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날이 더 기대되는 친구
여태껏 가을이 아름다운지 모르고 살았는데, 이번에 남원 출장에서 프레임 너머로 가을을 봤다. 진짜 가을을.
나무마다 여름이 남겨놓은 따스함이 노랗게, 또 붉게 물들어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니 바람을 타고 빙빙 돌다 떨어지는 낙엽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아름다운 순간들을 마주하며 나이 든다는 게 행복하다고 느꼈다.
더 이상 매년 돌아오는 가을은 없을 것이다. 앞으로 몇 번의 가을이 남았는지 알 수 없지만, 확신할 수 있는 건 가을의 아름다움을 알아버렸다는 것이다.
아름다움을 담고, 표현하는 일을 할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 고스란히 사진과 영상에 그런 마음이, 그런 시선이 담겼다.
그동안 일을 하며 괴로웠던 점이 있다면 과장해서 부풀리고, 좋아 보이게 하는 것이었다. 마치 거짓말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마음에서 우러나야만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 생각했기에 최선은 다했지만 결과물은 언제나 어딘가 불만족스럽고 종종 창피할 때도 있었다.
내 일이 그런 거면 해야지 어떻게. 로마의 법이 싫으면 로마를 떠나면 그만. 상업 촬영하면서 그런 일에서 벗어나는 게 쉽지는 않았으나, 결국 벗어났다.
있는 그대로 아름다운 것을, 내 시선으로 담아낸다.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어떻게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아.’‘자아실현은 개인적으로 해’라는 말을 듣던 때도 꿋꿋하게 좋아하는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선택을 했고, 일을 통해 자아실현도 하고 있다. 일이 곧 삶인걸. 그런 수많은 선택 속에서 나의 길을 걸어온 것을 알기에 이제는 아무도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일‘만’할 수 없다고 좋아하는 일 자체를 포기할 필요는 없잖아. 그저 범위를 확장해 나가면 된다. 좋아하는 일을 더 많이 할 수는 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지금 내 일이 너무나 좋고, 앞으로 어떻게 더 확장해 나갈지 기대된다.
나는 나에게 앞 날이 더 기대되는 친구다. 그렇기에 옆에서 더 응원하고 격려하고 힘을 실어주려 한다. 넌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어.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어떠한 선택에서도 너를 잃지 마.
다음 가을은 더 아름다울 거야. 그런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