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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h Oct 12. 2022

육아일기, '욱'아일기

육아일기라 쓰고 ‘욱’아일기라 읽는다 (feat.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야)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는 전쟁이다. 


누나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떠밀려서 우는 둘째를 달래다 보면 첫째도 억울하다고 울면서 내게 칭얼거린다. 옷을 갈아입는 것, 손을 씻는 것, 양치를 하는 것처럼 간단하고 일상적인 일을 하도록 하는 것도 갖은 회유와 협박과 전략이 필요하다. 


그제도 그런 날 중에 하나였다. 


남편과 돌아가면서 아이들의 잘 준비를 시키는데 그날은 내가 아이를 씻기는 날이었다. 


그런데 딸아이가 화장실 문 앞에서 슬리퍼를 신겨 달라고 조르는 것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한다"가 원칙인 나는 그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러자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우리 집에 다른 원칙 중 하나는 울거나 떼를 쓰면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울거나 떼를 쓸 때 원하는 것을 얻는 경험을 하는 아이들은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더 잘 울고 떼쓰는 아이가 된다고 한다. 


자못 그럴듯한 이야기라 남편과 나는 아이가 울거나 떼를 쓸 때는 모른 척을 하거나 안 되는 이유를 차분하게 설명하려고 애쓴다. 


우는 아이를 내버려 두고 혼자 씻다가 문득 짚이는 데가 있어 아이에게 물었다. 


"엄마가 동생만 양말 신겨주고 먹여주고 안아주고 씻겨주니까 온이 속상했어?" 


울던 아이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더 서럽게 울었다. 마음이 아렸다. 


"온이도 엄마가 신발 신겨줄까?" 그러자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인다. 


아직 첫째도 어린데, 곧 이제 유치원에 가게 되니 스스로 할 줄 아는 건 스스로 해야 한다고 아이를 몰아붙인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아빠의 사랑을 오롯이 받다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둘째를 이제 엄마가 더 챙기는 것 같으니 여린 마음에 생채기가 났나 보다. 


아이에게 신발을 신겨주고 안은 채로 품 안에서 양치질을 시켜주고 얼굴을 씻겨주고 자기 전에 평소보다 더 많이 사랑의 말을 들려주고 안아주었다. 


아이는 아이다. 


아직도 손이 많이 가는 둘째를 돌보느라 그 사실을 잊었다. 엄마라는 역할이 언제 쉬운 적이 있었냐만은, 애 둘의 엄마는 또 다르다. 둘의 역학관계 안에서 지혜롭게 대처하는 것이 쉽지 않다. 


첫째와 둘째 모두 골고루 사랑해주는 일, 두 아이 모두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일. 


원칙을 지키면서 아이를 바르게 키우면서도 너무 강압적이 되지 않고, 아이에게 충분히 사랑을 표현하고 수용하고 포용해주면서도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지 않는 일.


아이의 눈높이에서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일. 


아이의 탄생과 함께 엄마라는 존재가 되어버렸지만, 좋은 엄마가 되는 길은 여전히 요원하다. 실수하고 반성하며, 더 좋은 엄마가 되는 방법, 아이가 우리 둥지에서 스스로 나는 방법을 배울 때까지 아이에게 좋은 곁이 되는 방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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