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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호할미 Sep 11. 2020

널 만나려고

이것도 모성인가?

 난임 판정후 인공수정을 두 차례 치르고 결국 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시험관 시술에 도전을 하게 되었다. 뭔가 왠지 모를 두려움에 시험관 시술만은 피하고 싶었는데... 인공수정을 통해 우리 부부는 아이를 갖지 못했다.

 인공수정 과정도 충분히 어렵고 힘들었는데... 시험관은 좀 더 힘들었다. 내가 진행하는 방법에서는 그 두 가지가 주사량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 인공수정을 진행할 때는 병원에 방문했을 때 한두 대씩 주사를 맞는 게 다였는데 시험관을 진행하면서 아침에 하나, 저녁에 또 하나. 그리고 더욱 무시무시했던 것은 내가 내 손으로 그 주사를 내 배에 놔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주사가 엄청 무서웠다. 심지어 7살쯤 너무 무서워 엉덩이에 힘을 가득 주는 바람에 바늘이 안 들어가서 소동을 피운 적도 있다. 덕분에 주사를 맞을 때마다 나만큼 마음이 약했던 아버지는 선물을 하나씩 사주셨다. 아무튼... 그렇게 주사를 무서워하는데... 내 손으로 내 배를? 가능한 일인 건가?


 인터넷을 뒤져보니 나 같은 사람이 꽤나 많았다. 너무 무서워서 남편이 매번 놔준다는 사람도 부지기수고 심지어 비용을 지불하며 매번 병원에 가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직장생활 중이어서 매번 병원에 갈 수도 없었고... 내가 주사를 들고만 다녀도 자기가 맞을 주사인 마냥 미간을 찌푸리는 남편에게 부탁하는 건 더더욱 힘든 일이었다. (남편 말로는 무서워서가 아니라 내가 안타까워서라고 했다.ㅋㅋ) 

 간호사로 일하는 지인에게 부탁을 해볼까도 생각을 해봤다. 하지만 그 지인과 내가 스케줄을 맞추는 것도 보통일이 아닐 것이며 난임 시술을 아직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뱃살을 생으로 공개한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결국 부끄러움이 두려움을 이겼다. 


 병원에서 충분한 설명을 들었지만 역시 더 힘이 되는 카페 선배님들... 친절한 설명과 함께 동영상도 올려놔 주셨다. 열 번도 넘게 돌려 보다가 드디어 나도 시도하게 되었다. 어? 의외로 별로 아프지 않았다. 후기를 찾아보니 몇몇 주사를 제외하고서는 주삿바늘이 워낙 얇아 아프지 않다는 것이었다. 괜히 긴장했군... 그리고... 뱃살이 많으면 더 안 아프다는 투머치 설명도 함께 있었다. 뭐... 꼭 내 뱃살이 든든해 덜 아팠던 건 아닐 거야... 아마 주사도 이겨내는 나의 간절함... 그것 때문에 그 주사도 이겨낼 수 있었던 거라 생각한다. 아마... 이것도 모성본능 아닐까? 내 마음은 이미 엄마이니까. 어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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