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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gancia Aug 29. 2020

나는 간단해지고 있다.

간헐절 다이어트 3개월의 기록.

하루 24시간 거의 대부분의 집콕을 하고 있는 요즘, 남들이 보면 단순한 하루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나는 매일 아침이면 코로나로 학교를 못 가는 아이 옆에서 온라인 선생님 코스프레를 시작한다. 11시 반 어느 정도 수업이 마무리되면 조리사로 앞치마를 둘러쓴다. 오후엔 아들의 친구가 되어 모든 히어로를 내 몸으로 소환시킨다. 저녁을 준비하고 치우면 녹초가 되어 침대와 한 몸이 된다.


나름 움직임이 많았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 봄이 되었을 때 이미 내 몸은 작년보다 7킬로가 불어있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몸에 꾸역꾸역 담는 양에 비해 확실히 움직임이 덜했다. 스트레스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녀석이었다. 일주일에 적어도 4일은 아이가 자면 맥주 한 캔의 힐링을 즐기고서 그대로 잠이 들었다.


예상치 못한 이상 징후는 어느 날 아침 찾아왔다. 입안 곳곳에 하얗게 7개 정도가 헐어있어서 먹는 것뿐 아니라 말하기도 여간 불편했다. 그뿐 아니라 목이며 어깨며 온몸이 뻐근했고 허리까지 아파왔다. 자주 온몸에 두드러기가 났고 피가 날 정도로 긁곤 했다. 이대로 몸을 방치하다가는 병원신세를 져야 할게 분명해 보였다. 가뜩이나 정상인보다 백혈구 수치가 낮은 나는 스스로가 더 걱정스러웠다.


내 인생에 마지막 다이어트는 출산 후 20kg 감량이라고 선언한 지 5년이 지난 지금. 다시 "다이어트"를 입에 올렸다. 일단 열심히 검색을 하고 요즘 대세를 따르기로 했다. "간헐적 단식" 단식 시간을 지키면서 몸에 건강한 영양분을 섭취하고 운동을 병행하는 것.


과거 이 악물고 했던 다이어트에서 느낀 것은 급속하게 빼는 살은 결국 건강을 망치는 지름길이라는 것이었다. 건강한 다이어트는 반드시 식이요법과 운동이 병행되어야 한다. 간헐적 단식이란 거기에 더해서 먹는 시간 약속을 정하는 것이었다. 매우 다행스럽게도 함께하는 모임 "간단하게 살자"를 통해 함께 건강한 단식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그리고 이번 달까지 딱 3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아침에 일어나 미지근한 물을 한잔 마시고. 모임에서 올려준 10~15분짜리 동영상을 따라 하며 스트레칭을 한다. 아침은 야채, 견과류, 연한 커피, 단백질로 배를 채운다. 보통 14~16시간의 공복시간을 유지하기 때문에 그 이외의 시간에는 열량을 생각하면서 음식을 먹는다.


되도록 짜고 맵지 않은 음식을 선택했지만 꼭 먹고 싶은 건 단식 시간 이외에는 먹었다. 빵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어려웠으므로 일주일에 이틀은 빵. 물을 잘 마시지 않는 내가 알람을 설정해서 물을 마셨다. 커다란 컵으로 하루 한잔 마시던 양을 4잔으로 늘렸다.


단식 못지않게 몸을 움직이는 것이 중요했다. 외출 시 엘리베이터는 집에서 내려올 때, 짐이 많을 때를 빼고 계단을 올랐다. 스트레칭, 타바타, 홈 트레이닝은 그날 그날 기분에 따라 배치했다.


-첫 달 -

처음엔 단식 시간에 집중했다. 배가 고파서 저녁에 잠이 오지 않아 이불 킥을 날렸다. '머라도 먹고 자야 하나?' 안쓰럽게 배를 쳐다보았지만 꾸욱 참았다. 일주일 정도 지나니 뱃속도 '그래 알았다. 잘해봐라 어디...' 하면서 억지 잠을 청하는 것이 느껴졌다. 정확히 2.2킬로 정도를 감량할 수 있었다.


-둘째 달 -

야채 섭취와 물 양에 신경을 썼다. 하루에 먹을 야채를 미리 다듬어 놓고 그때그때 꺼내어 먹었다. 과식하는 날을 피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특히 금주의 달이 바로 둘째 달이었다. 의외로 저울은 잘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입안이 더 이상 헐지 않았다. 이건 면역력이 좋아지고 있다는 징조였다.


-셋째 달 -

단식 시간, 먹는 것과 더불어 운동량을 조금 더 늘렸다. 복근 운동이 이달의 목표였는데 누워 이리저리 배에 자극을 주고 나면 다음날이 문제였다. 배가 아파 웃지도 못했던 시간이 흐르고 점점 익숙해지면서 몇 개 못하고 털썩 주저앉았던 복근 운동을 절반 이상 할 수 있었다. 둘째 달에 움직이지 않던 저울이 조금씩 움직였고 1.5킬로를 감량했다.


한 달에 10킬로가 빠진다는 광고성 문구에 혹해서 약을 먹어야 하나 심하게 고민을 했던 적이 있었다. 식품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요요"라는 녀석이 방문할지도 모른다. 결국 중요한 것은 44 사이즈 혹은 55 사이즈가 아니라 어떻게 건강하게 뺄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평생 유지할 것인가? 그것이다. 적어도 간헐적 단식을 꾸준히 한다면 몸이 건강해 지리라는 것은 진리라고 말하고 싶다.


내 목표는 앞으로 1년 꾸준히 간헐적 단식을 유지 하는 것. 몸에 켜켜이 쌓여있던 독소들과 이별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꽤 넉넉히 준 샘이다. 3개월을 해보니 복잡한 내 몸은 "간단"에 익숙해지고 있다. 중간중간 유혹이 올 때마다 뿌리칠 수 있도록 해 준 건 내 의지만은 아니었다. 감사하게도 함께 하는 멤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드라마틱한 변화는 1년 후에 맛보련다. 오래오래 따뜻한 글을 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건강"이기에 우선순위를 "간단"에 두었다.

나는 지금 간단해지고 있다.

https://brunch.co.kr/@snowysom/33

https://bit.ly/2Wjep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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