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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한 Nov 08. 2018

20181108 甲辰日

-갑진일 백호가 머무르는 날이다. 인묘시 새벽 시간대가 공망이다. 아침에 우리집 놀러온 부산 친구가 아침 일찍 기차타러 간다고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새벽에 잠을 깼고, 아침까지 잠을 설치고 겨우 잠들었다. 


-요며칠 중학교 친구 세 명을 따로 따로 만났다. 1년을 두고 볼 때 친구를 만나는 시간이 길지 않은데 한 번 만나면 어쩐지 몰아서 만나게 된다. 내 쪽에서 약속을 먼저 잡는 것도 아닌데. 그런 운이 들어온 시간이었다고 이해해본다. 고향 친구를 만날 때면 마음이 편하고 좋다. 오랜 세월 누적된 추억과 감정이 우리의 시간을 부드럽게, 감각을 느슨하게 만든다. 평소에 잘 안 쓰는 부산 사투리를 쓰는 것에도 통쾌한 기분이 있다. 

이번에 온 친구는 3박을 머물렀는데 첫 날은 다음날 상담 일정을 비워두고 소주를 진탕 마셨고, 나머지 날들은 가볍게 맥주를 마셨다. 미세먼지 잔뜩 낀 날 일회용 마스크를 쓰고 광화문에 와서 이순신과 세종대왕 동상을 보고 닫혀있는 경복궁 광화문을 보았다. 카메라 필터를 밝게해 친구 인증샷을 찍어주었다. 함께 이대 상담소로 와서 사주도 전체적으로 봐주었다. 흥미롭게, 진지하게 들어줘서 객관적으로 자세히 봐주었다. 

다음 날은 상담 일정을 마치고 함께 안개낀 합정 부근의 한강에 갔다. 한강에 가는 길에 윤덕원 덕업일치 공연에 같이 가자고 꼬득였다. 친구도 음악을 좋아하고 인디 가수를 꽤 알고 있어서 흔쾌히 같이 가기로 했다. 한강을 걸어다니며 나중에 있을 공연을 예습하는 차원에서 브콜너,윤덕원,김사월 노래를 들려주었다. 상수쪽 입구로 나와 친구가 찾은 맛집에 들렸고 맥주와 함께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식당을 나와 공연장 웨스트브릿지 라이브홀로 향하는데 흐린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7시에 티켓 부스가 오픈하는데, 나름 조바심이 들어 6시 10분에 갔는데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10분 전에 와도 괜찮을 꺼라 했다. 내가 워낙 좋아하는 가수들이다보니 당연히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착각을 했는데 평일의 인디 공연은 여유로웠다.

친구는 옆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들었지만 공연이 끝났을 때 꽤나 만족스러워했고, 김사월 음악을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해 복습하는 열의도 보여줬다. 공연은 그동안 자주 들어온 음악, 그 안에 담겨있는 생각과 감정, 장면들을 응시하게 해주는 농밀한 시간이었다. 평소에 흘려넘겼던 가사도 집중해서 되짚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둘이 노래하는 비중이 비슷할 줄 알았더니 90%는 김사월의 독무대였다. 그것도 뭐 좋았지만. 

공연장을 나와 친구와 다시 맥주를 한 잔 마시고, 집에 와서도 맥주를 한 잔 더 마셨다. 저번에 친구 왔을 때 소주 마신 다음 날 상담했을 때 아주 잠깐 말문이 막히고 눈앞이 캄캄해진 경험이 있어, 상담 전 날 소주는 절대 금지인 것이다. 


그렇게 맥주를 마시고, 폰으로 노닥거리다 잠들었고, 친구는 다음날 새벽같이 준비하고 부산으로 떠났다.


-최근에 작은 결심을 하나 했다. 이제 밤 12시에 잠들어 아침 9시까지 상담소로 출근해서 12시까지 어떤 것이든 글을 쓰자는 결심. 글쓰기 훈련도 하고, 컨텐츠도 하나 둘 쌓아야겠다는 생각. 아침 시간대는 작업실로, 점심부터 저녁은 상담소, 공부방으로 같은 공간을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최소한 1년은 투자해야 2020년이나 21년에 뭔가 나오지 않겠냐는 계산이다. 블로그나 브런치에도 올릴만한 내용이면 올려서 활성화 시켜야지.



-오늘 상담은 이메일 1, 전화 1, 방문 1, 카톡 1로 다양했다. 정신없이 하나씩 해나가는 성취감이 있었다. 나름의 시스템, 프로세스가 확립된 것 같다. 트렐로가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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