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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rban Syntax May 20. 2022

부동산과 ESG - 2

현재의 움직임과 앞으로의 방향은?

ESG가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은 아닙니다. 과거부터 꾸준히 제시되었던 미래 사회에 대한 방향성이 구체화된 것이며 COVID-19과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가속화되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입니다. 사실 소비자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몇 해 전부터 단순 경제적 요소 그 이상의 가치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었다. 부동산 투자에 있어서도 친환경 요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었으며 COVID-19이라는 배경과 4차 산업혁명이라는 도구의 발전으로 실행 계기가 촉발된 것입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전까지는 전통적인 재무적 요소에 대부분의 관심이 집중됐던 반면, 이제는 비재무적 요소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기업 입장에서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훨씬 다양하고 복잡하다는 점입니다. 이로 인해 예측 가능성이 낮아지고 변동성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기업의 움직임이 선형에서 비선형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많은 주요 국가들이 2030년을 ESG의 목표 연도로 삼고 있습니다. ESG가 거품이라 할지라도 최소한 2030년 이전까지는 꺼지지 않을 거품이며 급변하는 시대 상황 속에서 향후 10년 동안 부동산 산업에서 ESG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이를 위해 어떻게 준비할지 고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의 움직임은?


규제 리스크

첫번째로 주목해야 할 방향은 규제입니다. 해외주요 선진국들은 건축물에  대한 규제를 실시해왔거나 실시할 예정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후 관련 건축물 규제 혹은 인센티브 제도 도입을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현재까지 큰 진전은 없습니다.


영국은 2008년부터 건물 에너지 인증제도를 도입해 A부터 G등급까지 부여했습니다. 2018년 4월부터는 신규, 갱신, 연장 계약 대상에 따라 최소 기준인 E등급 이상을 받지 못하면 임대를 제한했습니다. 친환경 건축에서 앞서가는 싱가폴은 신축 건축물은 100% 친환경 인증을 도입하고 있으며 기존 건축물까지 환경 이슈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기존 건물에 에너지 절감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소유주 뿐만 아니라 임차인, 건축가, 시공업체, 엔지니어에게도 보조금을 지급합니다. 미국의 뉴욕시는 2024년부터 25,000 평방피트 이상의 건물과 그 이하의 규모는 두 단계로 나누어 차등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합니다. 온실가스는 10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해 단계적으로 규제 및 징벌세를 도입합니다. 캘리포니아주는 2020년부터는 모든 신축 주거 시설, 2030년부터는 모든 신축 상업 시설까지 제로 에너지를 의무화합니다.

세계 주요 도시들의 친환경 건축물 비율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대부분은 백 년 이상 건축물이 흔함에도 불구하고 파리의 경우, 오피스 공급량 대비 친환경 빌딩이 2007년 0%에서 2019년 9%까지 증가했습니다. 이는 기존 건축물에 대한 친환경 시스템 도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싱가포르는 물론, 상하이, 홍콩, 베이징 등 아시아 주요 도시 또한 그린빌딩 도입비율이 20%를 상회합니다.


이러한 흐름은 머지않아 우리나라에서도 대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의 영향력이 강한 국내 부동산 시장 특성과 포지티브 규제를 바탕으로 발전하는 국내 자본시장 특성상, 향후 부동산 산업에 대한 ESG 도입은 규제 위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새 정부가 건설산업에 환경 규제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은 크게 보이고 있지 않지만 본격적으로 심화된 규제가 도입될 경우 관련 기업들 입장에서는 리스크로 작용할 것입니다. 

잠재적 리스크에 대비해 지금부터 발빠른 대응이 필요합니다. 투자 금융 업계는 ESG 기반 투자 기준을 속히 제정하고 건설산업체, 부동산 개발업체 등과의 교류를 통해 요구 수준에 맞는 기술 발전과 프로젝트 계획을 유도해야 합니다. 또한 정부는 관련 산업이 지나치게 위축되지 않도록 신중하고 체계적인 ESG 도입을 고민해야 합니다.


