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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h Oct 15. 2021

나의 베이스캠프, 가족

코로나로 지난 1년 반 동안 집이 내 학교이자, 아이들의 어린이집이고 놀이터자, 남편의 직장이었다. 남편은 재택근무를 하고 내 수업도 1년 동안 온라인으로만 진행된 탓이다. 불안감에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얼마 전에 친한 지인이 집에서 애도 보고 수업도 듣고 일까지 어떻게 다 하냐고 물어봤다. "그냥 해야하니 하는 거지 뭐" 하고 나도 뾰족한 대답은 없었는데 오늘 답을 찾은 것 같다. 


오늘 밤까지 제출해야하는 과제 두 개를 학교 홈페이지에 업로드하고 자정이 넘은 시간에 출출해져서 뭐라도 챙겨먹을까 싶어 부엌에서 그릇을 뒤적이고 있는데 갑자기 안방 문이 열리면서 다다닥 발소리가 들린다. 


오늘 애매한 시간에 낮잠을 잔 딸이 아직까지 잠들지 못한 모양이다. 딸을 안아 다시 침대로 데려다주니 "아빠랑 책 5권 읽고 자기로 했는데 안 잤어" 하며 조잘조잘 이야기를 한다. 사랑스러운 딸에게 뽀뽀를 해주는데, 마음이 몽글몽글 따뜻해지고 힘이 난다. 아까까지만 해도 온몸에 힘이 다 빠져나간 것만 같았는데. 


언젠가 읽은 책에서 가족이란 존재는 베이스 캠프와도 같다고 했다. 한 사람의 성장이라는 길고도 험한 여정에서 지치고 힘들 때면 위로가 되어주고 힘이 되어주는 베이스 캠프. 그래서 그로 인해 더 멀리 갈 수 있는 힘을 얻고 재충전을 할 수 있는 존재. 


오랜 시간 동안 집에서 남편과 함께 아이를 보면서 재택근무를 하고 수업을 듣고 있는 우리가 아직까지 지치지 않고 그래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건 아마 함께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일만 했다면, 혹은 아이만 봤다면 오히려 어려웠을 것 같다. 


공부를 하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올 때면 아이의 티없이 맑은 미소를 보고, 같이 침대에서 뒹굴 뒹굴하며 책을 읽고 아이를 돌보는 게 힘에 부칠 때면 또 작은 방으로 들어가 일이든 공부든 나만을 위한 활동을 하고. 


그렇게 베이스캠프와 크고 작은 봉우리를 오가며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코로나 시대가 끝나게 되면 딸과의, 남편과의 이 밀도높은 시간을 그리워하게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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