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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욕박변 Feb 07. 2023

뉴욕박변: 방송국에서 자문 요청을 받다.

안전과 인종 프로파일링 그 사이  


평소에 자주 확인하지 않는 이메일 계정에 방송국에서 한 이메일이 와 있었다. 모 프로그램의 작가님께서 미국에서의 지문 수집과 개인정보 및 미제 사건의 해결에 관련해서 자문 문의를 주셨다.


이미 날짜가 지나서 방송국에선 아마도 다음 횟차수를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일단은 답변은 드려야 했기에 서둘러 답메일을 보냈다.


1. 미국은 한국과 달리 주민등록이나 지문 등록을 하지 않나요?


미국에도 주민등록과 비슷하게 소셜 시큐리티 넘버 (SSN: social security number)를 받습니다. 이때 지문 등록을 합니다. 1935년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부터 시작되었습니다만, 제가 알기로는, 한국에서처럼, 출생신고를 할 때 자동으로 나오는 게 아니고, 대부분은 일을 시작할 때 받아서 미리 월급에서 연금을 따라 떼어놓는 목적으로 받는 고유 번호이기 때문에, 신청을 해서 받게 됩니다. 12세 이하의 아이도 부모가 원하면 신청해서 미리 받을 수는 있습니다. 또한, 미국 시민이 아닌 영주권자들도 이 번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만일 일할 수 없는 비자로 미국에 거주하는 경우, 이를 신청하면 카드 위에 일을 할 수 없음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래야 미국 국세청에 세금 보고를 하고, 연금을 따로 떼어 놓을 수 있겠죠. 소셜 시큐리티 넘버를 받지 못하는 서류미비자들 (*불법체류자*라고 잘못 불리는) 경우에도 미국에서 세금 보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ITIN (Individual Tax identification Number: 개인 세금 신원확인 번호)를 부여받습니다. 따라서 나중에 연금 혜택은 못 받지만 세금은 내게 되어 있습니다.


운전면허증 등록 시, 결혼증서, 세금 보고서, 각종 자격증, 취업 시에 반드시 이 고유 숫자를 적게 되어 있으므로, 미국에서 소셜 시큐리티 넘버가 없이 생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여권을 만들 시에도 지문 등록을 합니다. 물론, 모든 미국인들이 여권을 만드는 게 아니겠지만요. 또, 범죄 용의자로 체포가 되는 경우에도 지문 등록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 데이터들을 쌓아가는 것이죠.


2. 그렇다면, 불상의 범죄 피해자가 생겼을 때, 신원 확인을 어떻게 하나요?

(예 : 길을 걷다가 뺑소니를 당해 죽은 사람이라든가, 여행지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한 사람이라든가 등등)


1번에서 말씀드린 대로,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SSN이 있으므로, 한 사람이 죽었을 때, 가족이나 장례식장에서 사회보장국에 보고하게 되어 있고, 그렇게 신원 확인이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미국에서는 600,000명이 실종되고, 4,400의 시신이 신원확인이 되지 않고, 그중 1,000구 정도가 1년이 지난 후에도 신원확인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에, 2003년부터 DNA 기술을 이용해 미제 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해 National Institute of Justice는 다른 기관들과 협력하여, 2007년에 NamUs (National Missing and Unidentified Persons System)라는 데이터베이스를 론칭하고 계속해서 이를 발전시키는 중입니다.


누군가가 실종이 되었거나, 신원 확인이 안 될 경우 가족이나 친구들은 사건에 대한 정보와 실종된 이의 정보를 NamUs에 보고하고, 이를 경찰, 검찰, 검시관들이 미제 사건과 비교해 가며 신원 확인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3. 지문을 수집하는 경우도 있던데, 보통 어떤 경우에서 지문 수집을 요구할 수 있나요?

(예 : 범죄자, 불상의 사망자 등)


SSN, 운전 면허증, 여권 신청, 미국 영주권/시민권 신청등 행정 업무를 위해서도 지문을 수집할 수 있고, 범죄 수사를 위해서도 지문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10년부터 연방 이민국이 무작위로 서류 미비자들이 많이 일하고 있는 직장 (예를 들면, 건설업, 네일 살롱 등등)에 나타나, 범죄에 연루되지도 않은 모든 이들의 지문을 수집하는 Secure Communities라는 프로그램이 문제가 된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범죄 수사도 아니고 행정 업무도 아닌 과정에서 그야말로 불시 검문을 통해, 인종 프로파일링을 한 후, 범죄 경력도 없는 서류미비자들을 대거 추방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다녔고 1년 동안 학생 변호사로 일했던 학교 클리닉에서 3년간의 이민국을 대상으로 3년간의 소송을 했었습니다. 그 결과, 3명의 주지사들은 이 연방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결정을 했고, 이 프로그램에 관련하여 2개의 연방 수사가 시작된 바 있습니다.


답변을 보내고 짧게 작가님과 통화했는데, 역시나 이미 녹화를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에 언급한 Secure Communities라는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서 PD님과 얘기하고 자막으로라도 나갈 수 있는지 알려 주시겠다고 했다. 사실, 늦었지만 답문을 보낸 이유도 3번의 이야기를 더 하고 싶어서였다.


방송에 나가던 나가지 않든 간에 위에 프로그램 얘기는 책에 더 자세히 풀어보는 걸로...


#뉴욕박변 #방송국 #방송국자문 #미국변호사 #소송변호사 #간만에본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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