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추어탕을 끓이고 밥 말아먹으려고 밥솥을 열어보니까 밥이 거의 없었다. 전날 한껏 퍼먹긴 했지만 그래도 한 끼 식사는 남긴줄 알았는데 조금 남은 밥은 딱딱하게 굳어있어서 먹기조차 힘들었다. 당장 밥퍼는 사람은 내일 밥 펄 사람 염두에 두지 않았나보다. 계란 세 개를 깨뜨려 소금,후추,참기름을 넣고 젓가락으로 휘휘 젓고 전자렌지에 돌려 계란찜을 만들어 먹고, 코코볼에 우유를 말아먹었다.
출근하기 전에 어제 주문한 호박고구마가 배송왔고, 세 개 씻어서 오븐 모드로 돌려서 상담소로 포장해갔다. 상담이 세 명 있었는데, 상담하기 전에 하나씩 먹으니까 포만감이 들고 배고프지 않았다. 다이어트도 하고 식비와 시간을 절약할 겸 1상담 1고구마 식단을 진행해봐야겠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 마리에 5000원 하는 치킨도 눈에 들어오고, 떡볶이도, 집 근처 분위기 좋은 맥주집에서 간단한 안주와 함께 맥주를 먹는 사람이 근사해보였지만 어떻게든 식욕을 참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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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팔자 상담을 하기 전에 미리 생일을 받아서 팔자를 미리 분석하고 공부하는 시간을 최소 1시간은 갖는다. 가끔 극단적으로 치우친 팔자를 볼 때면 그 사람의 풍경도 극단적으로 상상하게 된다. 예컨대 끝없이 펼쳐진 벌판에 생명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태양은 떠있지만 날씨는 흐리고, 모든 사물이 안개에 가리워 세상은 어둡고 희미하며, 그런데도 열기는 달아올라 후덥지근 하고 차라리 비라도 내리길 간절히 바라게 되는 그런 풍경. 그치만 막상 상담하게 되면 사주가 아무리 특이해봤자 사람은 그저 사람일 뿐이고, 아무리 치우쳐봤자 사람은 그럼에도 사람이기에 상상처럼 극단적인 사람은 없었다. 사람을 바라보는 인문적 관점과 전제없이 사주팔자 글자대로만 사람을 판별,해석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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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다양한 사람들을 비록 한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사주팔자라는 운명을 들여다보는 도구를 통해 이해하고, 번역하고, 깊이 소통하는 과정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하나의 소우주가 어떤 풍경을 가지고 있고,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일이 단 한 시간으로는 부족할 수 있겠지만, 가장 액기스와 하이라이트만 응축하고 요약해서 보는 것이기 때문에 마치 편집을 끝마친 영화를 보는 것처럼 흥미롭다. 시간과 우주를 압축해서 관람한 부작용으로 일종의 멀미로 기가 상당히 소진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이 풍경이 더 입체적이고 다채롭게 보일 것이며, 이 시스템이 돌아가는 핵심을 더 선명하게 집어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공부를 아낌없이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