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분유 사기를 한차례 겪고 나는 더 이상 중고나라와 거래를 하지 않았다. 가끔 중고로 팔 물건이 나오면 동생에게 대신 팔아달라고 부탁했다.
"너 당근 알아?"
"당근? 무슨 당근?"
"요즘 젊은 엄마들 당근에서 애들 옷이며 장난감이며 다 팔고 구매하던데 몰라?"
"어떻게?"
타지에서 사는 이모는 전화로 나에게 "당근"의 존재를 알려주었다. 통화를 끊자마자 앱을 깔고 주소를 설정하니 인근 지역에 물건들이 한꺼번에 눈에 들어왔다.
'어머어머~ 우리 동네 직거래잖아~ 오오 좋다'
남편에게 문자로 "당근"의 존재를 자랑하며 나는 집에 있는 물건을 사진 찍어 올리기 시작했다. 아이의 작아진 옷과 신발, 장난감, 생필품, 가구 가전까지~ 다른 사람들이 올린 물건보다 조금 더 저렴하게 물건을 올려서 인지 금방 "당근 당근"이라는 메시지가 왔고 구매자가 집에까지 와 깔끔하게 거래를 마쳤다.
이제 친정집에 안 쓰는 물건이며, 주변 사람들이 안 쓰는 물건까지 모두 "당근"에 올렸다. 그리고 틈만 나면 내가 필요한 물건이 있는지 당근 앱을 클릭하기 바빴다. 그렇다! 나는 당근에 중독되어 가고 있었다.
-제가 지금 갈게요.-
-네~ ** 아파트 입구로 오시면 돼요. 제가 물건 가지고 나갈게요.-
나는 라인까지 오시기 불편할까 봐 아파트 입구에 시간 맞춰 나갔는데 10분이 지나도 20분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당근으로 메시지를 보내도 조용했다. 한참 후~
-오늘은 거래가 안될 것 같아요. 내일 가도 될까요?-
-아아.. 기다렸는데 그럼 내일 이 시간에 오셔요.-
하지만 하루가 더 지나도록 약속한 구매자는 연락이 없었다. 다른 분과 거래를 한다고 하니 오히려 자기가 먼저 약속을 한 건데 왜 그러냐며 기분 나빠했다. 이런...'그래 중고나라에도 별별 사람이 다 있는데 직거래도 이상한 사람 있는 건 마찬가지겠지. 털어버리자.' 속 편하게 생각하려 했다.
며칠 후 친정집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바꾸신다며 기존 모니터를 가져가라고 연락을 받았다. 친정집 모니터를 우리가 쓰고 기존에 집에서 쓰던 듀얼 모니터는 처분하고자 당근에 물건을 올렸다. 두 개에 3만 원~ 저렴한 가격에 바로 그날 저녁 거래가 이루어졌다.
저녁 식사 후 습관처럼 당근 마캣에 들어가 물건들을 확인하는데
"어라? 니가 왜 거기서 나와?" 화면을 확대해 보니 거래한 지 몇 시간도 되지 않은 모니터 두 개가 다른 아이디로 올라와 있었다. '헉 이럴 수가 대박!!' 가격을 보니 6만 원이다. 바로 댓글을 남기고 당근 측 게시판에도 건의사항을 남겼다. 다음 날 그 게시물을 지워졌지만 다른 아이디로 똑같은 물건이 올라왔다. 아무래도 타인의 아이디를 사용하는 사람인듯했다. 몇 번 댓글을 쓰고 신고를 했지만 헛수고였다.
"아니, 구입한 물건을 어떻게 두배로 다시 올릴 수가 있어요? 말도 안 돼."
"원래 그러면 안 되는 거라고 나와있구먼. 에휴~ 돈이 궁한 사람인가 보지~ 우리 손에서 떠난 물건이니 잊어버려요."
남편은 열을 올리는 나에게 이해하라고 다독였지만 나는 기분이 묘하게 나빴다. 거래하던 날 밝게 인사를 건넨 내게 무표정하게 물건만 받고 휙 사라져 버린 구매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후기를 좋게 남겨줬었는데 한숨이 훅훅 나왔다. 그 후로 "당근"으로 거래를 하면서 물건 상태가 사진과는 달라 헛걸음을 하는 경우가 있었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도 몇몇 있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나는 점점 "당근"과 멀어졌다. 그리고 결국 그 앱을 지웠다.
"당근"은 유용하게 쓰면 더없이 좋은 거래가 오가는 플랫폼이다. 가까운 지역에서 직거래를 할 수 있는 장점을 가졌다. 만약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에서 조금만 더 배려를 해주었다면 어땠을까? 지금도 "당근바라기"로 남지 않았을까? 내가 더 이상 "당근"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남편의 눈이 동그레졌다. 그리고 얼마 후 남편의 핸드폰 메인 화면에 "당근"앱이 깔려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