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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호할미 Aug 04. 2020

널 만나려고

새로운 도전은 어렵다

 산부인과 방문 후 여러 검사를 통해 결국 우리 부부는 공식적으로 난임부부가 되었다. 난임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이 썩 기분 좋은 일만은 아니지만  임신을 원하는 우리 부부로서는 현실을 직시하고 더 나은 방법을 알아볼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일단 병원에서는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등의 방법을 안내받았고 병원의 진단으로 인하여 나라에서 제공하는 지원금도 신청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부부는 이미 결심도 했고 아이를 너무 원하고 있었던 터라 더 망설이지 않고 비교적 주변에서도 경험한 사람이 많았던 인공수정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실은 무섭기도 하고 모르는 게 많아서 여기저기 물어보고 싶었지만 급한 성격을 지난 나로서... 그리고 주변에 차마 난임이라고 먼저 알리기 어려웠던 당시의 우리 마음으로 인해 오롯이 병원 선생님만 의지하며 준비를 했다.

 제일 첫 번째 관문. 생리 시작 이틀에서 삼일째 되는 날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병원을 방문하면 무엇을 하는 것인지 전혀 몰랐던 나는 '아... 약 처방 같은걸 해 주겠지?'라는 마음으로 병원을 방문했다. 그러나 생각지도 않은 일을 맞이했다. 생리 중에 초. 음. 파 검사라니? 그것도 멀쩡한 날 해도 불편한 질초음파를 그때에 하는 것이었다. 알았다고 해도 딱히 준비할 수 있는 건 나에게 없었지만 의사 선생님을 만나 초음파 이야기를 듣는 순간 몹시 당황스러웠다. "선생님, 저 생리 중인데요?"라고 되물었고 선생님은 "아, 미리 지난번에 설명을 못 드렸네요. 본래 생리 중에 초음파로 혹시 물혹 등의 문제가 있는지 확인을 하고 있답니다. 부담 가지지 않고 하시면 됩니다."라고 웃어 주셨다. 괜히 움추러 들기도 했고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님께선 아무렇지 않게 진행하셨지만 내가 그냥 미안하기까지 했다. 후에 난임 카페에서 이 일을 경험하는 동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들 나와 비슷한 기분이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현재는  '생리 이삼 일째 되는 날 산부인과를 오라는데 왜 그런 건가요?'라고 질문하는 새내기 동지들을 보면 영웅이 된 듯 설명해주며 뿌듯해하고 있다.

 그 어렵고 찝찝했던 단계를 넘어서 내 자궁에 특별한 이상이 없이 인공수정을 시도할 수 있는 상황임을 확인한 후 과배란을 위한 약을 처방받게 되었다. 일주일 동안 처방받은 약을 꼬박꼬박 잘 챙겨 먹고 다시 의사 선생님을 만나 배란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자궁내막은 잘 발달되고 있는지 또 확인을 해야 한다는 설명과 함께 첫 인공수정 시도가 시작되고 있었다. 

 힘든 초음파도, 암에 걸린 환자들도 먹는다는 조금 무서운 설명을 지닌 약도, 매일 같은 시간에 꼭 약을 먹어야 한다는 사명감도... 조금 어렵다. 처음엔 누군가가 내가 이런 시도를 하고 있다는 걸 알까 봐 무섭기까지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무사히 아기를 갖게 되기만 한다면 언젠가 이 일들도 다 추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너무 어려운 첫 경험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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