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한 Feb 03. 2022

후천 오행 상생·상극의 예 ①작품의 창작과 감상

4장. 메타 명리의 변화원리② : 사상(四象)·오행(五行)


상생 순환에서 목木의 창조·추진 에너지는 화火의 변화·발산 에너지로 확장되고, 화기火氣는 토土의 조절·균형 에너지로 중심이 잡히고, 화기火氣가 내재한 토기土氣는 금金의 성숙·결실 에너지로 정리되고, 금기金氣는 수水의 저장 에너지로 보관되며, 수기水氣는 목木의 창조·추진 에너지로 생명력을 얻어 다시 순환합니다.


상극 순환에서는 진보적인 목木의 창조·추진 에너지가 안정적인 토土의 조절·균형 에너지를 제어해서 활용하고, 경영하는 토土의 조절·균형 에너지는 은둔하는 수水의 저장 에너지를 제어해서 활용하고, 내향적인 수水의 저장 에너지는 외향적인 화火의 변화·발산 에너지를 제어해서 활용하고, 산만한 화火의 변화·발산 에너지는 집중적인 금金의 성숙·결실 에너지를 제어해서 활용하고, 노련한 금金의 성숙·결실 에너지는 미숙한 목木의 창조·추진 에너지를 제어해서 활용하며 순환합니다.


오행의 변화원리에 대한 다양하고 실감 나는 예시가 역학 감각을 키워줄 수 있습니다. 개별사물에 대한 보편법칙을 하나씩 탐구해보면서 근본원리에 대한 개념적 이해를 키워가는 것이죠. 오행 상생·상극의 변화원리는 일상과 동떨어져 있지 않고, 분야와 규모, 시간과 공간을 막론한 모든 것에 스며들어있습니다. 아래 나열한 예시 말고도 다양한 분야에서 오행의 변화원리를 궁리해본다면 큰 흐름과 패턴을 통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상생·상극의 예 : ①작품의 창작과 감상

⑴작품 창작

목木(시작 단계)으로 향하는 수水(준비 단계)의 영역에서 영감을 받거나 무의식적으로 끌리는 주제를 설정합니다. 소설 창작으로 예를 들면 쓰고자 하는 소설에 대한 세계관을 구상하고,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사건 전개 방향 등을 기획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한 것이 쌓여서 직접 첫 문장을 짓고, 소설의 도입부 전개 과정을 써내려가는 것이 목木의 시작입니다. 수水가 제대로 갖춰져 수생목水生木이 잘 이뤄진다면 소설의 배경이나 등장인물, 사건과 같은 소설을 구성하는 것들이 생기(生氣)를 가지고 살아 움직일 것입니다.


화火는 목木의 시작 단계를 넘어 사건이 전개되어 갈등이 고조되고 클라이맥스로 속도감있게 향하는 절정 단계입니다. 소설의 핵심이 담겨있고 작가의 세계관이나 실력이 가장 두드러지게 밝혀집니다. 목木, 도입부의 전개 과정에서 배경·인물·사건의 생명력이 잘 갖춰져 있다면 목생화木生火로 작품의 빛이 밝아질 것입니다.


토土는 기본적으로 작가가 이제껏 살아가면서 쌓고 다져온 철학·세계관·문체 등으로 볼 수 있습니다. 후천 오행 상생·상극의 모든 과정에 전반적으로 개입합니다. 작품 내적으로 토土의 단계는 사건의 절정이 지나고, 소설을 정리하고 마무리하기 위한 전환이 이뤄지는 지점입니다. 화火에서 속도감 있는 변화로 사건이 폭발하고 모든 것이 연결되는 절정을 맞이할 때 화려하게 빛나는 작가의 문체와 철학을 제대로 보여줘야 화생토火生土로 토土의 전환에 가치가 높아집니다.


금金은 이제 이야기를 정리하여 끝맺는 지점입니다. 새롭게 자라나고 펼쳐지려는 목木의 생기를 냉정하게 잘라내야(金克木) 소설이 마무리될 수 있습니다. 목화木火의 양陽으로 발산하는 에너지를 토土가 균형을 잡고 적절히 전환해줘야 자연스럽게 토생금土生金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면 이야기 흐름이 어색해지지 않을 것이고 하나의 완성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맺을 것입니다. 또 화火의 하이라이트가 제대로라면 햇빛의 양기를 제대로 머금은 열매처럼 소설이라는 결실에 맛과 영양분이 알차게 들어찰 수 있습니다.


