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호할미 Aug 26. 2020

널 만나려고

인공?? 수정, 시험관??

 내가 난임인걸 알기 전까지는 진짜 그랬다. 인공수정이 뭔지 시험관 시술이 뭔지 구분도 할 줄 몰랐다. 아마... 겪어보지 않으신 분들은 대부분 나처럼 그랬을 것이다. 인공수정은 약이나 주사 등으로 과배란을 하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 배란의 속도를 조절하기도 해서 알맞은 때에 약품 처리된 정자를 기구를 통해 자궁 안쪽으로 전달해 주는 방법이다. 내가 느끼기엔 비교적 일반 임신과 비슷하게 진행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주변에서 경험한 사람도 꽤 많은 시술이었다. 다만 시험관은 과배란을 해서 마치 수술 같은 시술을 통해 난자를 내 몸에서 뺴 내어 또 남편의 체외에서 약품처리 건강한 정자를 하나씩 임의로 주입하여 수정란을 시험관에서 며칠 배양한 뒤 다시 여자의 자궁으로 보내 주는 방법이라 볼 수 있다. 

 처음에 선생님께 설명을 들으면서도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인공? 수정? 시험관? 다 익숙하지 않은 단어였고 뭔가 인공이라는 말도 왠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억지로 하는듯한 뉘앙스로 느껴지고... 시험관은 더더욱이 그랬다. 영화에서나 봤을법한 장면들이 머리를 스쳤다. 아기가 엄마 뱃속에 있는 모양 그대로 시험관에서 자라고 있는듯한 모습...(난 도대체 뭘 봤던 걸까?) 하지만 의사 선생님께서는 단호하셨다. "지금 나이도 어리지 않고, 원인 미상이 오히려 더 힘들어요. 원인이 있으면 그걸 고치기라도 하면 되지만 아닌 경우 많은 횟수 시도를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더 고민할 것도 없었다. 그래서 당장 첫 번째 인공수정이 시작되었다. 


 처방받은 약을 일주일 열심히 먹고 병원에 다시 가서 초음파로 난자가 몇 개나 자랐는지 확인을 했다. 2개의 난포가 보인다고 하셨다. 난포가 자라는 것과 자궁 내막이 발달하는 속도를 확인하시고는 인공수정 시술 날짜를 정해 주셨다. 더불어 그 유명한 숙제하는 날도 알려 주셨다. 아... 그 난임 카페에서 다들 이야기하던 숙제... 잘할 수 있을까? 난임 카페에서 다들 숙제하는 날이라면 남편들이 부담스러워한다고 하던데...(사실... 내 짝꿍도 다르지 않았다. 굉장한 사명감이 어깨에 얹힌 듯 마음이 힘들다고 했다.) 그런데... 난포가 두 개라니? 원래 한 달에 하나씩 나오는 거 아니었나? "선생님, 난포가 두 개인 상태에서 인공수정을 하면 저는 쌍둥이를 임신하게 되나요?" 지금 생각하면 참 부끄러운 질문이었다. 인공수정이 한다고 다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그중 하나라도 수정이 되면 다행이고 정말 감사한 일이란 걸 깨닫는 데까지는 금방이었다. 몸소 이치를 깨닫는 날까지는 콧노래를 부르며 쌍둥이 유모차를 검색해 봤다지... 과거의 나... 귀여웠네...


 어찌어찌 숙제도 잘하고 인공수정을 하던 날... 남편이 두세 시간 정도 먼저 병원에 방문해 비밀의 방으로 불리는 곳에서 정자를 의사 선생님께 잘 가져다 드렸다. 그것을 몇 시간 동안 상태도 확인하고 약 처리도 하여... 이제 내 차례... 시술을 받고 잠시 누워 안정을 취하다 나오니 끝. 채 20분 정도도 안 걸리는 것 같았다. 심지어 남편이 회사 일로 바빠 먼저 간 상태라 혼자 시술을 받고 나왔다.  뭔가 허무하면서도 당장 임신이라도 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일주일 정도 후에 착상에 도움이 되는 주사를 병원에 와서 맞으라는 말씀과 추후 피검사를 통해 임신 여부를 검사해 본다고 설명해 주셨다. 그리고 "꼭 임신해서 만나요"하시는 의사 선생님 말씀이 엄청 힘이 되면서도 더욱 기대를 북돋아주었다. 피검사를 하는 날까지 나는 마치 임산부라도 된 양 음식도 조심... 말도 조심... 심지어 좋아하던 드라마도 가려가며 보고 남편은 집안일을 나서서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만큼 우리 부부가 기대하고 원했다는 이야기겠지...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인공수정을 나의 신체에 어떤 변화도 일으키지 못했다. 아!! 마음의 변화는 확실히 일으켰다. 난 정말 간절하다는 것과 앞으로 쉽지 않겠다는 절망감... 그래도... 아이에 대한 간절함을 확실히 알게 되었음에 감사하며 다음 도전을 준비하기로 했다. 꼭 만날 수 있겠지?

작가의 이전글 널 만나려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