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그리는 시대

AI와 창작 언어의 진화

by urbansubstances

최근 한동안 SNS에서 “지브리 스타일 AI 이미지”가 유행하면서, 기술에 별다른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너나 할 것 없이 AI 이미지 생성 세계에 빠져들었고, Prompt라는 단어가 일상용어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명령어 한 줄로 비현실적인 장면들이 즉시 시각화되는 마법 같은 경험 앞에서, 우리는 새로운 창작의 시대를 맞고 있다. Prompt라는 단어는 더 이상 일부 개발자나 디자이너들만 쓰는 용어가 아니다.


하지만 prompt란 단순히 “이미지를 그려줘”라는 명령어가 아니다. 그것은 일종의 설계된 언어, 목적에 맞게 조정되고 구체화되어야 하는 전략적 질문이다: 지시문, 질문, 문장 또는 단어들의 조합이다. Prompt의 표현 방식과 구체성에 따라서 결과물이 크게 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면 “우산을 쓴 강아지”라고 입력하면, AI는 꽤 귀여운 이미지를 그려준다. 그러나 “하늘색 우산을 오른손으로 들고 서 있는 화이트 폭스테리어 새끼 강아지, 배경은 흐린 런던 거리, 이른 아침의 분위기, 너무 우울하지는 말고, 약간 희망적인 느낌, 강아지 표정은 약간 철학적으로”라고 하면 결과는 전혀 다르다. 후자의 구체성과 맥락적 디테일이 AI로 하여금 더 정확하고 풍부한 이미지를 생성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듯, prompt의 품질은 곧 결과물의 품질을 결정한다.


간단한 prompt로 그린 그림도 만만치 않게 좋다는 것이 함정...


좋은 prompt는 사용자의 감각, 언어력, 구체화 능력, 맥락 이해도를 전부 요구한다. AI가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우리의 생각을 읽지는 못하기 때문에, 우리가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 설계하고 전달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단순히 생각의 꼬리가 꼬리를 물고 커지는 게 아니라 어느 꼬리의 어느 부위를 물고 어떻게 develop 하는지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AI에게 지시할 때 어떤 흐름과 언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동일한 정보라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Prompt Engineering'이라는 개념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단순한 문장 조합의 기술이 아닌, 목적, 단계, 문맥을 고려한 사고의 메타 설계다. 조금 더 풀어서 얘기하자면, 명확하고 구체적인 지시문을 구성하고, AI 가 제공하는 답변의 한계를 이해하고 내가 원하는 답변을 얻기 위해 우회 및 수정을 하는 등 AI 와의 대화를 마사지해서 더 정확하고 나은 답변을 얻어내는 기술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개념도 벌써 한물 간 느낌이 되어가고 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AI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지나치게 유능한 AI는 이제 prompt도 작성해 줄 수 있다: AI에게 내가 원하는 바를 AI에게 대충 말하면 그것을 AI가 정제해서 더 나은 prompt로 만들어 자신에게 지시를 내리고 답변을 하는 것이다.

약간 이런 느낌..?


물론 prompt라는 것이 이렇게 간단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AI 가 만들어주는 prompt는 어디까지나 초안 같은 것이고, 결국 나의 의도와 목표에 맞게 이것을 조정해서 결과물의 품질을 조절하는 것은 나의 역할이다. 생각하는 방식, 사고의 흐름, 방향성 설정은 인간이 개입이 필수적이다.


Prompt engineering은 현재 거의 모든 분야에서 쓰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AI가 더 발전함으로 인해 AI의 prompt 생성력이 더 강해지면 prompt engineering 은 obsolete 한 개념이 될까?


한 달 전만 해도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솔직히 지금은 그럴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특히 기술적 측면에서) AI는 계속 발전해서 인간이 하는 미완성된 표현을 점점 더 제대로 잘 알아듣는다. 심지어 그다음 생각의 방향도 먼저 파악해 준다. 그리고 당연히 이미 바퀴 달린 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AI의 성능은 이 시점에 퇴보할리가 없다. 그래서 prompt engineering이란 개념을 사람들이 많이 의식하거나 "배우지" 않고 AI를 이용하게 될 것 같다.


알아서 내가 원하는 것을 파악해 주는 AI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창작의 세계에서만큼은 prompt engineering이 단순히 사라질 기술이 아니라 더욱 진화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글로 만들어가는 세상”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너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이미 디자인, 광고, 음악, 영상, 건축 등 다양한 창작 분야에서 시작점이 "그림"이 아닌 "글"로 바뀌고 있다. 스케치북 대신 텍스트 에디터에서 아이디어가 구현되고, 더 나은 결과물을 위해 "글"에 대한 고민이 창작의 접근 방식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도구의 변화가 아니라 "창작의 방식과 언어" 자체가 한꺼번에 진화하는 과정이다. 우리는 지금 상상을 현실로 옮기는 새로운 문법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는 더 이상 "그림"을 "draw" (그리는)가 아닌 "write" (쓴다)라고 표현하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나의 지나친 비약이다)


미래의 창작자들은 붓 대신 키보드를, 물감 대신 단어를 다룰 것이다. 붓질이나 색감보다 어휘력과 인문학적 지식과 교양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언어의 깊이와 정교함이 곧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할 것이다. 언어로 창조하는 이 새로운 예술은 이제 막 시작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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