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이다 나는 첫 번째 유산 이후로 3번의 시험관 시술을 더 이어 갔다. 한번 시도 후 임신이 되지 않으면 적어도 두 달은 쉬어야 한다. 쉬는 건... 시험관 시술을 쉬는 것이지 임신을 위한 노력은 계속 이어진다. 먹던 영양제를 계속 챙겨 먹고 혈액 순환을 위해서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자연임신 시도까지... 이쯤 되면 내 인생이... 아니 리 부부의 인생이 임신을 위해 돌아가는 것 같은 기분이다.
이전에는 몰랐던 사실들도 알게 되었다. 난 생기 주기가 딱딱 맞는 편이어서 배란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었는데... 자연임신을 시도하다 보니 배란이 다른 이들에 비해 원활히 되지 않고 있었던 것이었다. 보통 생리를 시작한 날부터 10일 후 부터면 가임기라고 보는데 병원에 가서 확인을 해봐도 배란을 준비 중인 난포만 계속 보였다. 그러면 또 선생님은 미션을 주시고는 3일 후에 보자고 하신다. 열심히 미션을 클리어하고 가도 계속 배란이 안되어 있는 것이었다. "어? 이게 왜 아직이지?" 하는 선생님의 혼잣말을 들으면 당왕스럽다. 물론... 난포가 자라고 있으니 큰 문제는 없겠지만 여태 남편과 내가 여성들의 호르몬 사이클을 알려주는 어플을 믿고... 또는 상식대로 계산해서 열심히 미션을 했던 것이 어쩌면 소용이 없는 것이었다. 아... 정말... 나에게 임신이란 지식도, 상식도 그 어느 것도 통하지 않는 것인가?
결국 3번 정도 배란을 확인하고도 안돼서 그달은 그렇게 지나갔다. 한 달을 그냥 또 날려버린 듯한 생각에 허무하기도 하고 뭘 해야 좋은 건지 알 수가 없어서 막막했다. 이렇게 임신이란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하고 3번의 시술이 지나가니 결국 10개월이 지났다. 첫 인공수정부터 해서 2년 6개월이 꼬박 지나갔다. 그 사이 나는 첫 시도에서 쌍둥이 임신과 유산도 경험했고, 수치로만 임신을 확인한 채 아기집을 확인하지 못하고 종료되는 이른바 화학적 유산도 2차례나 경험했다. 포기하기도 어려웠다. 성공도 해 봤고, 수치도 계속 보인다고 하지... 더 간절해졌다. 그때 습관성 유산 검사라는 것을 들었다. 내가 다니는 병원만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유산을 3회 이상 경험해야 이 검사를 해 볼 수 있다고 이야기하셨다. 무슨 이유인지는 못 여쭤 봤지만 뭔가를 또 시도해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이걸 검사하면 이제 다 되는 것 아닐까 하는 기대가 생겼다.
피를 3 통정도 뽑고 일주일쯤 기다렸다. 나에겐 염색체 이상의 문제는 다행히 없었으며, NK세포라는 면역세포의 수치가 높아 착상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며, 엽산 수치가 낮아 처방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덕분에 보통 600-800 mcg정도의 엽산을 먹는데 나는 5000 mcg 엽산을 처방받게 되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nk수치가 높은 경우 면역 글로빈을 처방받아야 하는데 가 다니고 있는 병원에서는 그 약을 처방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다. 고민이 되었지만 꼭 면역 글로빈이 아니더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약 처방이나, 착상 후에 처방이 가능하다는 말을 믿고 결국 4차 시도를 시작하게 되었다.
검사 후라 기대가 엄청 컸다. 의사 선생님 조언대로 마음도 편히 가지려 애를 쓰고, 매일 걷기 운동도 더 하고... 난임이었지만 극복해서 임신을 성공했다는 분의 유튜브 영상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을 거라 다짐도 해보고... 첫 번째에 성공할 거라는 기대는 안 했다. 하지만 4번이나 시도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난임 카페에서는 간혹 고차수를 진행하시는 분들 이야기를 들었지만 실제 내 주변에는 없었다. 그래서 나도 두세 번 정도면 되는 줄만 알았다. 이제 주변에 이야기를 하기도 민망해지기 시작했다. 점점 더 내 잘못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이 없다는 검사 결과를 들으면서도 내 잘못같이 느껴지는 건 왜인지... 점점 임신이 인생의 목표가 되는 것 같다. 누군가는 겨우 그게?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간절하다. 언제 까지 기다려야 할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