대비 전체 높이의 비를 보여준다. 보통 10:1 ~ 12:1 이상이면 건물이 "가늘다"로 분류하고, 그 이상부터는 구조, 풍하중 제어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한다. 물론 이것보다 더한 얇은 건물들은 존재한다. 마치 유격 훈련할 때 PT 체조를 여러 번 하고 난 뒤의 훈련 난이도와 피로도가 급상승하는 것처럼, 건물이 얇아지면 설계, 유지관리의 난이도와 비용이 압도적으로 상승한다. 참고로 Empire State Building의 Slenderness ratio는 3:1이다.
모든 고층 빌딩은 바람에 흔들리지만, 초고층의 날씬한 타워는 더 많이 움직인다. 432 파크의 설계자들은 건물이 약 1미터 이상 흔들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욕조의 물이 넘치고 샹들리에가 딸랑거릴 정도다.
다른 초고층 타워와 마찬가지로, 432 파크는 바람의 힘을 처리하고 주민들이 느끼는 흔들림을 줄이기 위해 균형추 시스템에 의존한다. 하지만, 상층부로 갈수록 층이 줄어들거나 가늘어지는 다른 많은 초고층 타워와 달리, 432 파크는 직사각형이어서 공기역학적인 형태가 아니다.
개발업자들은 바람이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open-air floors 덕분에 그들의 박스형 디자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빨랐던 균열의 출현, 새로운 균열의 끊임없는 발생 및 균형추 시스템의 과거 고장은 모두 건물이 바람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스트레스에 직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혀졌다.
건물의 기본은 물을 건물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뜨리는 것이다. 하지만, 외관의 균열은 물을 건물 사이사이로 몰래 초대하는 것이며, 침투된 수분은 콘크리트 내부의 철근을 녹슬게 하고 팽창하게 하여 더 많은 균열을 일으키게 된다. 결론적으로 건물의 바람에 반응하는 능력을 약화시키고, 기계 시스템의 기존 문제를 악화시키고, 건물을 점점 더 취약하게 만든다.
한 구조 엔지니어에 따르면, 콘크리트 덩어리가 떨어져 나가고 균열이 생기면, 창문과 louvers도 헐거워지기 시작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도 탑승불가가 되고, Mechanical, Electrical, Plumbing systems 도 고장 나기 시작하며, 파이프 연결부가 파손되어 곳곳에 물이 새게 될 것이고, 결국 사람이 살 수 없는 건물이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 건물은 외관, 높이, 날씬함 등 모든 것이 극한으로 몰아붙여 지어졌고, 의도했던 것 이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10년 밖에 안된 건물이 이 정도 수준의 악화를 보여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이 의견을 내었다.
아직 끝이 아니다. 432 파크의 주민들은 건물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에 대해 분열되어 있었다.
콘도 이사회가 고용한 컨설턴트 보고서에 따르면, 외관 프로젝트만 3년에 걸쳐 약 2180억 원 (1억 6천만 달러) 이상이 소요될 것이고, 이사회는 일반적으로 건설 결함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보험 정책을 얻을 수 없었다.
집값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는 주민들, 건물이 잘못 관리되는 것을 비난하는 주민들, 법률 비용에 머리 아파는 주민들 등 불행한 주민들의 속은 다양하게 타들어가고 있다. 특히 골치 아픈 문제는 콘도 소유주들이 비용을 지불하도록 요청받은 private restaurant의 72억 원 (530만 달러) 레노베이션이다. 문제가 많은 건물은 당연히 공사와 수리를 필요로 하고, 그것은 관리비와 보험료의 증가로 이어졌다.
개발사도 눈앞이 캄캄하고 주민들도 속 터지고 이 건물에 참여한 모든 구성원들도 정신이 나가는 상황이다.
432 파크의 문제들은 현재 진행형이며, 건물에 크리티컬 한 외관 균열 및 흔들림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이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 Rafael Viñoly는 2023년에 사망했고, 콘도 이사회와 개발사 간의 여러 가지 각종 대규모 법적 분쟁도 걸려있다. 주민들은 아직 최악의 문제가 끝났다고 확신하지 않는다. 아직 이 건물은 허리케인 같은 큰 스케일의 재난을 경험해 본 적도 없다.
도시는 고급스러움의 전시장이 아니다. 건물의 높이와 들어간 돈, 디자인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책임의 무게도 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콘크리트 외관 한 조각이 떨어지는 순간, 그 덩어리는 건물의 소유를 벗어나 도시의 위험이 된다.
건축은 호흡이 굉장히 느리고 오래 지속되는 결과물이다. 중요한 것은 "어느 건물이 지금 더 멋진가"가 아니라, "어느 건물이 더 안정적으로, 더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가"다. 건축에서의 "고급"은 미학적 순수성을 유지하기 위해 수명과 기능성을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수십 ~ 수백 년의 세월을 견딜 수 있는 공학적 내구성을 갖춘 아름다움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글의 핵심은 미감의 단죄가 아니다. 겉은 당연히 중요하다. 다만, 속이 촉촉할 수 있도록 공학과 관리, 법과 계약, 윤리를 충분히 고려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래야 "겉"이 오래 아름다울 수 있다. 432 파크는 "겉"에만 신경을 썼더니 "속"이 잔인하게 복수하는, 디자인의 순수성을 지키려다 건물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게 된 비극적인 역설의 좋은 예시다.
그렇다면 이런 총체적 난국에서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론상으로는 어렵지 않은 것 같다. 다만, 현실적인 면에서 난이도가 극악이다.
당사자들은 아마 더 잘 알고 있겠지만 간단하게 회생방안을 생각해 보자면,
일단, 개발사와 이사회 및 연루된 구성원들의 법적 휴전과 합의를 내야 한다. 법정 다툼을 잠시 멈추고, 중재 하에 냉정한 엔지니어링 진단을 내려 객관적 현실을 모두가 인정해야 한다.
다음, 개발사와 이사회가 합리적인 비율로 수리 비용을 분담하는데 합의해야 한다. 집값을 보호함과 동시에 미래의 리스크 방어를 위한 공동의 "투자"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아주 조금이라도 심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만약에, 모두가 의기투합해서 이 문제를 잘 해결해 낸다면 그것으로도 큰 이야깃거리가 되어 집값 상승에 도움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마지막으로, 순백색의 콘크리트라는 실패가 검증된 미학적 고집을 내려놓고 기능성 우선의 건축적 선택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건물의 수명을 확보하고 추가 피해를 최대한 빨리 멈추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외관의 색의 변형은 건물의 존재 자체가 위험해지는 것보다, 그리고 특히 사람이 다치게 돼서 발생할 문제들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가벼운 문제다.
뛰어난 건축가나 엔지니어는 미학을 포기하는 타협을 하지 않고 해결방안을 찾아내기도 하고, 타협을 하되 새로운 미를 만들어내며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안타까운 점은, 지금은 그러기에 너무나도 어려운 상황처럼 보인다.
같은 도시의 건축인으로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생하고 있을 모든 분들을 응원한다.
432 Part Avenue: https://www.432parkavenue.com/?state=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