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정글 속 돋친 가시

휠체어는 배려하지만 엉덩이는 허락하지 않는 도시

by urbansubstances

”적대적 건축“ (Hostile Architecture) 혹은 ”방어적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있다: 도시 공공공간에서 특정 행위를 어렵게 만들거나 특정 집단의 이용을 배제하도록 의도적으로 설계된 요소를 뜻한다. 이 개념의 핵심은 사람들의 행동 유도와 머무름의 통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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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적 건축s : 오지마, 앉지마, 눕지마. 출처: NY Times

예를 들면, 새들이나 사람들이 앉지 못하도록 설치한 스파이크, 눕지 못하도록 설치된 분할 및 경사 벤치, 기대기만 가능한 벤치, 스케이트보드 방지 금속핀, 간헐적으로 분사되는 스프링클러, 차량 통제를 위한 bollard 등이 있다. 도시의 거리에는 이런 장치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만약 래퍼 Keith Ape가 이것에 대해서 노래를 만들었다면 제목이 “It G Ma"가 아닌 "Oh G Ma", ”An G Ma", "Noob G Ma", 아니면 “Ja G Ma" 이런 식으로 나왔었을 것이다.

Gemini_Generated_Image_cd8a0ycd8a0ycd8a.png Keith Ape가 부릅니다, 앉 G 마.

이것이 존재하는 이유는 질서 및 치안 유지, 민원, 청소, 파손, 사고 관리를 위해서다. 기본적인 타깃은 주로 노숙인들이고, 경우에 따라 스케이터 및 청소년, 야생 동물, 그리고 장시간 머무르는 이들까지 확장되기도 한다.


건축이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는데 쓰인다는 사실은 안타깝지만, 왜 이런 것이 존재하는지 이해는 간다. 뉴욕의 노숙자 문제는 심각하고 이 도시의 노숙자들은 강력하다. 개인적인 느낌으로 서울의 노숙자들은 인문계 고등학생이라고 치자면, 뉴욕의 노숙자들은 스즈란 고교생 느낌이다.

스즈란.jpg 스즈란 고교생들, TYP.

이들은 굉장히 다채롭다: 시각적으로 더 화려하고, 더 냄새나고, 더 시끄럽고, 소유물도 더 많고 다양하고, 대다수는 길에 앉아 있거나 누워 있긴 하지만, 일반인들 사이에 끼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가게나 실내에도 과감하게 들어가는 편이며, 술에 취해있는 것뿐 아니라 약에 취해있는 경우도 흔하다. 예측불허하고 타인에게 시비를 걸거나 공격적인 언행을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누가 돈을 줘도 감사해하기는커녕 이거밖에 안주냐고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경우도 많다. 건축적으로도 그들은 도시의 재료들로 창의적인 공간들을 만들어낸다.

manhattan-bridge-homeless-camping-comp-1.jpg 공간을 창출한다. 출처: New York Post

게다가 뉴욕은 세계적인 관광의 도시 아닌가. 날씨가 따뜻한 여름 성수기 때에는 다른 주나 도시에 있는 노숙자들이 뉴욕으로 원정을 와서 관광객들의 적선을 쓸어 담아 가며 한철 장사를 하고 간다.


이렇듯 뉴욕은 노숙계의 육각형 인재들이 난무하는 NBA이자 프리미어 리그다. 게다가 과거의 뉴욕은 지금보다 더 마계스럽고 위험했으니 이런 환경에서 이들을 견제하려는 적대적 건축이 발전한 것은 놀라운 일은 아니다.

nosuk.jpg 충전 중인 아저씨.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적대적 건축이 노숙인들 뿐 아니라, 노약자를 비롯한 일반 시민들의 체류와 휴식까지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무거운 짐을 든 나이 많은 어르신들, 홀로 아기를 안고 유모차와 짐을 든 엄마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 자기 몸무게보다 더 무거운 짐을 든 힘이 약한 사람들, 이런 비틀거릴 노약자들이 안길 곳은 어디인가.

IMG_3656-e1761121995189-900x1200.jpeg 지하철역의 기댈 수만 있는 벤치

그리고 이것은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그저 “보이지 않게” 만들거나 “다른 장소로 밀어내기” 식의 단기적인 효과 해결방안이라 한계가 뚜렷하다.


