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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h Oct 12. 2022

엄마의 개인 목표 합의서

직장생활을 할 때 매년 말이면 팀장님과 함께 개인 목표 합의서라는 것을 작성하곤 했다. 이듬해 업무의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업무 비중을 정하고 성과 지표를 설정했다. 


그리고 그 합의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평가받았다. 물론 합의서에 없는 업무들도 추가되긴 하지만 매년 주요 업무는 합의서에 기재된 업무들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엄마 5년 차, 가끔 부모에게도 성과 지표라는 게 있을까, 있다면 그건 어떤 모양일까 하는 생각을 한다. 


엄마의 역할을 잘 수행해낸다고 해서 연말에 인사고과에 반영되는 것도 아니고 승진이 되는 것도 아니지만, 내가 엄마라는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더 좋은 엄마가 될 여지는 없는지 생각해보는 거다.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 

더 이른 시기에 기저귀를 떼는 것 

혹은 더 이른 시기에 한글을 ‘떼는’ 것 

혼자서 밥을 먹도록 시키는 것 

매일 읽는 책의 권수 

아이의 장난감 수 

아이가 입는 옷 


아이의 성장발달 과정에 따라 무수한 과업이 있겠지만, 오늘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표면적인 것보다 보이지 않고 측정하기 어렵지만,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결정짓고 아이가 이 세상에서 흔들림 없이 발 딛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서적인 토양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작은 행동들이 더 중요하겠다 싶은. 


매일매일, 


아이들이 웃는 시간 

아이와 함께 살을 맞대는 시간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아이의 귀에 들려주는 사랑과 축복의 말 

아이를 위한 기도 

아이를 위해 인내하며 참은 순간들 

함께 눈을 마주치는 시간 

핸드폰이나 집안일 등에 곁눈 팔지 않고 온전히 아이에게 집중하는 시간 


.

.

.


나는 오늘 아이들을 얼마나 웃게 했는지, 

아이들을 얼마나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쓰다듬어주었는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아이의 귀에 어떤 말을 들려주었는지… 


결국 어떻게 보면 이런 사소하지만 따뜻한 순간순간이 모여 관계의 질과 신뢰를 자라게 하고 아이가 부모의 사랑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세상의 역경을 헤쳐나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자라남에 따라, 또 아이가 둘이 되면서 그 사이의 역학관계에 따라 부모로서 신경 써야 할 요소들이 더 복잡해져 가지만,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를 놓치지 않는다면 그래도 어제보다는 좀 더 나은 부모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누가 승진시켜주거나 성과급을 얹어주는 건 아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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