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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rban Syntax May 20. 2022

부동산과 ESG - 1

ESG는 부동산에 어떻게 적용되는가?

지난달 한국기업지배연구원이 HDC현대산업개발의 ESG 등급을 조정했습니다. S(Social) 부문의 등급을 B에서 C로 하향조정했는데요, 사회 전반에 많은 화제가 되었던 광주에서의 붕괴사고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지배구조(Governance)를 의미합니다. ESG 패러다임의 배경에 대해 정치외교적 관점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은 사실입니다. 또한 이전부터 거론되던 SRI(Social Responsible Investment),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등과 맥락이 비슷해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많습니다. 그러나 ESG는 투자성과와 수익률의 최적 균형 또한 고려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금융산업을 필두로 비교적 체계적으로 정착되려는 움직임이 뚜렷합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 Rock)의 CEO 래리핑크(Larry Fink)가 지난 2020년 annual letter에서 ESG를 언급하며 가장 큰 화두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그가 앞으로 다른 행보를 보일 거라 해석될 수 있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ESG의 재무적 가치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춘 것으로 보입니다.

"...likely to support proportionately fewer this proxy season than in 2021, as we do not consider them to be consistent with our clients’ long-term financial interests,”


미국 정가에서도 ESG 속도조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은 ESG가 기업들의 내부부터 좀먹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Those three are now working to undermine the company from the inside...”


아직까지 ESG 패러다임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향후 미래에 ESG가 탄탄하게 자리잡을지, 혹은 지나가는 바람일지는 두고봐야할 것 같습니다.



부동산 ESG?


글로벌 지속가능 투자의 자산배분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2020년의 유엔환경계획(UNEP)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 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35%가 건물 및 건설과 관련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탄소 배출량에 있어서는 38%가 건설업(10%) 및 직·간접적 건물 운용(28%)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건설 산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부동산 분야가 탄소 중립을 위해 기여해야 할 책임이 작지 않다는 뜻인 동시에 ESG 관련 시장에서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현재까지 부동산 투자시장에서의 ESG에 대한 관심은 비교적 계량적인 평가가 용이하고 투자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환경(E) 문제가 최우선입니다. 기존에 LEED, BREEAM과 같이 친환경 건축물에 대한 인증 체계가 이미 존재한다는 점도 이러한 경향과 맥을 같이 합니다. ESG에서 환경 문제 관련한 이슈로는 생물 다양성, 토지 오염, 소재, 쓰레기 관리 등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사회(S)와 지배구조(G)에 대한 관심도 환경 문제에 뒤따라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부동산 투자와 연관된 이해관계자와의 관계, 자금의 투명성 등을 측정하기 위한 평가 방법이 개발되고 있으며 현재 해외 다양한 기관이 이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사회와 관련된 이슈로는 커뮤니티, 건강 및 안전, 인권, 임차인에 대한 태도 등이 있으며 지배구조와 관련된 이슈로는 비리 방지, 법률 및 규제 준수 여부, 임대계약의 ESG 조항 등이 있습니다.


세계는?

세계 주요 연기금에서 부동산에 있어서도 ESG 관련 투자원칙 및 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CalPERS)은 부동산 투자 시 에너지 효율, 자원 사용, 공정 임금 등을 고려합니다. 네덜란드 공무원 연금(ABP)은 부동산, 인프라 투자에 지속가능지수 벤치마크를 도입했으며 캐나다 공적연기금(CPPIB)은 Sustainable Investing Group을 조직해 부동산 투자 시 ESG 요인 평가, 투자 과정 상 실사와 감시를 담당하도록 합니다. 일본 국민연금(GPIF)은 2017년부터 부동산 포함 모든 자산군에서 ESG를 측정하도록 했습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 PF), 자산유동화증권(Asset Backed Securities: ABS) 등 부동산 자금조달 Vehicle에 있어서도 ESG 요소가 추가되고 있습니다. 2019년 Goldman Sachs는 파리 ‘River Quest’ 빌딩을 대상으로 최초의 그린 유러피언 상업용 부동산 저당증권(CMBS: Commercial Mortgage-Backed Securities)을 출시했습니다. 해당 유동화증권은 친환경으로 인증된 상업용 부동산만을 담보로 자금조달을 실행합니다.

