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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한 Apr 01. 2022

‘분화×진화’의 이원성 ②원불교 철학

6장. 메타 명리의 하늘 체계 : 천본(天本·선천 십간)

원불교 사은(四恩)을 확장 응용한 십은(十恩)


일원상을 신앙의 대상으로 하고 그 진리를 믿어 복락을 구하나니, 일원상(법신)의 내역을 말하자면 곧 사은이요, 사은의 내역을 말하자면 곧 우주 만유로서 천지 만물 허공 법계가 다 부처 아님이 없나니, 우리는 어느 때 어느 곳이든지 항상 경외심을 놓지 말고 존엄하신 부처님을 대하는 청정한 마음과 경건한 태도로 천만 사물에 응할 것이며, 천만 사물의 당처에 직접 불공하기를 힘써서 현실적으로 복락을 장만할지니, 이를 몰아 말하자면 편협한 신앙을 돌려 원만한 신앙을 만들며, 미신적 신앙을 돌려 사실적 신앙을 하게 한 것이니라. (『대종경』「교의품」)


성인은 반드시 우주의 진리를 응하여 인간의 법도를 제정하시나니, 우리 법으로 말씀하면 일원상의 종지는 대자리(근본원리)를 응하여 건설된 법이요, 사은의 내역들은 소자리(보편법칙)를 응하여 건설된 법이요, 인과와 계율 등 모든 법은 유무자리(개별사물)를 응하여 건설된 법인 바, 성인의 법은 어느 법이나 이치에 위반됨이 없이 시비이해가 분명하게 짜여 지나니라. 또는 이를 개인 공부에 운용하는 방법으로는 항상 일원의 체성을 체받아서 일심 즉 선(禪)을 잘 닦으라 하신 것은 대를 운용하는 법이요, 사사 처처에 보은 불공하는 도를 잘 알아 행하라 하신 것은 소를 운용하는 법이요, 유무에 집착하지 아니하고 유무를 따라 마음을 활용하며 변천의 도를 알아 미리 준비하여 사업을 성공하게 하신 것은 유무를 운용하는 법이니라.(『정산종사법어』「경의편」)


원불교의 ‘사은(四恩)’ 사상을 확장하여 임의로 디자인해본 ‘십은(十恩)’은 ‘진화×분화’의 이원성을 잘 보여줍니다. 가장 중심에 있는 ‘법신은(法身恩)’은 근본원리를 품고 있는 일원상의 은혜를 말합니다. 중간에 있는 ‘사은(四恩)’은 법신불의 은혜로 말미암아 4개의 층위와 영역으로 구분되는 보편법칙으로 인간이라면 누구나 인식하고 체감하기 쉬운 대표적인 네 가지 은혜입니다. 그 내역은 ‘천지 대자연’의 은혜, ‘부모님’의 은혜, ‘동포’의 은혜, ‘법률’의 은혜로 구성됩니다. ‘천지은’은 시공간의 기운과 물질을 경영하는 천황·지황에 대한 은혜라면, 나머지 세 은혜는 생명과 의식을 관장하는 인황에 대한 은혜라고 볼 수 있죠.


‘천지은(天地恩)’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땅과 몸으로 느껴지는 하늘만을 뜻하는 게 아니라, 온 우주를 영원히 순환토록 하는 대자연의 진리에 대한 은혜를 포함한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북방 水의 감춰진 정보). ‘부모은(父母恩)’은 부모님은 물론이고 부모님의 부모님을 영원히 거슬러 올라 ‘조상·생명·원정(元情)·인간의 원상(△)’에 대한 은혜를 포함한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동방 木의 수직 탄생).


‘동포은(同胞恩)’은 단순히 형제·친구·동료만을 뜻하는 게 아니라 ‘금수·초목을 포함한 시방삼세 온 우주의 생명’, 나아가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고차원의 영적 존재’에 대한 은혜를 포함한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남방 火의 수평 확장). ‘법률은(法律恩)’도 단순히 문명을 세우는데 일조한 율법·헌법·과학기술 등만 뜻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가능하게 한 ‘인류의 집단지성’, ‘보편법칙을 추론하는 이성’, ‘근본원리를 체험하는 직관’에 대한 은혜를 포함한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서방 金의 결실 작용).


마지막 경계에 있는 ‘현존은(現存恩)’, ‘육신은(肉身恩)’, ‘자아은(自我恩)’, ‘당처은(當處恩)’은 사은의 보편법칙이 현실 경험에서의 개별사물로 드러난 것으로 ‘나’로 살아가면서 인식하는 모든 생각·감정·오감을 포함합니다. ‘현존은’은 지금 여기서 이렇게 존재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대한 은혜를 말합니다. ‘천지은’이 있기에 현상계의 활동 배경이 고등 생물이 살아갈 만큼 고도로 질서정연하게 세팅되어서 지금 여기에서 현존하는 은혜가 생깁니다(존재의 현존은).


‘육신은’은 나를 현상계에 접속하여 생존하게 해주는 인체의 모든 작용에 대한 은혜를 말합니다. 나를 낳고 길러준 ‘부모은’이 있기에 물질계에 접속할 수 있는 ‘육신’을 입는 은혜가 생깁니다(생물의 육신은). ‘자아은’은 내가 남과 구별되는 개성과 자존감에서 생기는 모든 은혜를 말합니다. 무한 다양성으로 펼쳐져 있는 ‘동포은’이 있기에 나와 남의 다름이 구별 가능한 독특한 ‘개체성’을 지니는 은혜가 생깁니다(의식의 자아은). 소승 위주의 수행을 하다 보면 육신과 자아를 천박하고 하찮게 여기는 편견이 생기기 쉽지만, 대승보살도에서는 육신과 자아를 법신불의 은혜로 생긴 작품이자 선물로 여깁니다. 오히려 우주에서 가장 신령한 걸작이라고 보죠.


‘당처은’은 매 순간 처한 상황에서 언어와 개념, 감각을 통해 인식 가능한 모든 대상에 대한 은혜를 말합니다. 작게는 일상의 편리와 효율성을 증진시키고, 크게는 진리에 대한 식별과 탐구를 할 수 있게 해주는 ‘법률은’이 있기에 내가 직접 처해있는 곳곳의 상황에서 은혜와 감사를 느낄 수 있습니다(결실의 당처은).


마지막으로 이 모든 은혜를 알아차리고(선정), 이해하고(반야), 인가하는(인욕) 은혜, ‘지은은(知恩恩)’, 메타-은혜가 있기에 불성의 은혜를 알고 은혜에 보답하고자 하는 보살도 서원을 세울 수 있습니다(지은보은知恩報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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