디지털화

과거의 친환경 건축물은 ‘티끌 모아 티끌’이라는 선입견이 팽배했습니다. 약간의 전기 사용 절감, 약간의 열 효율 증가 등 티끌을 모아도 건축비와 관리비용을 고려하면 경제적 타당성이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친환경 건축물을 건설하기 위한 건축비는 일반 건축물에 비해 훨씬 비쌀 뿐만 아니라 효율도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건설 기술 발전과 함께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정보기술의 폭발적 성장으로 인해 이제는 경제적 타당성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과거의 친환경 건축물 건설은 친환경 건자재를 사용하고 단열재를 통해 열 방출을 늦추며 빗물 저장 시설을 갖추는 등의 단순 물리적 차원의 친환경 실천이었습니다. 현재는 5G 시대로 접어들며 IoT(Internet of Things) 기술과 BEMS(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 기술로 건설과 디지털의 융합이 상용화되고 있습니다. 미국 공조냉동공학회(ASHRAE: American Society of Heating, Refrigerating and Air-conditioning Engineers)에 따르면 총 절감 가능 에너지의 77%를 BEMS를 통해 실현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가장 친환경적인 건축물로 선정된 네덜란드의 ‘The edge’의 경우, BEMS를 통해 동일 면적 빌딩 대비 전기 사용량을 30% 수준까지 감축했습니다. 건물 내 센서들이 각 층 인원, 공기조화, 조명 등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수집해 최적의 건물 환경을 제공합니다. 우리나라의 ‘코엑스’도 BEMS를 활용해 건물을 관리합니다.


또한 환경친화 빌딩은 건물의 노후화 속도는 느리면서 건물 임대료와 세입자 만족도는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최소의 에너지와 비용으로 최적의 건축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이를 가능케한 것입니다. 건물 소유주는 운영비용을 낮출 수 있고 임차인 입장에서는 최적 환경에 대한 프리미엄으로 더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유인이 됩니다.


한국의 가장 큰 장점은 디지털 기술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는 점입니다. 이미 오래 전 주택에서도 개인이 스마트폰을 통해 집안의 공기조화, 조명 등을 조절하는 기술이 등장했고 신축 주택에서는 상용화됐습니다. 부동산 산업에서 시설관리(FM: Facility management) 분야는 아웃소싱 업체가 현장 인력을 최소화하고 디지털 기술을 통해 중앙에서 통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ESG 흐름은 이러한 기술의 생활화를 가속할 것입니다. 뛰어난 정보기술을 바탕으로 장점을 극대화하도록 체계적인 유인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그린 파이낸싱

그린 파이낸싱의 방법 중 하나가 ESG 채권입니다. ESG 채권은 그린 본드, 소셜 본드, 지속가능본드로 구분되며 각각 E, S, G를 대표합니다. 이중 부동산 ESG에 적극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 그린 본드입니다. 그린 본드는 환경친화 프로젝트에 투입될 자금을 조달하는 목적으로 발행됩니다. 2007년 최초로 유럽투자은행에서 발행한 뒤 2019년 그린본드 시장은 2,500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했습니다.


친환경 건축물에 직접적으로 관련한 그린본드는 비교적 최근인 2015년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은행에서 발행됐습니다. 이 채권은 호주와 뉴질랜드, 아시아 일부 그린빌딩과 재생에너지 대출에 사용됐으며 이후 규모가 성장해 현재 그린빌딩 연계 그린본드는 전체의 25%에 이릅니다.

그린 파이낸싱은 단순히 ‘옳은 방향성’을 넘어 경제적 이점도 입증되고 있습니다. 2019년 글로벌 ESG 펀드의 35%는 상위 25%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주요 ESG 펀드는 COVID-19 초창기 시장 하락기에도 시장 수익률을 상회했으며 유럽 전체 펀드 시장에서 202조원의 자금이 이탈하는 동안 ESG 펀드에는 오히려 20조원의 자금이 유입됐습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정보기술 기업으로의 집중 투자와 함께 석유석탄 기업 등 환경오염 이슈가 큰 기업들에 대한 투자 배제가 병행됐기 때문입니다. 해외 주요 투자금융 업계는 ESG에 부합하지 않는 기업들에 페널티를 부과하기 시작했습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건설산업은 GDP의 약 15%, 지역에 따라서는 GRDP의 약 30%까지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큰 산업입니다. 환경 영향에 책임이 큰 건설산업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향후 건설과 부동산 산업에 ESG를 도입했을 때, ESG의 영향력이 효과적으로 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ESG 도입 자체가 쉽지 않을 수 있으며 체계적인 도입에 실패할 시 그 부작용 또한 커질 수 있습니다.

