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묘하다
결국 나에게는 두 개의 난포만 보였고 실망했지만 또 그게 어디냐 하는 마음으로 다잡고 병원으로 향했다. 드디어 난자 채취를 하는 것인데 간단한 시술 이라고들 하지만 마취를 하는 수술이었다. 준비해야 할 것도 많았다. 내가 다니고 있는 병원 기준으로 보자면 전날 저녁식사 후 처방된 변비약을 먹고 장을 비워야 했다. 그리고 밤 12시부터는 물도 한 모금 먹지 못하는 금식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수면마취를 하기 때문에 당일엔 자가운전도 안되었고 화장, 렌즈, 매니큐어, 귀금속 착용도 금지였다. 아! 3일 전부터 부부관계도 금지였다. 괜히 하지 말라는 것과 하라는 것들이 많으니 더 긴장이 되었다. 병원에서 준 안내문을 읽고 또 읽으며 잘 준비하고 있는데 맞는지 몇 번이나 확인했다. 열심히 주사도 맞고 약을 먹으면서 준비했는데 기회가 날아가버리면 안 되는 것 아니겠는가? 난임 카페 선배들은 잘해보겠다고 운동을 열심히 했더니 이미 배란이 되어 버려 채취를 못했다는 사람도 있었고 아침에 일어나 평소 버릇처럼 물을 한가득 마셔서 곤란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아... 떨려... 실수하면 안 되는데...
자는 둥 마는 둥 아침을 맞이하고 병원 수술실 앞에 대기를 하고 있었다. 웬걸? 대기실 앞에 사람이 엄청 많은 거다. 시험관 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나? 잠시 생각했지만... 아... 나는 일반 병원에서 진행 중이었지... 다들 출산하러 오신 거였다. 남편들이 초조하게 보호자 목걸이를 하고 기다리는 모습이 서러웠다. 아니야... 괜찮아... 우리도 10개월 뒤엔 출산하러 올 거야! 남편과 의지를 불태우며 서로를 위로했다.
수술실은... 정말 언제나 무섭다. 본의 아니게 2번의 수술을 경험한 나로서는 그 차가운 분위기가 오히려 트라우마가 된 것 같다. 침대에 누워 소독하고... 여러 기기를 몸에 달고... 준비가 끝나고 기다리는데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아는 사람이 있으니 어찌나 반갑던지... 살짝 손을 잡아주시며 "잘 될 거예요. 걱정하지 말고 한숨 푹 자고 만납시다." 하시는데... 아... 마취하는데 울어도 되나요? 말 한마디가 이렇게 중요한 거였구나. 나도 앞으로 떠오른다고 막 뱉지 말고 좋은 이야기만 해야지... 하다 잠들었다.
깨어나니 회복실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다행히고 공난포가 없이 둘 다 채취가 됐어요. 잘해서 둘 다 이식해 봅시다." 하셨다. 한시름 놓았다 싶었다. 약기운에 조금 더 누워 있다 나가니 남편이 기다리고 있었다. 혼자 계속 태어나는 아가들을 보며 아침의 힘 내보자는 결심은 날아가고 힘이 빠진듯해 보였다. 에구... 이래서 난임 병원 가는 건가? 그래도 좋은 소식을 전했다. 2개지만 잘 채취되었다고. 수고했다고 위로해주는 손길이 따뜻했다. 어쩌면 서로 이 따뜻한 손길만 주고받으면서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포기가 안된다. 우리도 곧 출산하러 올 거다. 꼭 그럴 거다. 꼭 만나고 싶다. 나만 힘든 건가? 괜히 기분이 묘하다... 마취 때문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