금金의 단계는 단순히 이야기를 끝맺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다시 초고를 여러 차례 수정·보충·개선하는 퇴고 과정을 포함하죠. 금극목金剋木으로 순수한 초심으로 막 적어낸 어수룩한 내용, 앞뒤가 안 맞는 내용, 어색한 단어 선택까지 작품 전체적으로 가지를 쳐내고 알곡과 쭉정이를 걸러내어 개혁해야 합니다. 초고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목화木火를 주로 쓴다면, 퇴고를 통해 작품을 마무리 짓는 과정은 금수金水를 주로 쓴다고 볼 수 있습니다. 토土는 창작과 고쳐쓰기의 전제와 본체로 모든 과정에 개입합니다.


마침내 퇴고를 끝내고 탈고한 시점은 다시 수水입니다. 퇴고에서 금생수金生水가 깔끔히 되었다면 후회보다는 개운함으로 집필을 마무리할 것입니다. 작품을 만들어낸 소회, 뭔가를 느끼고 전과 달라진 것, 출판을 앞두고 독자를 기다리는 것, 다음 작품은 어떻게 써야 할지 다시 구상하는 것, 한 사이클의 전체 과정이 무의식에 저장되는 것은 수水의 영역에서 이루어집니다. 무의식에 저장된 정보를 꺼내고 다져서 다시 활용하는 것은 역시 본체인 토土입니다(土克水).



⑵작품 감상

독자 입장으로는 작품을 고르게 된 무의식적인 끌림이 수水입니다. 제목과 표지, 목차를 넘겨 첫 문장으로부터 도입부 전개 과정을 읽는 것은 목木입니다. 수水의 단계에서 느낌이 확실하면 수생목水生木으로 초입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새로운 세계를 신선하게 받아들일 것입니다. 사건이 절정에 이르러 작품의 절정을 재미와 흥분으로 속도감 있게 읽는 것은 화火입니다. 초입에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세계를 제대로 받아들였다면(작품이 제대로 되었다는 전제하에) 화火의 하이라이트에서 맛보는 감정도 더 격정적으로 와닿을 것입니다.


토土는 독자의 기본적인 성향과 취향, 판단 기준으로 볼 수 있습니다. 독서 전후의 모든 과정에 개입합니다. 작품 내적으로는 사건의 절정을 지나 하나둘 정리되고, 차분해지고, 마무리로 향하는 전환점이 토土입니다. 화火의 타오르는 절정에서 제대로 몰입해서 읽고 느꼈다면 토土의 전환점에서도 여운이 남은 채, 생각과 감정이 하나둘 정리되면서 이야기 흐름을 자연스럽게 좇아갈 것입니다. 토土의 중심을 잡지 못하면 작품 세계에 과몰입하거나 반대로 집중하지 못해서 건강한 독서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결론에 다다라 마지막 한 문장을 읽고, 책을 덮는 시점은 금金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의문스러웠던 것, 감명 깊었던 부분, 재미난 부분 등을 다시 찾아 읽는 것도 가려운 곳을 골라내서 긁는 금金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전환이 이뤄지는 토土에서 중심을 잘 잡았다면 금金의 마무리가 원만하게 잘 맺어질 것입니다. 화火가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작품[金]의 알참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금金에서 마무리를 제대로 확실하게 끝냈으면 내용이 머리와 마음속에 잘 정리되어 보관될 것입니다(金生水). 독서를 급하게 서둘러 끝냈거나, 대충 넘어갔거나, 오독한 부분이 있다면 금생수金生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혼란스러운 파편이 머리를 어지럽힐지도 모릅니다. 책을 덮은 시점이 금金이었다면, 책을 다시 책장에 넣거나 도서관에 반납해서 물리적·감정적으로 거리가 생긴 시점은 수水입니다. 이따금 책의 내용을 사색하거나 되새길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의 총체가 무의식에 저장되는 것이 수水입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취향이나 판단 기준에 변화가 생기면 전반적인 삶의 가치관(土)에 반영될 수도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하도·낙서와 상생·상극 ③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