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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h Oct 12. 2022

공기를 짓다

아이들이 마시는 공기. 부모란 아이들이 숨 쉬고 살아가는 공기를 만들어가는 존재란 생각을 종종 한다. 


그 공기는 달콤하고 따뜻하고 안전하게 아이를 품어줄 수도, 차갑고 시려서 아이를 밀어내고 아이를 숨 막히게 할 수도 있다. 


아이들은 공기 중 미묘하게 일렁이는 변화도 민감하게 감지해내기 일쑤라서 가끔 내가 남편과 언쟁이라도 하는 날이면 딸은 괜히 실없이 히히 웃으며 나에게 장난을 건다. 


부모의 마음을 누그러뜨려 공기의 온도를 바꾸어보려는 일말의 노력일 거다. 


아이들은 자신에게 일어나는 변화들을 직접적이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힘들다. 


외부적인 변화나 사건들도, 부모가 무의식적으로 만들어내고 뿜어내는 공기를 통해서 아이에게 전달된다. 


가난하든 부하든, 작은 집에 살든 큰 집에 살든, 날씨가 좋든, 하늘이 흐리든, 하다 못해 함께 가기로 한 놀이공원에 늦었다는 사실조차 그 자체로는 아이에게 중립적이다.


그 객관적인 현상이나 사건, 변화를 부모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공기를 만들어내느냐, 그 사실에 어떤 색을 입히느냐가 아이들에게는 더 중요하다.


아이가 먹는 것, 생애 초기에 배우는 것이 아이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치듯 부모가 어떤 공기를 짓고 만들어가는지도 너무나 중요한 문제이다. 


부모가 만들어 낸 공기 속에서 아이의 생각하는 방식, 사람을 대하는 방식, 사람과 관계하는 방식, 아이의 자아관, 가치관, 세계관 등 많은 것이 형성되고 그것이 아이의 인생에 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를 위해 좋은 옷과 음식을 고르고 좋은 학교, 학원을 선별하듯 부모로서 내가 우리 집의 공기를 어떻게 만들어가고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아이의 귀에 어떤 말을 들려주고 있는지, 아이에게 어떤 사고와 가치를 심어주고 있는지, 내 말, 눈빛과 행동으로 나는 어떤 공기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깨끗하고 상쾌하고 좋은 공기, 따뜻하고 보드라운 공기를 공급해 집이 숨 막히는 곳이 아니라 안전하고 행복하고 따듯한 공간이 되도록 하는 일. 그것이 때로는 입신양명하거나 나 스스로의 성장을 이루어내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귀중한 소명처럼 느껴진다. 


아이들은 들이쉬는 공기를 통해 한 개인으로 성장하고 또 자라서는 그가 살아갈 가정과 속한 사회의 공기를 만들어 나갈 것이기에.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아이가, 자신이 속한 곳의 공기를 더 아름답게 만들어 나가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아이 귀에 들려줄 말을 고른다. 공기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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