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랜만에 명상을 제대로 하고 잠들었다.
빗소리가 배경음으로 깔리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정자세-대자로 누워 호흡에 집중하며 몸을 전체적으로 이완시킨 후, 이제는 부분에 집중해서 심화 이완을 하고, 다시 빠져나와 전체를 지속적으로 이완시켜준다. 숨에 의식을 집중하고 되도록 다른 생각은 하지 않는다. 깊이 들이마시고 잠시 쉬었다가 천천히 내쉰다. 들이마시면서 신체의 한 분위씩 집중을 해서 몸과 세계 사이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든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과 땅에서 올라오는 에너지를 심상화(빛은 진선미, 에너지는 영감과 지혜라고 느낀다)하고 그것이 나의 들숨으로 몸속에 채워지는 상상을 한다. 날숨으로는 몸속에 쌓인 어둡고 탁하고 끈적거리는 검은 연기 같은 에너지를 내뱉는 상상을 한다. 가끔 허리가 아프고, 평소에 눈이 건조하다. 건강하지 않다고 느껴지는 부위에 더 신경을 집중해서 채워주고, 빼내어 교정해준다. 그렇게 몸 전체를 두루 살펴보고는 심상화 작업은 적당히 마무리짓고, 전체 이완된 붕뜬 상태로 한동안 유지해본다. 답답하다고 여겨질 쯤 발끝, 손끝부터 조금씩 움직여서 몸의 감각을 되찾아서 명상에서 깨어난다. 편한 자세로 고쳐 누워 명상은 하지 않지만 호흡은 깊고 천천히 해 적당한 이완 상태를 잠들 때까지 이어간다.
아침에 평소 수면 시간보다 일찍 잠에서 깼다. 꿈에서 깬 것도 아니고, 외부 소음으로 일어난 것도 아니다. 비눗방울막이 고요하게 터지듯, 잠에서 슬며시 빠져나왔다. 이렇게 부드럽고 개운한 기상은 오랜만이군, 하고 생각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왠지 급해져서 시간부터 찾았는데, 이번은 평온하고 여유롭다. 아침에 일어나면 눈이 건조하고 침침해서 눈을 제대로 못 뜨고 눈물을 흘리곤 했는데, 오늘은 눈도 쾌적하게 잘 떠졌다. 마치 지난 날들의 나와는 다른 존재로 깨어난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명상이 이렇게 효과가 좋았었나? 기분이 좋아져 이번엔 새울음 소리가 들리는 명상 음악을 찾아서 아침 명상을 진행했다.
군입대하고 훈련병때 읽은 틱낫한 스님의 '화'라는 책에서 배운 명상법을 아직까지 종종 써먹는다. 믿고 있는 종교는 따로 없지만 명상을 통해 나름 만족스러운 종교적 체험을 대리할 수 있는 것 같다. 매일하기는 어렵겠지만 하루를 끝내고, 시작하기에 심신의 평화와 안정에 적잖은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