전세계 금융과 리츠를 주도하고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45%를 차지하는 미국은, ESG 전략을 실행하는 부동산 운용사와 리츠가 2010년 30개, 자산 규모 244억 달러에서 2018년에는 108개, 2,274억 달러로 급증했습니다. 이들은 대체로 2030년 경까지 ESG 목표를 가지고 있기에 부동산에서의 ESG 트렌드는 그 중요성이 작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Blackstone

글로벌 부동산 운용사 1위인 블랙스톤은 부동산 자산운용사 최초로 탄소배출 절감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2021년부터 자산을 매입한 후 3년 동안은 탄소 배출량의 15%를 줄이는 것입니다. 프랑스의 에너지 관리 기업인 ‘슈나이더 일렉트릭’과 협력해 구체적인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합니다.

블랙스톤은 이러한 에너지 절감 정책이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라 믿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 예로,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소유했던 힐튼 호텔은 탄소배출량 30%, 폐기물 32%, 에너지와 물 사용량을 22% 줄여 보유기간 동안 1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라스베이거스의 코스모폴리탄 호텔에서는 전체 에너지 소비를 18% 줄여 6년간 180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물류센터와 맨하탄 동부 주거 개발 지역 Stuyvesant town에도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Brookfield

캐나다의 브룩필드는 세계 최대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 중 하나로, 브룩필드 재생에너지, 브룩필드 인프라스트럭처, 브룩필드 프라퍼티 등의 자회사를 통해 3천억 달러를 투자합니다. 이들은 주로 친환경 건축물 기술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ESG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오피스와 리테일 부동산 자산에 대한 환경 기준은 높습니다. 이를 통해 임대료 상승 및 운영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으며 이미 몇 해 전 앞으로 모든 신규 개발 프로젝트가 LEED Gold 등급으로 이루어질 것이라 발표했습니다. 그 결과 북미 오피스 포트폴리오는 52개의 LEED, 42개의 에너지 스타, 50개의 BOMA 360(Building Owners and Managers Association 360 Performance Program – BOMA가 건축물 유지관리/생활 안전과 보안/교육/에너지/지속가능성/임차인과의 관계 등 6개 영역을 평가하는 프로그램)을 획득했습니다. 호주와 유럽에서는 29개의 NABERS(National Australian Built Environment Rating System), 7개의 그린스타, 4개의 BREEAM을 획득했습니다.

선진국 뿐만 아니라 신흥국에서도 이와 같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브룩필드 프라퍼티가 개발한 인도의 Park City는 ‘Indian green building council’로부터 인증받았으며 100개 이상의 전기자동차 충전시설과 태양광 시설 보유하는 등 에너지 절감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또한 재생에너지 비즈니스는 전년대비 탄소배출량을 20% 감축하는 성과를 냈으며 브라질 전력 송전탑 ‘Quantum’은 전력의 75%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등 인프라 운용에서도 ESG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Ascendas REITs

싱가포르 투자청(GIC)를 내세워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싱가포르, 그리고 싱가포르에서 가장 많은 그린 포트폴리오를 가진 아센다스 리츠는 지난 2020년 ‘Green finance framework’를 개발했습니다. 이는 그린본드를 발행하거나 자금을 투자하고 관리하는 기준으로서, 아센다스 리츠는 이에 따라 자금을 조달합니다. 이 기준 아래 조달된 자금은 그린빌딩 등 그린 프로젝트에만 사용됩니다.

2020년 8월에는 1억 싱가폴달러, 9월에는 3억 싱가폴달러의 아시아 최초 부동산 그린 영구채를 발행했습니다. 기초자산은 Green mark의 Platinum 등급을 인증받은 ‘Aperia’ 빌딩으로, 2개의 오피스동과 3층의 리테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부동산 투자는 대부분 사모시장으로 형성되어 있어, ESG에 대한 압력이 비교적 낮은 편입니다. 또한 ESG 실행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가 미약해 민간 차원의 자체적인 참여가 저조합니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9년까지의 기간 동안 서울시에서 녹색 인증을 받은 건축물 중 인센티브를 얻은 사례는 8.4%에 불과합니다. 향후 연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ESG를 부동산 투자에 도입할 경우 국내에서도 확대될 전망입니다.


