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첫 등교! '교실 미아'는 남 얘긴 줄 알았지?!
덕분이의 입학식
설레는 마음으로 갔다가
엄마 손을 놓고
선생님 손잡고 가는 뒷모습에 울컥.
애국가 부르는 비장한 표정에 또 울컥.
의젓하게 앉아있는 모습에 또 울컥.
그렇게 울보 엄마를 보고
덕분이는 이렇게 말했다.
"모두 다 기쁨의 눈물이니까 괜찮아!"
- 2025년. 여덟 살 덕분이의 말
덕분이의 입학을 준비하며 나는 어린 시절 엄마의 빈자리를 절실히 느꼈다. 책가방과 실내화를 준비하고 필통, 공책, 연필 등 모든 물건에 네임스티커를 붙이며 뭉클했다. 한글도 모르는 할머니와 살았던, 여덟 살의 내가 투영되는 바람에 자주 눈물바람이었다. 겨우 여덟 살 때 겪은 슬픔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마흔이 넘어서도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들. 어느 날은 문방구에서 지우개를 고르다 울고 학교로 회신하는 가정통신문에 서명할 때도 손이 떨렸다. 여덟 살의 나를 마주할 때마다 남편은 "잘 컸어! 당신은 정말 기특해." 엄마처럼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가 여덟 살 때 기억나는 장면은 현관에서 책가방을 맸다가 뒤로 넘어졌던 것. 당시 나는 17kg으로 아주 작고 말라서 책가방의 무게에도 쉽게 주저앉았다. 이 에피소드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고모들과 사촌들이 놀리기에 잊을 수가 없다. 그때부터 무거운 가방을 대신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절절히 느끼고 살았다.
나는 덕분이 책가방을 덕분이가 일곱 살이 되던 봄, 입학을 일 년이나 앞두고 미리 사두었다. 혹시나 만약에 어쩌면... 덕분이가 입학할 때 내가 세상에 없을까 봐, 그렇게 불안할 때가 있었다. 새벽에 퇴근해서 잠을 못 자면서도 매일 출근 전에 집 청소를 깨끗하게 했던 이유도 '오늘 내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면 어쩌지?' 싶은 불안 때문이었다. '오늘도 무사히' 집에 돌아와 잠들 때면 감사함은 더 컸다. 누군가의 보호자로 사는 일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믿음이 필요했다.
어느덧 덕분이가 혼자 등교하는 날, 우리 가족은 헤어질 때 하는 인사말이 있다.
"오늘도 기쁘게 만나!"
덕분이는 오늘도 손하트를 날리며 돌아선다. 혼자 가방을 메고 씩씩하게 교문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다 큰 것 같다. 그런데 덕분이가 교실 건물을 지나친다. 어디 가는 거지? 설마... 어제 입학실을 했던 강당에 가는 건가?
마침 운동장에서 울면서 돌아오는 낯선 아이를 보니 불안함이 엄습한다. 달려가는 아이엄마에게 교장선생님은 아이를 교실에 데려다줘도 좋다고 하신다. 나 역시 그 틈을 타서 허락을 받고 교문을 넘었다. 참고로 나는 초중고 내내 계주선수였고 왕년에 100m를 14초에 뛰었다. 그때 나의 우상은 <달려라 하니>였으니까.
그 시절엔 하니처럼 엄마를 생각하며 뛰었는데 오늘은 아들을 위해 스피드를 냈다. 덕분이를 마주하자마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마치 잃어버린 아들을 찾은 기분이랄까. 덕분이는 나를 보고 반가워했다.
"엄마 보고 싶었어. 나 어디로 가?"
나는 거친 숨을 고르며 침착하게 말했다.
"오늘 수업이랑 방과 후 일정은 알려줬는데.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안 알려줬네. 어제는 강당으로 갔지만 오늘부터는 교실로 가야 해. 덕분이 혼자 할 수 있지?"
덕분이는 알았다며 씨익 웃었다. 교실 건물을 알려주고 돌아서는데 싸늘하다, 가슴에 불안이 날아와 꽂힌다, 걱정보다 몸이 빠르다. 나는 다시 뛰어 올라갔다. 올라가 보니 걱정은 예상 적중! 덕분이는 2학년 교실 앞에서 헤매고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 중에 교실을 못 찾는 일명 '교실 미아'가 남 얘긴 줄 알았는데. 내 아이라니! 너무 당황했지만 애써 웃으며 덕분이를 교실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엄마! 실내화가 너무 편해서 잠이 올 거 같아요. 이따 기쁘게 만나요!"
덕분에 마음 놓고 웃는다. 너의 학교생활이 진짜 잠이 올 만큼 평온하기를.
나는 집에 오자마자 '교문에서 교실까지 찾아가는 길'을 지도로 그렸다. 집에 돌아온 덕분이가 지도를 발견하고 달려와 안겼다.
"엄마 고마워! 나 정말 감동했어!"
"내일은 혼자 잘 찾아갈 수 있을 거야!"
"응! 엄마가 나 항상 응원한다고 했잖아! 자신 있어!"
그날 (웬만해선 변함없는) 남편의 카톡 프로필이 바뀌었다.
사진은 엄마가 그려준 지도를 보고 있는 덕분이. 상태메시지는 '인생의 길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