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와 탐욕이 만든 영구적 재앙

홍콩 왕푹 코트 아파트 단지 화재

by urbansubstances

2025년 11월 26일 오후 2시 25분경 홍콩의 왕푹 코트 (Wang Fuk Court) 아파트 단지에서 단지 전체 외벽 유지 보수 공사를 하던 중 화재가 났다. 12월 3일 기준 집계된 사망자는 159명, 실종자 31명 이상, 부상자는 최소 79명이다.

왕푹 코트 단지, 북쪽의 학교는 피해를 입지 않았다. 다행이다.

왕푹 코트는 공공임대주택 단지다. 총 31층 규모의 십자형 타워 형태, 8동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한 층에 8세대가 십자 형태로 배치되어 있다. 동 사이 간격은 15m 정도로 상당히 좁다. 총 1,984 가구, 약 4,800명이 수용 가능한 규모의 대형 주거 단지다. 한 동당 작은 마을 하나가 수직으로 서 있는 셈이다. 2021년 인구조사 기준 4,643명이 거주하고 있었으며, 거주민의 40% 이상이 65세 이상의 노인이라고 한다.

보수공사 이전의 아파트 단지. 출처: 나무위키
단지 평면도, Typ. 출처: 나무위키


사건의 타임라인

1. 2024년 말: 이미 단지 내 8개 동 전체에 비계가 건물 꼭대기까지 설치되어 있었고, 주민들은 안전 위험을 감지하고 민원을 넣기 시작함.


2. 2025년 7월: 태풍이 홍콩을 강타해 왕푹 코트의 비계와 그물망이 대규모 손상됨.


3. 태풍 직후: 시공업체들이 손상된 그물망을 교체하면서 비용 절감을 위해 7달러짜리 불량 그물망 2,300 롤을 사다가 설치함.


4. 2025년 10월: 홍콩 센트럴 지역에서 다른 비계 화재 사건이 발생하여 단속이 강화됨.


5. 10월 이후: 단속에 걸릴까 봐 모든 건물 하단부 (ground level)에만 13달러짜리 정품 그물망 115 롤을 사서 “밑장 깔기”를 시전함.


6. 2025년 11월 26일: 원인 미상의 화재 발생. 불량 그물망을 타고 불이 급속도로 번짐.

왕푹 코트 단지 구성도. F동에서 불이 시작되었고, H동이 피해를 입지 않은 동이다. 출처: 나무위키
E동과 F동에 피해자가 가장 많다. 출처: NY Times

재앙의 원인

정확한 최초 발화 원인은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참사"의 결정적인 원인은 비양심적인 시공사의 불량 그물망과 가연성 스티로폼 (polystyrene foam) 보드였다.


시공업체가 여름 태풍으로 손상된 비계 그물망을 교체하면서 화재 안전 기준에 미달하는 저렴한 자재를 사용했다. 안전 기준을 통과하는 그물망은 롤당 약 100 홍콩달러 (약 13달러)지만, 그들이 선택한 것은 54 홍콩달러 (약 7달러) 짜리 불량 그물망이었다.


겨우 롤당 6달러를 아끼기 위해, 검사관들이 주로 지상에서 샘플을 채취한다는 점을 악용해, 비계의 하단부 (사람 키가 닿는 곳)에는 정품 그물망을 두르고, 그 위쪽 수십 층은 불량 그물망으로 덮어버린 것이다. 정말 작정하고 속이려 든 것이다.

대나무 비계와 그물망으로 덮인 모습, Organic style. 출처: 나무위키

그물망의 용도는? 건물 외벽 수리 시 사용하는 비계에서 자재가 떨어져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다치게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한다.


원래는 난연 처리 (fire-retardant)가 된 그물망을 써야 한다. 불이 붙어도 금방 꺼지거나 녹아내려야 하는데, 시공사들이 쓴 7달러짜리 저가 그물망은 난연 처리가 안 된 플라스틱이었다. 이 그물망이 대나무 비계 전체를 감싸고 있었으니, 건물 전체에 “기름 먹인 천”을 둘러놓은 것과도 같은 상황이었다. 작은 불씨가 이 그물망에 옮겨 붙는 순간, 대나무를 타고 순식간에 건물 꼭대기까지 불이 확산된 것이다.


