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by 은한

"저녁 먹었어요?"와
"오늘 저녁은 뭐 먹었어요?"는
완전히 다른 질문입니다.

나는 당신의 배고픔 혹은 배부름을 체크하고 싶은 게 아니에요. 하루를 매듭짓는 하나의 의식에서 독립적으로 선택한 음식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궁금한 것입니다. 나는 당신의 체크리스트가 아닙니다. 당신이라는 미지, 무지의 세상을 밝혀줄 작은 별빛을 찾아가는 거에요. 이 별빛이 세상을 얼마나 밝혀주겠냐만은 작고 성실한 가설들을 하나씩 하나씩 쌓아가는 거에요. 머나 먼 옛 인류가 두렵고 경이로운 눈길로 하나 둘 별을 잇고, 말도 안되는 그림을 그려가는 심정으로 나는 묻는 거에요. 초록불이면 건너고 빨간불이면 멈추는 신호등이 아니라 고독한 별자리 관찰자로서 묻는 거에요. 기계적 확인이 아니고 의지와 애정이 담긴 가여운 질문이에요. 저녁을 먹었다, 말았다에서 나는 아무것도 알아갈 수 없어요. (누구나 배가 고프면 언젠가 무엇이든 먹겠죠.) 저녁은 때로 사랑보다도 지독한 추상 명사가 되니까. 구체적이지 않은 것은 결국 아무것도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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