국내에서는 소위 '이마코'로 불리는 이지스 자산운용, 마스턴 투자운용, 코람코자산운용을 중심으로 ESG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지스 자산운용

국내 부동산 펀드 설정원본 1위, 부동산 운용 자산규모 아시아 3위인 이지스 자산운용은 ESG 전담조직을 만들기 위해 지속가능개발팀을 설치했습니다. 지속가능개발팀은 전담조직 설립 준비와 ESG 경영 가이드라인을 제작합니다.

또한 보유한 자산군에도 친환경 건축물을 편입했습니다. ‘이지스 오토웨이 타워’는 2019년 GRESB 평가에서 5성 등급을 받았으며 아시아 지역 비상장 오피스 부문 1위, 글로벌 상위 8%, LEED에서는 Gold등급의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해당 건축물은 실시간 에너지진단 웹서비스(Soft-BEMS)를 통해 에너지 소비량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합니다.


마스턴 투자운용

국내 부동산 자산운용사 2위인 마스턴 투자운용은 이사회 직속 ESG위원회를 설립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각 부문의 대표, 부대표로 구성된 ESG협의체와 ESG실무추진단을 함께 발족했습니다. 또한 총 200억원 규모의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했습니다. 지속가능채권은 녹색채권과 사회적채권의 혼합적 성격을 띄고 있습니다. 해당 채권은 한국기업평가의 ESG 최고 등급 ST1을 받았으며 발행 대금은 친환경 건축물 건설 사업과 청년임대주택 건설 프로젝트에 투입됩니다.


코람코 자산운용 · 코람코 자산신탁

국내에서 부동산 자산운용과 리츠로 잘 알려진 코람코는 ESG위원회, ESG사무국, 실무단을 설립해 ESG 경영에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2015년 카이스트와 공동 개발한 그린스마트 빌딩 지표를 바탕으로 투자와 운용을 진행하고 있으며 2018년부터는 LEED 플래티넘 등급 이상 인증 받은 자산을 편입하고 있습니다. 또한 ‘신촌 케이스퀘어’와 같이 Value-add 방식으로 투자해 기존 노후 설비를 개선하고 신재생에너지 설비, 에너지 효율화 시스템 등을 도입함으로써 친환경 자산으로 리모델링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합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코람코에너지플러스리츠를 통해 보유 중인 187개 주유소 중 27개 주유소를 매각하고 확보한 현금을 전기차 충전소 등 친환경 자산에 재투자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혹은 경영이 악화된 주유소를 철거하고 친환경 시설을 신축하는 방안도 고려 중입니다. ‘가산 데이터센터’ 개발 프로젝트에서는 친환경 설계 및 전력효율을 극대화해 녹색건축물 최우수 등급 확보를 목표하고 있습니다.


ESR 켄달스퀘어 리츠

홍콩에 본사를 둔 ESR그룹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 물류 부동산 플랫폼이며, GRESB 디벨로퍼 평가에서 아시아 전체 산업 부문 1위에 선정될 만큼 ESG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우리나라에 상장한 ESR 켄달스퀘어 리츠의 기초자산은 ESG 기준에 맞는 자산 포트폴리오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부천 물류센터, 고양 물류센터가 LEED의 Gold등급입니다.




참고

김영덕. (2021. 06.). ESG 확대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영향 및 전망. Real Estate Issue & Market Trend Vol.23 32-37. 하나자산신탁.

오원진. (2020.10.16.). The Green and Digital-기후변화에 따른 부동산 투자시장의 패러다임 전환. 이지스 자산운용 리서치 센터.

이경자. (2020.12.22.). 부동산의 ESG, 선택이 아닌 필수.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금융/리츠팀.

최순영. (2021). 해외 금융회사의 ESG 경영 현황 및 시사점. 자본시장연구원, 이슈보고서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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