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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gancia May 12. 2020

아이는 뉴스를 믿지 않는다.

개학이 또 일주일 연기되면서...

"엄마 엄마~ 학교 가려면 며칠이나 남았어요?"

"음... 20일이니까 이제 8일 정도 남았네."

"뉴스에서 그래요? 거짓말..."


등교 개학 1주일씩 연기 - 추가 연기 가능성도...            

갑작스러운 "이태원 클럽"의 집단감염. 5월 20일로 확정되었던 초등학교 개학이 다시 일주일 연기되었다. 매일 아침 아이는 일어나 학교 갈 날을 물어보며 내 볼에 얼굴을 비빈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도 어제에서 1씩 빼서 말해 주는 나. 잘 믿던 아이가 오늘은 "거짓말"이라는 단어로 내 입을 사정없이 막아버렸다. '아아~할 말이 없네...'


나와 보낸 지 3달을 채워가면서 이젠 정말 선생님도 친구도 학교도 보고 싶어 한다.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학교 동영상, 친구들의 이름과 사진을 봐도 성에 차지 않는다. 

몇 번의 개학 연기. 이제는 뉴스에서 나오는 아나운서는 불신의 아이콘이 되어 아이 앞에 있다. 잠잠해질 줄 알았더니만 다시 시작 같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이들까지 피해다. 조금만 참아주면 되는 일일 텐데... 그마저도 다들 답답함을 호소한다.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주의가 기사 댓글에 넘친다. 일단 소식은 알아야겠기에 빠르게 눈으로 읽고 더 이상 스크롤을 내리지 않는다. 정신건강을 위해서...

 저만치 떨어져서 블록을 하고 있는 아이를 불렀다. 


"우리 아들~ 학교 많이 가고 싶지?"

(끄덕끄덕)

"엄마도 네가 학교 가서 친구들도 만나고 선생님도 만나고 하면 좋겠어. 그런데 말이야~ 학교를 안 가서 엄마는 좋았던 것도 있는데 너 모르지?"

"몰라요..ㅠㅠ"


소파 위~ 30kg의 아들을 안고 있으려니 무릎에 압박이 왔지만 참았다. 아이를 꼭 안고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이와 내가 함께 있으면서 좋아진 것들을 말이다. 




1. 행동 틱이 나아지고 있었다. 

학교에 대한 스트레스로 코를 찡긋 거리는 틱을 11월부터 보였던 아들. 행동 틱은 자연스레 없어질 수도 있다는 말에 되도록 모른 척 지켜본 지가 벌써 6개월이다. 나와 있는 동안 안정된 걸까?? 거의 절반 이상 틱이 좋아졌다. ^^


2. 만들기 실력이 향상되었다. 

내가 전담교사로 붙어 이따 보니 세심하게 돌볼 수가 있었다. 접고 오리고 붙이고... 유치원 선생님과 상담할 때 후니의 소근육 발달이 더디다고 했건만 자주 시키니 역시나 잘 해낸다. '그냥 믿고 기다려 줘야 하는구나.' 일단 잡고 있으면 할 때까지 그냥 내버려 둔다. 어떤 모양이 되든 상관없이 칭찬해주면 내 역할은 마무리된다. 내일 다시 하면 되니까 스트레스도 없다. 


3. 나와 데이트 시간이 늘었다. 

유치원 다닐 때는 아침 8시 반에 나가 5시 반에 오는 아이였다. 그런데 지금은 24시간 붙어 있다. 요즘은 ebs가 끝나면 바로 집 앞 공원에 가 맘껏 뛴다. 5바퀴를 뛰는 동안 나는 천천히 걸으며 꽃들을 찍고 명상도 한다. 


아이가 이 시간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자기 나름 다이어트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나는 통통한 게 좋은데 친구들이 놀린다며 걱정이다.(날 닮은 듯;;) 땀을 흘리고 들어와 샤워를 시키고 바로 음악시간. 올드팝을 좋아하는 아이라니..ㅡㅡ;; 곧잘 따라 부르기에 들으면서 가사를 해석해 읽어주면 더 좋아한다. 영화 ost 중 "위대한 쇼맨" "오페라의 유령""트롤"에 나오는 노래는 거의 외우고 있다. 


"엄마가 보니 코 찡긋도 많이 좋아졌고 만들기도 잘하고~ 엄마랑 데이트 시간도 많이 늘어서 엄만 좋은데?(약간의 거짓말이 필요함.)"


"정말요?"


"코로나가 아직은 사라지지 않아서 조심해야 한대.. 어른들 잘못해서 너희들까지 아프면 안 되는 거잖아. 조금만 참고 그때까지 엄마랑 또 재미있게 보내보자. 아나운서 이모가 거짓말하는 거 아냐. 걱정돼서 자꾸 날짜를 미루는 거지. 너희들이 소중하니까..."


"힝... 알겠어요."



말하면 알아듣는 아이에게 고마웠다. 아이와 내가 함께 하는 시간 100일. 곰이 사람이 되는 시간.^^ 그 시간을 우린 인내를 배우며 잘 버티는 중이다. 이젠 그냥 속 편하게 좀 더 늘어나도 괜찮아라는 생각으로 지내기로 한다. 어차피 우리는 매일 만들 추억이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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