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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감독 Jul 19. 2021

<교감 : 너와 나>

휘운이는 엄마의 젖을 거의 먹지 못했지만 잘 자라고 있었다.


아내는 여전히 가슴에 고통을 느꼈고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휘운이가 아프면 그게 모유 수유를 못해서 그런 게 아닌가 자책했다. 휘운이는 여전히 눈물샘이 막혀 눈곱 범벅이었고 제때 눈곱을 떼어주지 않으면 2차 감염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휘운이를 보는 날이면 손을 깨끗이 씻고 소독하고 엄지손가락으로 눈물샘이 있는 부위를 마사지했다. 그러면 휘운이는 아파서 울었다. 울면 또 눈곱이 생겼다.


일주일 동안의 입원을 끝내고 산후 조리원으로 갔다. 병원은 서울이었는데 처가는 천안이라서 조리원은 천안으로 잡았다. 조리원에서 퇴원하면 곧장 처가에서 남은 출산휴가를 보낼 예정이었다. 조리원의 가격은 시설에 따라 위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우리가 선택한 조리원은 중간 정도의 레벨이었던 것 같다. 그곳에서 방은 넓은 방을 택했다. 내가 서울에서 매주 주말에 가서 자고 오는 것을 고려했다. 조리원에는 여러 가지 옵션이 많았다. 액티비티 같은 것인데 지불한 돈에 포함이 되어 있으니 처음에는 아내도 참여를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아내가 내린 결론은 조리원에서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는 것이 제일 좋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지극히 아내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조리원 시기의 산모들은 출산 후에 몸 상태가 각각 다르겠지만 굳이 돈을 더 써서 해야 할 운동이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조리원 선택에 있어 굳이 비싼 곳을 택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이다. 물론 예식장 고르듯이 입맛이 까다로운 분들은 식사가 잘 나오는 곳을 택하면 좋겠다.

조리원에서도 모유 수유를 하려는 아내의 노력은 계속되었으나 실패했다. 나는 주말마다 조리원으로 갔는데 그때 조리원에서의 첫날밤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아빠가 왔으니 그날 하루 밤은 부모와 함께 잘 수 있게 아이를 방으로 데리고 왔다. 나는 분유도 먹이고 잠도 재우는 경험을 했다. 너무 작아서 어떻게 안아야 휘운이가 편하게 잘 수 있을지 몰라 이렇게 안았다가 저렇게 안았다가 안절부절 가만히 있지 못했다. 아내는 그 모습이 웃긴 모양이었다. 온몸을 천으로 둘둘 말아 묶어 둔 휘운이는 내 어깨에 흡수돼 듯 기대고 있었다. 세상에서 이렇게 완벽하게 힘을 빼고 나에게 기댄 사람이 있었던가? 감격스러웠다.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그 순간 나는 이것이 모든 부모의 마음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물이 맺혔다. 아내가 볼까 봐 부끄러웠다. 책임이라는 두 글자를 밤하늘의 달님이 나에게 소리 없이 툭 던져 놓는 것 같았다.

나는 아빠로서 나름의 고결한 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휘운이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어디선가 음식의 쉰내 같기도 하고 상한 우유 냄새 같기도 한 냄새가 시큼하게 코를 찔렀다. 휘운이가 똥을 쌌다. 휘운이를 눕히고 기저귀를 풀어내자 진한 초록 빛깔의 물변을 싸 놓았다. 나는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 크게 웃었다. 아내가 미친 놈 보듯이 봤다. 나는 그 모습이 귀여워 변을 닦지도 않고 휘운이의 궁둥이를 손가락으로 쿡쿡 찔렀다. 한번 찌를 때마다 변이 쭉쭉 나왔다. 이 모습에 우리 부부는 크게 웃었다. 한참을 웃고 있는데 자세가 불편한지 휘운이가 찡얼 대기 시작했다. 서둘러 변을 치우고 기저귀를 갈았다. 난 이미 휘운이가 훌쩍 자란 상상을 했다. 함께 하고 싶은 게 많았다. 농구도 하고 싶고, 게임도 하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고, 삶에 대해서 대화도 나누고 싶었다.

조리원에서의 시간을 보내고 퇴원을 했다. 아내는 휘운이와 함께 처가로 들어갔다. 나 역시 매주 처가에 가서 휘운이와 함께 할 계획이었다. 아내는 매일매일 휘운이의 성장 사진을 보내주었다.

나는 정말 육아나 아기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 그건 아내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이미 알고 아이를 가지는 사람은 없다. 다 모르고 시작한다. 하지만 세상의 시선이 아이를 잘 못 보면 대부분 여자를 탓하는 분위기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내가 조리원 퇴원 이후에 처가를 처음 갔을 때 일이다. 아내가 휘운이 분유를 타 달라고 부탁을 했다. 얼마를 타야 하냐고 물으니 아내는 80미리를 타서 먹여보라고 했다. 나는 분유 한 스쿱에 물만 80을 맞춰서 타주었다. 그 분유를 게눈 감추듯이 먹어 치운 휘운이. 등을 두드려 주지도 않고 트림도 시키지 않은 채 그래도 눕혔다.

곧 잠이 든 휘운이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갑자기 휘운이가 누워 있는 채로 토했다. 토한 우유는 얼굴의 절반을 덮었고 코로 귀로 들어갔다. 당황한 나는 휘운이를 안았고 울음소리에 놀란 아내도 달려왔다. 정리가 다 된 후에 분유통에 있는 스쿱은 한 숟갈에 40미리인 것을 알았다. 먹인 후에는 트림이 나올 때까지 등을 두드려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는 정말 무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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