창문들 자리에 스티로폼 보드를 설치한 것도 화재의 확산을 가속화시켰을 것이다. 일반 스티로폼은 고체로 된 휘발유나 다름이 없다. 불이 붙으면 순식간에 녹아내리며 불똥이 쏟아지고, 유독가스를 내뿜으며 엄청난 속도로 타들어간다. 물론, fire-retardant (난연재)를 첨가한 폼이 있겠지만, 가격이 비싸고, 시공사의 7달러짜리 그물망을 썼던 마인드로 볼 때, 난연 처리가 된 비싼 폼을 썼을 리가 없다.

p0mkdc5n.png.jpg 창문에 설치된 스티로폼. 출처: bbc

건물들 사이가 가깝기에 한 동에서 시작된 불은 자연스럽게 바람을 타고 불길은 다음 동으로 이어갔고, 그렇게 총 8개의 동 중 7개의 동에 참사가 일어났다. 마치 적벽대전의 화공 계략을 현실에서 재현한 듯한 상황이었다. 만약 동 전체에 비계와 그물망을 설치하지 않았더라면, 피해가 이렇게까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H동은 불길이 옮겨 붙지 않아 화재를 피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살아남은 1개의 동은 당국이 “안전 기준을 통과했다”라고 주장하는 샘플의 출처가 되었다. 하지만 이 동 역시 1층만 정품 그물망이었고, 윗부분은 불량 그물망이 설치되었었다.


이 비계와 그물망이 설치되어 있던 기간은 최소 1년 이상이라고 한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1년 넘게 창문 밖에 가연성 그물망과 대나무 비계로 꽉 막힌 채 생활했다는 것이다: 환기도 어렵고 시야도 차단된 상태에서 화재 위험에 장기간 노출되어 있었던 것이다. 주민들은 1년 넘게 관리들에게 그물망을 포함한 현장의 위험 요소에 대해 경고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확실하게 알 수는 없지만, 태풍 이전의 그물망 상태에 대해서는 명백한 불량은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태풍으로 인해 교체해야 했던 그물망의 양은 2,300 롤이었다. 이 양은 왕푹 코트 8개 동 전체를 다시 덮을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단지 전체의 그물망을 싹 다 갈아엎어야 할 정도의 대규모 파손이 일어났던 것이다.


이 상황에서 시공사는 굉장히 다급해졌을 것이고, 이 지점에서 악마의 유혹이 눈에 아른거리기 시작했을 것이다.

공사 진행 중에 태풍으로 8개 동 전체의 그물망을 다시 사서 깔아야 하는 상황은 시공사 입장에서 상당히 돌아버릴 일이었을 것이다. 자재비에 다시 설치하는 인건비까지 생각하면 마진이 다 날아갈 판이었을 것이다. 이때 그들 앞에 두 가지 옵션이 놓인다.


Option A (정석): 13달러짜리 정품 2,300 롤 구매 = 약 30,000달러 (추가 손실 큼)

Option B (범죄): 7달러짜리 싸구려 2,300 롤 구매 = 약 16,000 달러 (손실 반토막)


이미 태풍으로 막대한 손해를 본 그들은,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Option B를 선택했고, 그 결과 대참사가 일어났다.

출처: NY Times

근데 여기서 궁금한 것은, 이런 태풍이 잦은 지역의 공사 계약서에는 자연재해 (Force Majeure)에 대한 보상 조항이나 보험 처리가 당연히 명시되어 있을 텐데, 왜 이들은 보험 대신 자재 바꿔치기를 선택했을까?


4가지 이유를 추측해 볼 수 있다.

