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 Central Terminal의 물 떨어지는 천장을 보며
나는 매일 하루의 시작과 끝을 Grand Central Terminal과 함께 한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펼쳐지는 거대한 Main Concourse는 그 자체로 하나의 무대다. 뉴욕이라는 다이내믹한 도시 한복판에서, 이 정도의 규모와 우아함을 품고도 사람들을 편안하게 맞아주는 공간은 흔치 않다. 마치 어마어마한 크기의 포옹을 받는 느낌이다. 이 공간에 들어오면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마음이 평온해진다. 뉴욕에서 이런 경험은 흔하지 않다.
하지만 올해 4월 중순쯤, 이 아름다움의 어깨에 작은 구멍이 뚫렸다. 지하에서 1층으로 연결되는 한 에스컬레이터 천장 부분에 물이 새기 시작했다. GCT 직원들은 물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회색 방수 천을 설치하고, 호스를 연결해 쓰레기통으로 물이 빠지도록 해놨다.
이 무심한 임시방편은 당연히 보기에도 좋지 않았지만, 문제는 냄새였다. 찌든 물과 쓰레기, 혹은 하수의 경계 어딘가에서 나온 것 같은 악취는 아침 기차에서 내리고 도시와 모닝 허그를 하려고 하는 나에게 갑자기 옆에 갑자기 등장해 따귀를 때리는 것만 같았다.
어느새 한 달 반 정도 시간이 지났는데 이 에스컬레이터의 천장은 여전히 같은 상황이다. 나는 잘 안다. 이게 사소해 보여도 쉽게 고쳐질 수 없는 문제라는 걸. 역사적인 랜드마크이고, 이 정도 규모의 건물은 함부로 문제의 원인을 건드리기가 쉽지 않고, 작은 수리 하나에도 몇 개월치 서류와 검토, 승인이 필요하다는 걸. 이뿐 아니라 수리 자체도 재료, 부품, 공법, 마감 등등 모든 게 굉장히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그렇다면, 이 “잠시 동안의 흠집”을 좀 더 똑똑하게 가릴 수는 없었을까?
임시방편도 하나의 ‘장면’이 될 수는 없을까?
바로 머릿속에 떠오른 건 5번가의 Louis Vuitton Flagship Store였다.
레노베이션 중이던 그 건물은, 주변을 둘러싼 눈에 거슬리는 비계를 stacked 가방 형태로 덮여 꾸며놓고 있었다. (심지어 조명도 있다) 멋지지 않은 모습을 "철저하게" 숨기고 이쁜 모습만 보여주려는 브랜드의 의지는 강렬했고 메시지도 명확했다: "우리는 준비 중입니다. 곧 멋지게 돌아올게요."
그에 비해, GCT는? 회색 방수천, 4 anchors, 플라스틱 호스, 쓰레기통. 무슨 DIY 수준이다.
물론 GCT는 명품 브랜드가 아니다.
하지만 훨씬 더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다.
그렇다면 이 물새는 천장도, 그냥 회색 천으로 덮는 것 이상의 상상력은 허락받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 천의 색이나 그림을 바꾸는 것.
지금은 누가 봐도 고민의 흔적 따위는 없는 임시방편의 형태다. 조금 더 공공 공간에 어울리는 색감이나 그림을 넣어보면 어떨까.
- 메시지를 담는 방식.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 장치이기에, 출퇴근 길에 짧은 메시지를 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Don’t rush. You’re already here.”, “Welcome to Grand Central.” 이런 문장들은 아침 통근길의 짧은 순간에도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
- 형태를 바꾸는 것.
현재는 무심하게 4개의 anchors에 천이 매달려 있는데, 이렇게 말고 얼마든지 다른 형태로도 접근 가능하다. Felix Candela의 스타일처럼 얇고 부드럽게 휘어진 형태로 만든다면 어떨까, 심지어 이 누수가 새로운 ‘건축적 gesture’를 만든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내가 GCT 사장이라면 재야의 건축가들에게 당장 공모전을 내고 상금도 준비하겠다. 그 시간에 수리를 끝내라
- 임시 광고/홍보판처럼 쓰는 방법.
공공 미술 프로젝트로 엮을 수도 있고, 잠깐 동안의 작은 캠페인 플랫폼이 될 수도 있다. 어차피 최소 몇 달은 계속될 텐데, 왜 그 시간을 예술이나 홍보용품으로 소비하지 못하겠는가? 홍보를 해주면 돈을 벌 수도 있지 않은가.
이 모든 건 돈은 좀 들겠지만, 조금 신경 쓸 만한 가치는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이것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도, 보는 사람에게도 재미있지 않을까?
- 그럼 악취 제거는?
이것에 대한 고민을 오래 했다. 쓰레기통의 커버를 닫아야 하나, 이것은 쓰레기통이 아닙니다라는 식의 signage를 붙여서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지 않게 해야 하나, 물받이 통을 다른 통으로 바꿔야 할까, 더 높게 매달아야 할까 등등. 의외로 생각보다 간단하게 악취문제는 해결이 되었다. 최근에 보니 GCT 나름대로 악취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아챘는지, 작지만 효과적인 조치를 취한 것 같다. 쓰레기통 봉지 밑으로 물이 흘러 들어가도록 하여 쓰레기와 섞이지 않게 해 놓았다. 이런 게 천재성이다. 덕분에 악취가 줄어들었다!
그랜드 센트럴은 더 나은 ‘임시방편’을 가질 자격이 있다.
나는 매일 아침 기차에서 내려 이 천장 밑을 통과한다.
기분 좋을 공간을 통과하며,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비단 나만이 아닐 것이다.
이 모든 걸 바꾸려는 건 아니다. (어차피 시켜주지도 않을 거 나도 잘 안다)
그저,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리고 임시조차, 때론 영구보다 오래 기억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