ESG는 금융산업을 필두로 빠르게 도입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기준은 없으며 여러 민간기관들이 이를 수탁해 ESG 요소를 평가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산업에서의 ESG는 환경 이슈를 중심으로 빠르게 규제, 디지털화, 그린 파이낸싱 트렌드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세계의 트렌드는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를 뒤쫓아가는 형국입니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이는 또 하나의 새로운 시장 탄생이며 발 빠르게 대처함으로써 기회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1. 표준화된 국내 ESG 원칙 필요

ESG의 핵심은 관련 요소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적용할지가 관건입니다. 환경 분야의 경우 비교적 계량화가 용이하나, 사회적 책임이나 지배구조의 경우 요소 선별부터 기준 설정이 모호한 경우가 많습니다. 다수의 기업들이 ESG 경영을 선언하며 조직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나 이는 개별 기업 차원의 대응입니다. 현재 ESG 기준은 각 조직별로 천차만별이며 이는 해외 자본 유입에 있어서 한국의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 차원, 혹은 각 산업군 별로 사회 전반에 통용되는 대원칙이 필요합니다. 이 기준은 ESG가 자리잡는 데까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하고 명확히 확립되어야 합니다. 또한 대원칙의 바탕이 될 ESG 기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정보는 범람이라 표현할 정도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다양한 변수들 중 어떤 데이터를 골라내고 수집할지 시스템 체계를 개발하고 이 데이터를 참고해 기준 원칙을 세워야 합니다.


2. 부동산 투자 금융 제도와 ESG의 연결

부동산 산업에 빠른 ESG 도입을 위해서는 자금 공급과 중개 역할을 하는 부동산 금융산업의 역할이 가장 중요합니다. 국내 부동산 투자 금융은 대체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Project Financing), 부동산 펀드, 리츠(REITs)로 이루어집니다. 이중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부동산 규모를 막론하고 가장 대중적인 자금 조달 수단입니다.

현행 제도 하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Project Financing Vehicle)를 설립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근거는 개별법이 아니라 「조세특례제한법」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부동산펀드나 리츠 등 다른 구조화금융기구와 달리 별도의 법률체계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한시법으로서 불안정한 지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행 규정은 2022년까지만 유지됩니다. 이렇듯 불안정한 지위는 최근 사회적인 논란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개별 근거법을 제정함과 동시에 ESG와의 결합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일반적인 기업 금융과 달리 특정 사업만을 목적으로 하는 자금 조달 기법이라는 점에서 그린 파이낸싱이 더욱 용이해질 수 있습니다. 해당 프로젝트의 ESG 기준과 과정, 성과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처음과 끝이 비교적 명확합니다. 특히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그린본드와의 시너지가 좋을 것으로 보입니다.


3. 인센티브 제도 구축

국내 부동산 산업과 건설 산업은 한국 특유의 국민 감정과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인센티브보다는 규제 위주로 제재를 받아왔습니다. 현재도 각 지자체 별 조례에 따라 친환경 건축물에 대한 인센티브는 존재하나, 대다수가 용적률과 높이 제한 완화 등 건설 규모에 한정되어 있으며 완화 범위도 미미합니다.

앞으로 전세계적 흐름에 따라 우리나라 또한 ESG 기준에 의한 규제는 필히 강력해질 것입니다. 관련 산업이 위축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에 맞추어 인센티브도 충분히 제공해 각 기업들의 신속한 ESG 도입을 유인해야 합니다. 부동산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유입되는 금융에 세제 혜택 등의 인센티브가 있겠습니다.

인센티브 기준 또한 많은 기업들의 창의적인 해결을 촉진하기 위해 결과에 따르는 방식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쓰레기 처리 기준에 있어서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세세한 방식에 집중하기보다 얼마나 많은 양을 줄였는지,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친환경적으로 처리했는지가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4. 전략적 접근

ESG 패러다임은 완전히 새로운 트렌드는 아니지만 새로운 시장의 탄생입니다. 국내 ESG 금융시장과 부동산 시장은 초기 단계지만 이미 해외에서는 ESG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ESG 역량은 기업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경쟁력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ESG는 기존의 플레이그라운드를 제한한다는 관점보다 새로 생긴 플레이그라운드에 어떻게 전략적으로 접근해서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기업은 ESG를 새로운 사업 기회로 바라보고 정부는 확대 도입에 대한 유인을 제공해야 합니다.



참고

김영덕. (2021. 06.). ESG 확대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영향 및 전망. Real Estate Issue & Market Trend Vol.23 32-37. 하나자산신탁.

오원진. (2020.10.16.). The Green and Digital-기후변화에 따른 부동산 투자시장의 패러다임 전환. 이지스 자산운용 리서치 센터.

이경자. (2020.12.22.). 부동산의 ESG, 선택이 아닌 필수.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금융/리츠팀.

최순영. (2021). 해외 금융회사의 ESG 경영 현황 및 시사점. 자본시장연구원, 이슈보고서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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