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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h Oct 15. 2021

어느 이야기


자기 전, 보통 딸에게 책을 읽어주고 나서 불을 끄는데 불을 끄고 나서도 딸이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를 때가 있다. 그러면 어둠 속에서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를 두서없이 풀어나갈 때도 있고 급조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어느 날 밤 딸에게 급조해 들려준 이야기다.  


옛날 옛날 하늘나라에 온이라는 천사가 살았습니다. 온이는 하나님과 행복하게 살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온이는 세상에 가보고 싶었어요. 


"하나님 하나님, 저는 저 아래 세상에 가보고 싶어요. 저를 세상으로 보내주세요" 그러자 하나님이 말씀하셨어요.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들도 있고 즐거운 것들도 많단다. 하지만 세상에 가게 되면 아플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을 거야. 그래도 세상으로 가고 싶니?" 


그러자 온이가 대답했습니다. "네! 그래도 세상에 가고 싶어요" 그래서 하나님은 세상으로 온이를 보내주었습니다. 엄마와 아빠의 집으로 말이에요! 하나님은 온이를 엄마의 뱃속으로 보내주었습니다. 


그렇게 온이는 엄마와 아빠와 함께 살게 되었어요. 가끔은 눈물이 날만큼 슬플 때도 있고 아플 때도 있었지만, 온이는 엄마와 아빠와 너무너무 행복했어요. 엄마와 아빠와 함께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을 보며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끝!!! 


딸은 자기가 천사라고 하니까 좋아서 헤헤 웃는다. 


세상엔 슬픈 일도 어려운 일도 많지만, 아름답고 근사하고 멋진 일도 많단다. 그래서 삶은 살아볼 만한 거야. 

딸에게 그런 말을 해주고 싶었다. 내 마음이 제대로 전달되었는지는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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