1. 홍콩처럼 태풍이 잦은 지역의 건설 보험에는 아마도 자연재해 면책금이 매우 높게 책정되어 있어, 피해 금액이 자기 부담금보다 적거나 비슷하면, 보험을 청구해도 받을 돈이 0달러거나 아주 적어서 시공사 입장에서 어차피 자기 생돈으로 메워야 하는 상황에 처했을 확률이 크다.


2. 보험사 입장에서 이 비계 그물망은 임시로 설치되어 있는 것이자, 소모품이다. 이미 1년 동안 설치되어 있었기에, 잔존 가치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시공사 입장에서는 이것 역시 보험금이 턱없이 부족하다.


3. 보험사에서 현장에 와서 피해를 조사하고 승인을 내주는데 최소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릴 수 있다. 시공사 입장에서는 기다릴 수가 없고 당장 공사를 재개해서 끝내야 한다. 공사가 멈춰지거나 미뤄지면 시공사는 liquidated damages (지체상금)을 물어내야 할 수도 있다. 시공사 입장에서는 기다릴 시간이 없으니 가장 빠르고 싸게 구할 수 있는 불량품을 긴급 투입했을 수도 있다.


4. GC (원청 시공사)는 보험이 있지만, 비계 설치 하청업체 (scaffolding subcontractor)는 보험이 제대로 없고, "비계의 유지 보수 및 파손 책임은 하청업체에 있다"는 식의 독소 조항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하청업체가 자기 돈이 없으니 7달러짜리 쓰레기를 사다가 설치했을 수도 있다.


어떠한 이유든 간에 안구에 습기가 찰 뿐만 아니라 폭발할 정도다.


태풍이 비계를 찢어놓고 갔을 때, 시공사는 사람의 안전을 복구하기보다는 자기들의 이익을 복구하려 했다. 자연재해 (Natural Disaster)가 찢어놓은 틈으로 인간의 탐욕이 들어왔을 때, 그것이 인재 (Man-made Disaster)가 되어 대참사가 된 셈이다.


대나무 비계

홍콩은 습도가 높아 일반적인 금속 비계가 부식되기 쉽고, 대나무가 가볍고 유연해서 (태풍에 강함) 여전히 선호된다고 한다.

홍콩의 명물 대나무 비계.

대나무는 건조된 나무와 비슷해서 불에 타기는 탄다. 대나무 자체가 엄청나게 잘 타는 “연료“ 역할은 한 것은 아니지만, 그물망에 붙은 불이 대나무로 옮겨 붙으면서, 대나무는 지속적으로 타며 엄청난 열량을 뿜어내게 된다. 이 고열이 건물 외벽의 단열재나 창문을 깨고 (창문 앞에 설치된 스티로폼에 불을 옮기고) 실내로 불을 밀어 넣는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대나무는 타면서 대나무를 결속한 나일론 끈들도 타며 없어지기에 땅으로 떨어지거나 바람에 날리기도 했을 것이다. 이것 역시 불을 인근 건물로 확산하는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만약 대나무가 아니라 일반적인 강철 비계였다면 뭐가 달라졌을까? 강철은 (non-combustible) 불연재다.

강철 비계였다면, 그물망이 타면서 불길이 위로 치솟긴 하겠지만, 비계 파이프 자체는 타지 않았을 것이다. 불에 탈 수 있는 재료의 총량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불길이 건물 내부로 침투할 만큼의 지속적인 고열을 만들어내기는 훨씬 어렵지 않았을까. 그리고 대나무 비계처럼 불에 붕괴되며 땅에 떨어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강철 비계위의 노동자들.

