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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한 Feb 02. 2022

후천 오행의 상생·상극

4장. 메타 명리의 변화원리② : 사상(四象)·오행(五行)

상생·상극은 후천 오행의 기본적인 운동 원리입니다. 후천 오행의 ‘상생·상극’에 ‘서로 상(相)’자가 들어가지만 사실 후천 오행은 서로를 생하거나 극하는 양방향 관계가 아닌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일방적으로 생하거나 극하는 일방향 관계입니다. ‘상(相)’자에는 ‘서로’라는 뜻 외에 ‘보다’라는 뜻도 있어 후천 오행에 있어서는 ‘생을 보다’, ‘극을 보다’라는 의미로 쓰이는 게 더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정신과 관련된 개념, 즉 토土의 특별성을 배제하고 오행을 자연의 흐름으로 볼 때, 수水는 목木으로 태어나고, 목木은 화火로 성장하며, 화火는 토土로 균형을 잡아서 금金으로 수렴하고, 금金은 수水로 저장됩니다. 시간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생기는 변화원리를 ‘상생相生’이라고 합니다.


중심을 잡으려는 토土가 흐르려는 수水를 극해서 가두고, 응축하려는 수水는 발산하려는 화火를 극해서 진정시키고, 팽창하려는 화火가 수렴하려는 금金을 극해서 부풀리고, 거두어들이려는 금金이 자라나려는 목木을 극해서 결실을 만들고, 시작하려는 목木이 중심을 잡으려는 토土를 극해서 일을 벌립니다. 공간 속에서 생기는 차이와 분별, 마찰과 대립으로 인해 생기는 변화원리를 ‘상극相克’이라고 합니다.


현상계에서는 낳고, 기르고, 지향하고, 자연히 흐르는 상생 관계와 마찰·상대하고, 대립·갈등하고, 이기고 지는 상극 관계가 함께 나타납니다. 후천 오행의 모든 흐름에서 한 번의 상생에 두 번의 상극이 개입합니다. 예컨대 수생목水生木할 때 토극수土克水·목극토木克土가 개입해서 △수목토水木土의 삼각 구도가 만들어집니다. 상극의 견제가 상생의 성장을 도와주면서 상생·상극이 긴밀하게 엮여 함께 변화원리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어감에 따라 상생을 긍정적으로 상극을 부정적으로 여길 수 있지만, 그것은 너무 단순한 해석입니다. 역학적 원리에서 상생·상극 모두 자연에서 벌어지는 필수 불가결한 운동 법칙일 뿐이죠. 상극에는 파괴적 창조처럼 긍정적인 극도 있습니다. 나무가 더 잘 자라기 위해 가지치기(金克木)하는 것이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물로 불을 끄는 것(水克火)은 긍정적인 상극이죠. 상생도 치우치면 부정적입니다. 엄마가 아이 곁을 집착에 가깝게 맴돌면 아이에게 오히려 해롭습니다. 식물(木)에 물(水)을 너무 많이 주면 더 잘 자라는 게 아니라 도리어 썩죠.


생물의 운행에서 아무런 근심 없이 보호받는 온실 속의 화초보다 온갖 풍파에 정면으로 맞서며 자라는 야생의 잡초가 더 강인합니다. 부드러운 상생만으로는 일이 부실해지기 쉬우며 마찰·갈등·위기가 함께 작용할 때 일이 제대로 진행되는 것이죠. 한 아이가 성장할 때,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상생)과 아버지의 엄격한 규율(상극)이 함께 해야 균형 잡힌 인격체로 양육될 수 있습니다. 인생도 순경만 있어서는 영적 각성과 성장이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사람은 역경을 맞이할 때 비로소 절실하게 깨어나면서 새로운 차원으로 상승하는 계기를 맞이합니다.


상생이든 상극이든 긍정적으로 이뤄지려면 마음을 현상계의 음양에 치우치도록 내버려 두지 말고 절대계의 ‘중심’으로 돌이켜야 합니다. 상생·상극은 음양 분화의 이원성에서 생기는 작용으로 그 자체로 선악을 따질 수 없으며, 선악은 오직 마음의 중심으로부터 얼마나 가까운지 먼지(원근의 이원성)에 달려있습니다. 인의예지신의 덕목을 온전히 갖춘 선천 오행(태극·양심)에 접속하면 어떤 상황 속에서도 올바른 답을 찾아가서 조화로운 상생·상극을 이뤄낼 수 있습니다. 태극에 근거해 제대로 확립된 개체적 황극은 음양에 집착하거나 시달리는 게 아니라 음양을 꿰뚫어 보고 적재적소에 활용하면서 현상계를 현명하게 경영해갈 수 있습니다.


상생은 시공간의 자연스러운 흐름이고, 상극은 시공간에서의 의식·물질이 마찰을 통해 차이를 구별합니다. 빛과 마찰하면서 볼 수 있고, 소리와 마찰하면서 들을 수 있고, 나머지 모든 감각도 마찰로 이루어집니다. 의식을 가진 생명에게 현상계는 시공간의 흐름 속에서(상생) 의식·물질의 마찰과 차이로 드러나는 것이죠(상극). 상생은 만물 생성의 배경이 되는 자연의 흐름을 뜻합니다. 상극은 차이·마찰을 통해 나와 남을 명확히 구별하고 전략적으로 판단하여 승리와 이익을 취하는 인간(생물)의 욕심과 연관됩니다. 아래 표와 같이 상생·상극의 뜻을 인간사회 차원으로 확장해볼 수 있습니다.



상생은 천지天地의 법칙, 상극은 생물生物의 법칙에 가깝습니다. 상생의 시공간 흐름이 하얀 도화지의 바탕을 제공해주면, 상극의 의식과 물질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 상호작용하면서 무궁무진하게 작품을 만들어갑니다. 상생 없는 상극은 불가능하고, 상극 없는 상생은 무의미하죠. 사심 없이 늘 성실하게 흐를 뿐인 천지자연의 운행은 생의 속성을 잘 보여줍니다.


생물은 천지로부터 비롯되었고, 천지에 속하기에 상생의 속성도 함께 가집니다. 인간의 인식과 행동으로 분별하고 활용하면서 자연에 내재한 상극의 속성이 잘 드러나게 됩니다. 자연의 질서는 일정한 조건 속에서 서서히 부드럽게 변화해 가지만, 인간은 무더운 여름 대낮과 엄동설한의 겨울밤을 극단적으로 대조하면서 상극의 법칙을 체험적으로 이해하고 드러내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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