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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호할미 Nov 04. 2020

널 만나려고

10일이 이렇게 길었던가?

 잘 채취된 2개의 난자가 다행히도 수정까지 잘 이루어졌다는 소식을 전해 주셨다. 다만 수정란 냉동까지 진행하기엔 개수도 작고 무리가 있을 듯하여 이식을 바로 하자고 의사 선생님께서 이야기하셨다. 인터넷 선배들은 냉동하고 한두 달 쉬어야 가능성이 더 높다고 이야기들 하셨는데... 수정란이 냉동까지 못 견디면 시도조차 할 수 없기도 하고 엄마 자궁 안이 가장 안전할 수 있다는 말씀에 고민할 것도 없었다. 다만 2개? 그럼 쌍둥이가 되는 건가? 잠시 고민했지만 선생님은 선택할 기회도 주지 않으셨다. 본래 35세 미만은 3일 배양 2개, 5일 배양 1개까지 이식이 가능하고, 나의 경우 35세 이상으로 3일 배양 3개, 5일 배양 2개까지 이식이 가능하다고 하셨다. 그래... 어차피 가능하면 아이를 둘은 낳을 생각이었으니까... 한방에 둘도 나쁘지 않겠지... 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그저 해볼 수 있다는 게 어디인가?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이다.

 


 이식 당일, 방광이 커져 있어야 초음파가 잘 보인다면 2-3시간 소변을 참고 병원에 오라 하셨다. 긴장이 되었지만 이제 곧 임신을 할 것 같은 마음에 한껏 부풀어서 콧노래가 나왔다. 남편은 출근을 해야 해서 같이 동행도 못하고 혼자 가야 하는데도 뭐가 그리 신이 났던 건지... 내가 진행하는 병원에서는 이식 후 6시간 정도 누워있다 가는 걸 권하셔서 그동안 볼 책이며, 이어폰에... 아무튼 짐도 바리바리 싸들고 병원에 갔다. 수정이 잘 되었다며 웃으시는 의사 선생님을 보며 어찌나 기쁘던지... 이식은 의외로 5분도 채 걸리지 않고 끝이 났다. 다만 소변을 참고 시술을 하는데 초음파로 배를 어찌나 눌러 대시는지... 실수할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잘 이식되었다며 손 한번 꼭 잡아주시는 의사 선생님께 수고하셨다는 인사를 드리고... 6시간을 꼬박 누워 있었다. 허리도 아픈 것 같고, 조금 지루하기도 했지만... 소원하던 임신을 한다는데 이 정도가 대수일까? 


 이식을 하고 나면 그때부터 고난의 시작인 건 몰랐다. 10일의 기다림... 시험관 카페에 가보면... '이식 며칠째인데 테스터기에 나올까요?' '테스터기 지금 해도 주사 반응 아니고 임신 여부가 나올까요?' 하는 질문들이 수두룩 하다. 당연히 임신일 거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 10일은 나도 너무 힘들었다. 8일째가 되던 날... 결국 참지 못하고 손대지 말아야 할 것에 손을 대고야 말았다. 아... 한 줄... 같은 두줄이었다. 진짜 이게 한 줄인지 두줄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TV나 인터넷에서 봤던 그 선명한 두줄은 아닌데... 그렇다고 한 줄도 아닌... 그야말로 각도를 잘 조절해서 빛에 잘 비춰보면 두줄이고... 그냥 보면 마치 한 줄 같은... 아... 이래서 손을 대지 말라는 거였구나... 병원에 가서 피검사를 하기까지 이틀을 정말 쥐어짜도 시간이 안지나 가는 것 같았다. 


 운명의 피검사 날. 아침 일찍부터 목욕재계까지 하고 병원에 일등으로 갔다. 의사 선생님께 당당하게 한 줄 아닌 한 줄 같은 두줄의 테스터기를 보여 드리고 피검사를 마쳤다. 결과는 4시간 이후에 전화를 주신다는데... '피검사 수치 133!! 임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 정말 기다렸던 한마디를 드디어 듣게 되었다. 나 이제 엄마가 되는 건가? '그런데... 수치가 너무 높아요. 정상적인 임신일 수도 있고, 수치가 너무 높은 경우 쌍둥이이거나, 자궁외 임신일 수 있습니다. 초음파로 보일 때까지 안정을 취하세요.' 아... 정말... 이놈의 기다림은 언제 끝이 나는 건지... 끝이 있긴 한 건지...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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