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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호할미 Sep 23. 2020

널 만나려고

시험관도 어려운 거였어

 주사를 내손으로 아침저녁마다 내 배에 열심히 놔주었다. 마음은 이미 임산부. 잘 자라고 있겠지? 정말이지... 시험관이라는 것이 나를 조금 이상하게 만드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실은... 여성이 임신을 해도 대부분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 병원을 가거나 테스트를 해 봐야 알고... 임신 사실을 안다고 해도 바로 엄마 모드로 전환이 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나는 주사를 맞으며 내 안에 나의 난포도 내 자식 같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주사를 맞으면서 '내 새끼... 잘 자라고 있는 거니?'라는 생각이 든다거나 놀랄 일이 생기면 '괜찮니?' 하며 배부터 움켜쥐게 되고... 추후 이야기이지만 수정란이 건강하지 못해 도태되면 그것도 뭔가 아이를 잃은듯한 기분이 든다는 것이었다. 아... 정말 정신을 붙잡고 있기가 이만저만 힘든 일이 아니었다.


 열심히 주사는 놓으며 다른 분들의 글을 읽어보니 난포가 5-6개씩 생긴 사람도 있었고 심지어는 24개가 자란 사람도 있었다. 난포가 너무 많이 자라 오히려 복수가 차는 등 고생을 했다는 것이었다. 글을 읽으며 나도 한껏 기대에 부풀어 병원엘 갔다. 초음파 결과 나는 겨우 2개가 자라고 있었다. 순간 뭐지? 하는 생각과 우울감이 한참 밀려왔다. 적어도 5개는 생기는 것 같던데... 나는 왜 이런 거지? 주사 시간이 달라질까 알람까지 맞춰가며 열심히 맞고, 안 하던 운동도 하고... 노력을 했는데... 결과가 왜 이런 거지? 우울한 생각이 얼굴에 금방 드러났는지 의사 선생님께서 바쁘게 위로를 해 주셨다. 2개여도 잘 커주기만 한다면 아무 문제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아예 생기지 않아 시도도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잘 자라도록 남은 기간 더 노력을 해보자며 어깨를 두드려 주셨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나는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시험관에 대해 엄청 망설였었다. 뭔가 아기를 만들어 내는 느낌을 받았다고 해야 할까?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주사를 맞고 여러 가지 인위적인 일들을 벌여도 결과가 별반 다르지 않은 느낌이었다. 오히려 이 사건으로 신을 더 인정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아... 정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심지어 시험관 임신도 신의 영역이구나...


 선생님의 위로를 받고 몇몇 더 추가된 주사를 받아 들고는 심호흡을 했다. 괜찮아... 괜찮아... 두 개라도 시도해 볼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그런데, 시험관 선배들의 말로는 공난포라는 것이 또 있다는 것이다. 난포는 자라는데 그 안에 있어야 할 난자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정말... 산 넘어 산이구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데...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야 안 받을 수 있는 건지...


 고민과 걱정을 거듭하면서도 시간은 흘러갔다. 난자 채취일이 정해지고, 항생제도 처방받고 채취 당일날 먹어야 할 약들도 처방받고 난포가 터지도록 도와주는 주사도 맞고, 얼마나 떨리던지... 머릿속엔 공난포가 아니겠지? 하는 걱정만 가득했다. 아... 정말 나만 이렇게 어려운 건가? 시험관은 주사만 잘 맞고 시술 잘하면 되는 건 줄 알았는데... 이렇게 어려울 줄은... TV에서도 주사 몇 대 맞고 테스트기 보는 장면밖에 안 나오던데... 시험관도 너무 어려운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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