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agancia Jul 16. 2020

복날 - 육전을 대령하라굽쇼?

마음 보신하면 그걸로 된 거죠.^^ 

"이제 음식점, 마트, 카페, 가족들에게도 가지 말도록 해요. 만약 동선 겹치거나 문제 발생 시 다른 지사로 발령 보내버린다는 지시야..."

"저랑 아이두요?"

"응... 그러니 당분간 나가지 말고 집에만 있어요."


말을 마친 남편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얼굴빛은 이미 잿빛에 가까워서 뭐라 덧붙일 말도 생각나지 않아. 한참을 들고 온 와이셔츠만 내려다보았다.


"술 한잔 할 수 있을까?"

"술? 뭐 먹고 싶은 안주라도 있어요?"

"나... 육전 해줘요."


냉동실에 잠들어 있는 부챗살을 꺼내었다. 사실 밀푀유 나베를 하려고 며칠 전에 구매해 놓은 고기였는데 육전에 밀리다니... 너무 두꺼운 고기는 육전 하면 질길 수 있기 때문에 샤부샤부용 고기나, 불고깃 감처럼 얇은 소고기를 추천한다. 고기가 적당히 해동되면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해둔다.


호박전이나 동태전을 붙이는 것처럼 육전을 부치는 건 정말 쉬운 일이다. 다만 겉이 바싹한 걸 좋아한다면 전분가루 한티 스푼을 넣으면 식감이 더 좋아진다. 나는 전을 붙이면 느끼함을 잡기 위해서 양파절이를 하는 편인데 얇게 썬 양파는 찬물에 10분 정도 담갔다가 빼면 아린 맛이 훨씬 떨어진다. 그다음 (풋고추, 고춧가루 1, 참기름 1, 간장 반 스푼, 설탕 반 스푼, 매실액 반 스푼, 통깨 약간)을 넣어 조물조물 먹기 직전 버무리는 게 가장 좋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남편과 나란히 앉아 육전에 술을 기울였다.

코로나로 지치고 힘든 일상이 우리 가족만의 일은 아니니까. 세계 전체가 이 녀석 때문에 몸살이다. 그나마 한국은 상황이 나은 편 아닌가.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우리가 조금만 더 조심하면 끝이 보일 거라고... 최대한 긍정적인 말로 남편을 달래주었다. 남편의 잿빛이었던 얼굴에도 맛있게 육전을 먹고 나서 약간의 미소가 돌아왔다. 이거면 나의 역할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날 닭이 아니라 육전에 소주...^^ 다른 사람들과 같은 음식을 먹지 않아도 마음에 힘이 되는 음식이라면 그것이 몸보신이 아닐까? 우리 부부는 육전으로 오늘 몸보신을 제대로 하였다.~


작가의 이전글 내 안에서 숨 쉬는 당신의 "고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