그리고 소방수들이 이 비계 위로 접근이 가능하기에 건물 높은 층에 물을 뿌리기도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만약 시공자가 똑같은 싸구려 그물망을 덮었다 하더라도, 강철 비계가 설치되었더라면 결과는 달랐을 것 같다. 화재가 이렇게 초대형 참사가 아닌 외벽에 설치된 비계 화재 소동으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불량 그물망에 한 술 더 떠서 환장할 점은, 건물 내의 화재경보기가 울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다) 건물 내의 사람들은 외부에서 연락을 받거나 이웃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서야 불이 난 줄 알았다고 한다. 스프링클러 역시 설치되지 않은 건물이라고 한다. 왕푹 코트는 1980년대 지어진 공공 주택이고, 당시 홍콩 소방 규정상 주거용 아파트 내부나 복도에 자동 스프링클러 설치는 의무가 아니었다. 아마 smoke detectors도 없었을 것 같고 피난 안전 구역 역시 제공되지 않았을 것 같다. 경보기가 울렸더라면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많은 건축 관련 법규들의 업데이트는 이런 비극을 거치고 나서 갱신되어 왔다. 홍콩의 소방 규정이 이 계기로 많이 강화되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wang-fuk-court-apartment-fire-hong-kong-112625-2-ed3371b77cfb4577825781deea8ac06b.jpg 왕푹 코트를 움켜쥔 죽음의 손. 출처: people magazine

만약 똑같은 일이 뉴욕에서 벌어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물리적 피해는 10분의 1 정도 되었겠지만, 법적/사회적 후폭풍은 100배는 더 거대했을 것 같다.


뉴욕의 Steel pipe scaffolding은 불에 타지 않기에, (발판으로 쓰는 나무 플랭크는 탔겠지만) 대나무처럼 수직으로 연결된 "연료 파이프" 역할은 하지 못했을 것 같다. 그물망이 타면서 불길은 사그라들었을 것이고, 건물 내부로 불이 옮겨 붙을 확률이 현저히 낮아질 듯하다. 그리고 비계가 붕괴하지 않기에, 소방관들이 걱정 없이(?) 현장에 진입하여 물을 더 적극적으로 뿌릴 수 있었을 것이다.

뉴욕에서는 주황색 그물망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창문을 보호하기 위해 스티로폼 보드라니… 이것도 대나무 비계처럼 홍콩 스타일인지 모르겠는데 이해할 수 없는 점이다. 뉴욕이었으면 아마 fire-retardant plywood나 sheeting 같은 난연 보드를 설치했을 것 같다.


뉴욕에서 30층 규모의 이 정도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건물이라면 뉴욕 빌딩 코드상 화재 경보와 스프링클러 규정이 매우 엄격하다. 외부에서 불이나고 내부로 불이 옮겨오더라도 화재경보와 스프링클러가 사람들의 대피와 화재 진압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홍콩이 "입을 막았다"면, 뉴욕은 "모든 입이 열려서 사정없이 물어뜯었을 것"이다.

일단, 홍콩에서처럼 1년 넘게 주민들이 항의했지만 묵살당했을 일도 없었을 것이고, DOB (Department of Buildings)에서 인스펙터가 나와서 확인했었을 것이고, 바로 stop work order를 내렸을 것이고, 건물주는 뚜껑이 열릴 것이고, 조치를 취하지 않은 시공사에게는 벌금 폭탄이 사정없이 날아왔을 것이다.


언론에서도 이 일에 관련된 사람들 얼굴 사진들을 포함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을 테고, 시공사뿐 아니라 정부, 건물주, 연루가 된 사람이든 아니든 다 끌고 와서 비판하는 기사들이 도배되었을 것이고, 내부자들이 갑자기 여기저기 나타나 인터뷰를 하고 책을 낼 것이며, 뉴욕 시장을 포함한 정부 관련 인사들도 "탐욕과의 전쟁", "이 시공사들을 뉴욕에서 영원히 퇴출시켜 지옥으로 보내겠다"는 등의 쇼맨십을 발휘하는 발언을 하며 시끄러웠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어떤 나라인가? 소송의 천국이다.

당연히 집단 소송을 걸 것이다. 변호사들은 이 소송을 맡기 위해 전투적으로 피해 주민들에게 연락을 할 것이고, 피해 주민 전체가 시공사, 건물주, 관리 회사, 그물망 제조사 등등 연루된 모든 이들을 싸잡아서 천문학적인 소송을 걸 것이다. 특히 시공사가 "돈 좀 아끼려고 안전을 무시했다"는게 밝혀지면, 최소 파산, 나락의 전설 3부작, 무간지옥행 급행열차 자동 탑승이다. 그뿐인가? 건물주 - 원청 시공사 - 하청 시공사들 사이에서도 소송의 향연이 펼쳐질 것이다.

