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메타 명리의 하늘 체계 : 천본(天本·선천 십간)
불교 철학의 ‘육도 윤회’를 ‘열반’, ‘극락정토’와 함께 보면 생명이 살아가는 여러 차원을 진화와 분화로 종합해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순수의식에 해당하는 열반(절대계)에서 부처·보살들이 살아가는 극락정토(청정한 현상계)로, 극락정토에서 어두운 중생들이 살아가는 육도 윤회(오염된 현상계)로 영적 차원이 하강합니다.
순수의식이 양심 그 자체라면 극락정토는 양심이 그대로 구현되는 청정 지대이고 육도 윤회는 양심이 어둡게 왜곡되기 쉬운 세계입니다. 생성 진화의 무한 스펙트럼에 따르면 열반과 육도 윤회 사이에 최상의 극락정토와 그 밖에 여러 수준의 정토가 있을 수 있음도 수긍할 수 있습니다. 또한 육도 안에서도 마음이 더 밝고 더 어두운 의식의 수준이 다를 수 있습니다.
‘보살’은 정토에 영원히 머무를 조건과 자격을 갖추어도 그곳에 안주하지 않는 존재입니다. 보살은 나와 남을 하나로 여기기에 육도 윤회에서 고통받는 ‘중생’을 가엽게 여기고 그들을 구제하기 위한 윤회를 부정하지 않죠. 정토 출신의 보살은 육도 윤회를 굴러도 영혼은 중심의 열반에 굳건히 뿌리내립니다. 현상계의 제약에 잠시 어두워질지도 모르나 다시금 카르마를 극복하고 깨어난 영혼이 되어 밝은 정신으로 현상계를 경영해갈 수 있습니다.
육도 윤회는 중생이 구르는 세계를 여섯으로 쪼개서 봅니다. 육도 윤회는 탐진치(貪瞋痴) 삼독(三毒)을 중심으로 굴러가는 세계로 탐욕이 좌절된 ‘아귀계’와 탐욕이 강한 ‘인간계’, 능력이 없어 어리석은 ‘축생계’와 교만해서 어리석은 ‘천상계’, 고통스러워 분노하는 ‘지옥계’와 싸우느라 분노하는 ‘수라계’로 이루어집니다. 음양 분화의 무한 스펙트럼에 따르면 육도 안에서 다시 육도가 갈리는 등 다양한 분화가 이뤄질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모든 정토와 정토에 계신 모든 부처님도 모두 다양한 개성을 지닌다고 볼 수 있겠죠.
소승불교 수행자의 목표가 열반에 들어가 빛과 합일하여 현상계와의 접속을 끊는 것이라면, 대승불교 보살의 목표는 빛을 통해 정토를 확장하여 육도 윤회를 구르는 중생들을 구제하는 것이죠. 하도가 보여주는 생성 진화의 로고스도 대승불교의 보살도가 우주의 결에 부합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하도가 보여주는 음양 분화의 로고스에서 힌트를 주듯 육도 윤회를 구르는 중생들도 누구나 일체의 이원성(陰陽)을 ‘모른다!’라고 하여 내려놓을 수만 있다면 열반(中)에 접속하고 부처님의 가피를 받아 지혜와 사랑으로 삶을 경영해갈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1)지은이 보조국사 지눌 풀어쓴 이 윤홍식 『윤홍식의 수심결 강의』 봉황동래, 2019 p.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