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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호할미 Aug 13. 2020

널 만나려고

꼭 만나고 싶습니다.

 누구나 다 그러하겠지만 내가 난임일 거라 상상도 해 본 적은 없었다. 더더군다나 남편이나 나 모두 특별한 원인이 없는 원인 미상의 난임이라 더더욱이 난임일 거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 그래서 어리석게 피임도 하고 그랬었다.)

 난임인걸 알고는 의지할 곳이라고는 의사 선생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주변에 난임이라 어떤 시술을 한다고 고백해온 사람도 없었고... 두껍기로 유명한 임신과 출산 관련 책을 찾아봐도 난임에 대해선 원인도 그다지 설명해주지 않고 인공수정은 어떻게 하고 시험관은 어떻게 한다 식의  서너 장 정도의 설명이 다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원인도 너무 다양하고 해결방법도 딱히 정해진 게 없어서인 듯하다.) 의사 선생님께 묻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비교적 친절한 의사 선생님을 찾아온 터라 질문을 못하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실은 아는 게 있어야 질문도 가능하지 않은가?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는 심정으로 주변에 "나 난임이래. 원인은 없지만 원인이 없어서 오히려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더라."라는 고백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본인의 이야기를 함께 털어놔 주었다. 결혼 후 2년이 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아 결국 인공수정을 통해 아이 둘을 모두 출산한 언니도 있었고, 어디 털어놓지도 못하고 혼자 7번째 시험관을 진행하고 있는 커플도 있었다. 용하다는 박사님을 소개해 주기도 하고 인진쑥에다가 흑염소까지 좋다더라 하는 음식은 모두 알려 주었다. 아... 나만 힘든 게 아녔구나. 말하지 않았을 뿐 다들 사랑스러운 지금의 아이들을 가지기 위해 엄청난 노력들을 해 온 것이었다. "뉴스는 다 뻥인가 봐. 안 낳는다고 그리 난리 더니... 내 주변엔  다들 낳고 싶어서 이렇게들 노력하고 있는데..." 그날 처음으로 속에서 무언가가 쑤욱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정말이지 꼭 만나고 싶다. 내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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