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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한 Dec 27. 2019

목소리

상담을 하다보면 한 번씩 내 목소리가 아닌 것 같이 말이 나올 때가 있다. 말이 술술 부드럽게 흘러나오는데 그런 날이면 상담이 잘되고 내담자도 만족해하는 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무의식이나 최면 상태에 나를 내맡기는 건 아니다. 분명히 의식을 하고, 해야할 말을 찾아서 목소리로 내보내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시간 지연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의식과 생각과 말이 묘하게 일치되어있다는 느낌이다. 예전에는 이런 상태가 기계적으로 레퍼토리를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 경계하기도 했는데 최근에 변화가 있었는지 생각이 좀 달라졌다. 

'내 목소리처럼 들리지 않는 목소리가 들리는 상태'는 좀 더 고양된 의식의 차원에서 깨어나 나와 세계를 주시하고, 지켜보고, 자각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자아가 분열되어있다고 느끼기 보다는 좀 더 깊숙한 곳에 있는 진정한 나에 가깝다고 느낀다. 삶이라는 게임에 완전히 중독되어 몰입,집착하는 내가 아니라 플레이어로써 한 걸음 떨어져서 관찰하고 실험하고 놀이하는 듯한 이상한 세계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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