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항상 초콜릿을 가지고 있었다

단편소설

by urbansubstances

그녀는 항상 초콜릿을 가지고 있었다. 보여주려고도, 나누려고도, 먹으려고도 아니었다. 그녀의 호주머니는 늘 초콜릿으로 불룩했다. Hershey’s, Ferrero Rocher, Lindt, Reese’s, Snickers, KitKat, Kinder, Crunch, Kisses, Godiva, M&M’s, Twix…크기도, 맛도, 브랜드도 제각각. 고급진 것도, 슈퍼에서 파는 싸구려도 함께 뒤섞여 있었다.

매일 아침 새벽, 그녀는 해가 뜨기 훨씬 전부터 일어난다. 여전히 어두운 부엌에 형광등을 켜고, 전날 수집해 온 초콜릿을 유리 보울에 쏟아붓는다. 절구를 꺼낸다. 조용히, 부드럽게, 기계처럼 초콜릿을 빻는다. 부수고, 갈고, 가루로 만든다. 부드러운 단내가 서서히 번진다. 카카오 가루를 손으로 어루만진다. 그녀의 얼굴은 비어있고, 손은 정밀하게 움직인다. 마치 생각하지 않는 기계처럼. 준비한 가루는 이미 여러 번 쓴듯한 살짝 헐렁한 지퍼백에 담고, 코트를 걸치고 아침 6시 반쯤 조용히 집을 나선다.


도시는 아직 잠에서 깨어있지 않다. 그녀는 dog park가 있는 공원으로 간다. 이른 아침, 사람들이 산책을 나오기 전의 시간. 아무도 없는 그 틈을 노린다. 개들이 하루의 첫 볼일을 보기 전, dog park 위에 준비해 온 초콜릿 가루를 뿌린다. 묵묵하고 은밀하게, 성실하게 구역을 나누고, 벤치 밑, 잔디 경계선, 바닥의 흙 위에 랜덤 하지만 나름의 시스템을 갖춘 형식으로 검은 가루를 흩뿌린다.

흙처럼 보이도록, 모래처럼 섞이도록,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하게끔.

그것은 정리되지 않은 듯, 그러나 의도된 패턴이었다.

철저하게 일을 마친 후 그녀는 조용히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고 무표정으로 집으로 돌아간다.


그녀의 아침은 항상 이렇게 시작된다. 달라지는 건 가는 공원이 매번 다르다는 것뿐이다. 도시 속의 그녀의 집 주변 크고 작은 공원은 많이 있었고, 그녀는 공원들을 불규칙적으로 순회했다. 초콜릿을 다 써버린 날이면, 설탕을 더 갈고 작게 빻았다. 설탕도 없을 땐 소금이라도 곱게 갈아 넣었다. 성실함에는 한 번도 결함이 없었다.


왜 이 짓을 하느냐고?

글쎄.

처음엔 분명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보복이었을까? 유희였을까? 사랑? 슬픔? 권태? 혹은 실험?

그녀는 기억하지 못한다.

이제는 그냥 그런 거다. 습관이고 일상이다.

사람이 숨을 쉬듯, 눈을 깜빡이듯, 매일 아침마다 공원에 가서 초콜릿 가루를 뿌리는 것.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그냥 하는 일’이었다.


어느 날, 이른 아침.

조깅 중인 한 남자가 그녀를 몇 번 마주친 끝에 물었다.

“실례지만… 왜 그러시는 거예요?”

그녀는 그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빛은 깊었고, 비어 있었고, 어딘가 달콤했다.

“강아지들이 좋아하잖아요.”

덤덤하게 말하며 그녀는 지퍼백에서 Lindt 가루를 꺼냈다.

그는 더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이후, 그는 매일 아침 조깅을 하며 그녀를 찾았다.

다음 날 아침, 남자는 다른 공원에 강아지를 데리고 왔다. 이곳은 dog park 구역이 없어서 그녀가 오지 않았겠지 라는 생각으로 강아지를 뛰놀게 풀어줬다. 한참 뛰놀던 강아지는 잔디밭을 뱅뱅 돌다가 한 자리에 멈춰 앉았다. 그리고 토했다. 투명하고 하얀 토사물 사이사이에 검은 조각들이 보였고 초콜릿 냄새가 연하지만 확실하게 났다.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녀는 없었다.

초콜릿은 개에게 독이다.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다.

그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반려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알고 있을 것이다.

그녀도 알고 있었을까?

모른다고 하기엔 너무 조용했고,

알았다고 하기엔 너무 부드러웠다.

그녀는 무해한 미소를 가진 여자였다.

그 후로 그는, 그녀를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이유는 설명할 수 없었다. 궁금해서인지, 두려워서인지, 아니면 냄새 때문인지. 그녀에게선 언제나 복잡하게 뒤섞인 달콤한 향이 났다. 묘하게도 중독성 있는 냄새였다. 언제나 거리를 두고 말없이,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며 매일 아침 그녀가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미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강아지들의 놀이터에 초콜릿 가루가 흩뿌려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어느 날, 그녀가 그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한 번 해보실래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미소 지으며 지퍼백 하나를 꺼내 건넸다. 민트 초콜릿 가루였다.

그는 그것을 받아들이며 말했다.

“초콜릿은… 강아지들한텐 안 좋은 거잖아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그런데도… 너무 좋아하잖아요.”

그녀는 항상 초콜릿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혼자가 아니다.

도시의 공원마다, 조용하고 은밀하게

달콤한 죽음이 흩뿌려지고 있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