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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h Oct 02. 2021

아이들에게 (그리고 어쩌면 나에게) 전하는 편지



1. 세상에는 ‘언제나’ 선과 악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렴.


인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아우슈비츠 가스실에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수백만의 무고한 이들을 학살하는데 가담한 이들이 있는가 하면 동시에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생면부지 타인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 쉰들러와 같은 이들도 있다. 인간성을 의심하게 하는 일들은 늘 존재하기 마련이고, 동시대에 선을 행하는 사람들도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란다.


그렇기에 절대적인 악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이나 부조리에 기운이 빠지거나 희망을 잃거나 삶에 대한 회의를 느끼기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조용히 자신의 자리에서 빛을 밝히고 주변을 따스하게 만들어주는 이들을 기억하길 바라.


그리고 할 수 있다면 네가 발 딛고 사는 곳, 주변을 조금이라도 따뜻하고 밝게 만드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 수 있다면 좋겠다.


2. 늘 최선을 다하렴.


돌이켜보건대, 최선을 다하는 건 습관이다. 작은 일이라고 해서 대충 하다 보면 큰일을 맡았을 때에도 일을 그르치기 쉽다. 그리고 내게 지금 맡겨진 일을 최선을 다해 궁리하고 고민하고 생각하며 해나가다 보면 전에 몰랐던 방식을 깨닫게 되거나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최선을 다한다는 건 결국엔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거나,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나의 그릇과 역량을 넓혀가는 일이며 궁극적으로는 너 스스로를 위한 거란다.


물론 진심으로 최선을 다했다면 언젠가는, 그리고 누군가는 알아주기 마련이고. 그리고 누군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최선이었다면 부끄러울 것도 후회할 것도 없다는 걸 기억하길.


3. 세상의 시선이나 가치에 지나치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단다.


다른 이들의 조언은 중요한 것이다. 세상의 가치도 그렇다. 가끔은 통찰을 주기도 하고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에서 유효한 지침을 주기도 하지. 하지만 인생은 결국 너의 것이다. 네 바람이나 가치나 생각과 관계없이 남들이 다하기 때문에, 혹은 요즘엔 이런 것이 유행이니까 하는 이유로 어떤 결정을 내리지 않길 바라.


4.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이루고 함께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나가길.


세상의 어떤 성취보다 더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은, 아마도, 함께 대화하면 즐겁고 평생을 함께 할 만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서로 격려하고 지지하며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나가는 일이다. 삶은 길고 때로는 힘들다. 그 여정 위에서 서로의 보호막이 되고 베이스캠프가 되고 안전망이 되어줄 누군가가 꼭 필요하단다. 그런 사람을 꼭 만나길 진심으로 바라고 기도한다.


하지만, 많은 영화와 책에서 이야기하는 거짓말에는 속지 않길. 결혼이 사랑의 종착점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결혼은 사랑의 씨앗을 심은 것에 불과한단다. 부부가 그 씨앗을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 사랑이 한 그루의 커다란 나무로 자라나 그 안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아이들을 길러내고 건강한 사회를 일궈나가는데 기여할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게 꾸준히 물을 주고 따스한 볕을 쬐어주고 관심과 사랑을 주는 것이 필요하단다.


5.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길.


사람이 살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바로 일터와 가정이다. 그런데 일을 하면서 행복하지 않다면, 그리고 가정에서 행복하지 않다면 내가 가진 행복이란 건 늘 반쪽짜리에 불과할 거야. 오래 걸릴 수도 있고 돌아갈 수도 있지만 상관없다. 가능하다면 내 적성에 맞고 내가 열정을 느낄 수 있는 분야, 그리고 가급적이면 사회에 어떤 식으로든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길 바란다.


6. 꿈을 가질 것.


꿈을 가진다는 사실 자체가 꿈이 이루어질 거라는 보증수표가 되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가진다는 건 근사한 일이다. 그리고 이왕이면 큰 꿈을 가지렴. 꿈을 꾼다는 건 도화지를 가진다는 것과 같다. 아무리 내가 그림 솜씨가 좋다고 하더라도 도화지 여백 안에서만 그림을 그릴 수 있듯, 사람은 꿈을 꾸는 만큼 성장할 수 있다. 이룰 수 없을 것처럼 여겨질 만큼 큰 꿈을 꾸렴. 그리고 이왕이라면 나만을 위한 꿈 말고 다른 이들도 이롭게 하는 꿈을 꾼다면 좋겠다.


사람은 누구나 사회 안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다. 우리가 어깨를 맞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불행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병들어있다면, 우리의 행복 또한 위태할 수밖에 없단다.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꿈을 꿀 수 있길.