화재 진압 중인 소방차 출처: Bloomberg

처벌, 하지만 또 다른 참사

이 참사의 직접적 원인 제공자들 총 14명이 체포되었다고 한다:

- 현장을 감독 및 자재 승인한 감리단 - 이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뇌물 수수 등 부패 혐의 가능성이 있다.

- 원청 시공업체 (General Contractor)

- 비계 하청업체 (Scaffolding Subcontractor) - 가장 직접적인 실행범들


문제는 그다음이다.


화재 직후 정부 관리들의 책임을 묻고, 독립적인 조사 위원회를 설치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던 한 남성이 체포되었다. 혐의는 국가보안법 혹은 선동 관련 혐의로 추정된다. 정부는 이를 불순한 동기를 가지고 국가 안보를 불안정하게 하려는 행위로 규정했다.


2019년 홍콩 대규모 민주화 시위 이후, 중국 정부는 홍콩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홍콩 국가보안법을 시행했다. 이로 인해, 정부에 대한 불만을 조직적으로 표출하거나, 책임을 묻는 행위가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사회 혼란을 조장하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는 법적 환경이 조성되었다.


이번 화재의 경우, 정부 입장에서는 화재로 인한 시민들의 분노가 단순한 안전요구를 넘어, 정부 무능론이나 반정부 정서로 확산되어 제2의 시위 사태로 번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할 것이다.


건물이 무너지는 것도 끔찍한 일이지만, 더 무서운 것은 건물이 왜 무너졌는지 묻는 입이 막히는 것 아닌가. 안전은 감시와 비판이 살아 있는 환경이어야 보장될 수 있다. 누군가 "이 자재는 위험하다"라고 얘기할 때, 그것을 "반란"이 아닌 "경고"로 받아들이는 사회만이 비극을 막을 수 있는 것 아닐까.


이렇게 14명의 “기술자”들과 1명의 “시민”이 체포되었습니다. (무슨 마피아 하냐)


14명은 7달러의 이익을 위해 안전을 팔아넘긴 혐의로 잡혀갔고, 1명은 이 참사에 대한 진실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잡혀갔다. 홍콩의 감옥에는 지금 "탐욕"과 "양심"이 나란히 갇혀 있는 셈이다. 이 또한 홍콩의 또 다른 참사 아닐까.

붕괴된 대나무 비계. 출처: NY Times

정의마저 무너져서는 안 된다

홍콩 왕푹 코트 화재는 건설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사건 중 하나다. 누군가가 이득을 얻기 위해, 혹은 손해를 덜 보기 위해 다른 누군가를 속이고 그 얄팍한 계산이 어떻게 한순간에 150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왕푹 코트 대참사의 진짜 원인은 "보이지 않으면 괜찮다"는 무책임, "이익이 안전보다 우선"이라는 탐욕, "경고를 무시해도 된다"는 오만 때문이다.


화재 이후의 비계와 그물망은 더 이상 건물을 위한 가설물이 아니라, 도시의 비극과 윤리를 비추는 거대한 설치 미술이 되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외양간 문이 부서져 있다고 외치는 이들의 입을 막는 순간, 우리는 같은 비극을 반복하게 된다.


건물이 무너진 곳에 정의마저 무너져서는 안 된다.

우리의 도시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철근 콘크리트가 아니라 양심이다.


검게 그을린 건물은 언젠가 다시 복구되겠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분들의 마음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불길 속에서 세상을 떠난 분들에게 깊은 애도를 전한다. 그리고 살아남은 이들이 짊어진 마음의 짐과 육체의 상처가 하루빨리 아물기를, 멀리서 기도를 전한다.

출처: NY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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