적대적 건축은 우리 사회적 약자들을 싸잡아 배제할 수 있으며, 사회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모든 건축이 약자를 환영할 필요는 없지만, 공공 건축은 약자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공공 건축이 그들의 손을 잡아주지 않으면 약자들은 기댈 장소가 없다. 당연하지만 노약자들도 세금을 낸다.

merlin_159438372_c70d27a9-7ece-413f-8e68-65aea6e57894-superJumbo.jpg 적대적 건축 디테일. 출처: NY Times

그럼 대안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막연하고 당연한 얘기지만 “포용적 디자인과 사회 정책의 결합”으로 해결할 수 있겠지만, 이런 뻔한 결론을 쓰려고 이 글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물론, 내가 모르는 다른 복잡한 요소들도 있을 테고 많은 것들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을 것이다. 이 문제는 건축적인 문제라기 보단 사회적인 문제라 건축적 접근만으로는 애초에 해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적대적 건축 장치들을 위한 디자인: 어차피 설치해야 되는 거라면, 디자인적으로 힘을 조금 줘서 만드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뉴욕을 비롯한 다른 도시들에서도 이렇게 살짝 덜 적대적인 느낌의 디자인을 한 장치들이 존재한다. 확실히 재미는 있는 것 같다. 아니면 조명과 소음을 이용하여 “견제”를 표현할 수도 있지 않을까. 건물 저층부는 사람들의 시야에 들어오기 때문에 사람들의 무의식에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대다수의 적대적 건축 장치들은 건물 1,2 층 정도나 주변부에 있기 때문에 적대성을 즐겁고 재미있게 완화시켜 풀어준다면 도시의 이미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아예 설계 단계에서 이것들의 디테일에 신경을 쓴다면 공사 단계에서도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을 것이다.

171114115457-02-camden-hostile-architecture.jpg 잠시 앉기만 하세요, 조금 불편하게.

그리고 노숙자 문제를 도시가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고, 적대적 건축 장치들이 그나마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 포기할 수 없다면, 그만큼 노인, 임산부, 장애인 및 아픈 사람들을 위한 공간적 대책을 더 마련해 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사람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공공간들의 (i.e. 플라자, 공원) 장소성을 강화하는 것은 효과적인 방안 중 하나다. 사람들로 하여금 앉아서 식사를 하고 대기하고 만남을 갖고 버스킹을 볼 수 있는 식의 다양한 체류형태를 제공해 줄 수 있음과 동시에 그늘, sink, water fountain, 화장실, 전기 및 폰 충전의 기능까지 줄 수 있는 공간은 모두를 환영할 수 있는 “우호적” 건축 장치들로 도시를 더 따뜻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이런 기능들을 가진 요소들의 모듈들을 만들고 이것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고 관계를 맺어가며 어떻게 확장되어 갈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도 괜찮은 design exercise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분명히 찾아보면 형형색색의 다이어그램들과 신경 쓴 폰트와 이미지들로 만들어진 이것에 대한 필요 이상으로 고퀄의 리포트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 믿는다.)

Gemini_Generated_Image_ipw279ipw279ipw2.png 우호적 건축

뉴욕은 ADA (장애인차별금지법) 준수에 민감한 도시다. ADA Compliance 가 건축 설계에 끼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이런 도시에서 공공장소에는 약자들이 10분도 편히 앉아 있을 수 없는 시설물을 세금으로 설치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뉴욕은 애초에 그다지 친절한 도시는 아니다.

그리고 도시는 꼭 친절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공건축은 대상을 가려가며 선택적으로 친절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건물이 공공 영역이 아니기에 모든 적대적 건축을 규제할 수는 없다고도 생각하지만, 적어도 세금으로 지어진 공간이라면, 그 공간이 내는 목소리가 “여기서 꺼져” 보다는 “잠시 쉬었다 가세요”에 가깝기를 바란다.

merlin_159438345_f559b53a-6da1-49f2-a8d8-141c8887d2a6-superJumbo.jpg 잠시 쉬었다 가세요, 구석 자리라도... 출처: NY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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