7. 하나님을 신뢰할 수 있길.


인간은 영적인 존재다. 하나님이 우리를 만드실 때 하나님만이 채울 수 있는 영역을 만들어주셨다고 엄마는 믿어. 그래서 다른 모든 걸 가져도 절대적인 존재에 대한 믿음과 신뢰, 그리고 그와의 교류가 없다면 사람의 마음에는 공허한 구멍이 생기기 마련이라고. 하나님은 네게 무엇이 최선인지를 아신다는 사실을 신뢰하렴.

엄마는 무수한 실패와 좌절과 어려움을 겪었고 불행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적도 있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사건, 실패, 좌절이 내게 최선이었으며, 나라는 사람을 빚어가는데 필요한 요소였다는 걸, 내 인생이라는 아름다운 태피스트리의 일부였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찾아왔단다.


He knows what's best for you. ALWAYS!


8. 감사, 또 감사하길!


엄마가 아끼는 글 중 하나는 바로 헬렌 켈러의 "3일만 볼 수 있다면" (Three days to see)이라는 글이야.

볼 수 있다는 것, 걸을 수 있다는 것, 큰 탈 없이 건강하다는 것, 아침에 일어나 아름다운 새소리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귀가 있다는 것,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할 수 있다는 것... 이 모든 것이 우리는 우리에게 당연하게 주어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잃어버린 후에야 소중함을 느끼는 과오를 범하지 않고 네게 주어진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하게 생각하길.


9. 탐험해보길.


인생은 짧고 세상은 넓다. 모험을 떠나보렴! 여행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배우고 경험해. 실수하고 실패해도 괜찮다. 어떤 실수든 실패든 삶이 끝난 건 아니니까. 다시 시도하면 된다. 단언컨대, 세상은 정말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하단다. 여행하고 한 번도 도전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시도해보고 새로운 것들을 발견해보렴. 그러면서 얻은 여러 관점과 시각, 통찰과 경험. 그 모든 것들이 너를 성장시켜줄 거라고 엄마는 확신한다. 엄마에게 그랬던 것처럼.


10. 함께 하는 사람들을 돌아볼 것.


엄마가 살아오면서 작은 성취를 이룰 때 엄마는 내가 잘해서 혹은 내가 노력해서 일군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아니다. 태어나서부터 누군가의 도움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어. 내가 지금 나라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건, 누군가의 기도, 누군가의 배려, 누군가의 수고와 희생,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그 사실을 기억하고 인정하고 감사하고 기회가 닿는 대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표현할 수 있길 바란다.


11. 너 자신을 아끼고 사랑할 것.


성경은, 각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았다고 말한단다. 하나님의 모습을 따라서 만든 사람이라니! 그만큼 너는 고귀한 생명이며 아름다운 사람이란다. 네 성적이 좋든 나쁘든, 네가 나중에 어떤 일을 하든, 네가 돈을 많이 벌든 그렇지 않든, 네가 좋은 옷을 입든 그렇지 않든, 네가 어떤 집에 살게 되든 상관없이, 넌 그 자체로 소중한 사람이야. 그 사실을 늘 기억하렴.


12. 너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만큼 다른 이들을 존중하길.


네가 하루하루 마주치는 모든 사람, 만나게 될 사람들 가운데 네가 존중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없다. 네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았듯이 다른 모든 사람들도 그러하니까. 네가 나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소중한 사람이듯, 모두가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딸이고 아들이고 어머니고 아버지다. 그 사실을 늘 기억하고 지위가 높든 낮든, 돈이 많든 적든, 나이가 적든 많든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합당한 존중으로 대하길.


13. 비교하지 말 것.


인생은 레이스가 아니다. 70억 인구 가운데 똑같은 지문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70억 인구에게는 70개의 각기 고유한 삶이 존재한다. 그러니까 비교하면서 주눅 들거나 우쭐댈 것 없다. 다만, 과거의 나보다,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 과거의 나보다 더 지혜롭고 더 현명하고 더 사려 깊고 따뜻한 사람이 되는 일, 만약 레이스가 필요하다면 그 레이스에서 매일 조금씩 승리를 거두는 네가 되길.


마치며.


누가 뭐래든 삶은 아름답다. 그 아름다운 삶을 후회로 흘려보내지 않길 바란다. 행복은 먼 미래의 언젠가 찾아오는 이벤트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 행복은 바로 내 발 앞에 피어있는 작은 들꽃 같은 것이다. 오늘, 지금, 여기 숨겨져 있는 작은 행복들을 누리고 감사하는 삶을 보내길.


그리고, 삶은 늘 아름답다고 생각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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