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dget Your Time (시간을 예산하라).
재정적 자유에 도달하기 위해, 우리는 가계부를 쓰고, 또 항목별로 필요한 예산을 정합니다.
대형 로펌에 일하는 저 같은 변호사들은 매달 달성해야 할 "billable hours (고객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시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소송 사건을 진행할 때, 예전에 훑어봤던 서류를 찾아봐야 할 수 도 있고, 시간이 흘러서 다시 봐야 할 수도 있습니다. 미지급된 금액에 대해서도 고객에게 말씀드려야 할 때도 있고, 급하게 복사를 해야 할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일들은 고객에게 다시 비용을 청구할 수 없기 때문에, "billable hours"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또 다른 직업군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매년, 영업, 출판, 강의 분야별로 실적에 대한 압박도 있죠. 특히나 파트너 트랙이라면요.
제가 다니고 있는 펌은 변호사만 800명이 넘는 대형 로펌입니다. 그리고 일 년에 달성해야 할 목표 billable hours가 2100시간, 나누면 하루에 9시간을 채우면 되지만, 실제로 9시간 billable을 채우기 위해서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숨도 안 쉬고 13시간 정도 초집중을 해서 일을 해야 합니다. 적어도 제 경우는 그래요. 그리고 매 6분마다 무슨 업무를 어떤 목적으로 했는지 매우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물론 이것을 적는 시간은 billable에 들어가지 않죠. 하지만 대충 적었다간, 클라이언트들이 그 청구서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고 거기에 대한 첨부 자료를 함께 다시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나중에 시간이 더 많이 걸릴 수 있죠.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이, 어떤 업무를 했는지, 그 양이 얼마큼 이었는지, 그리고 그 업무를 수행한 목적이 무엇인지를 상세히 설명합니다. 내 하루의 9시간 billable hour를 6분 단위로 나눠서요.
An 9th-year associate attorney analyzed and evaluated the deposition transcript (231 pg) of the plaintiff in order to draft a confidential mediation statement to be submitted for a mediation scheduled for 12.3.20. (9년 차 어쏘 변호사가, 2020년 12월 3일에 잡힌 중재를 위해 제출할 컨피덴셜 입장문을 작성하기 위해 231 페이지짜리 원고의 증언 기록을 분석하고 평가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결국은, 제 주위에 파트너를 목표로 하고 있는 변호사들은 주중 적어도 하루는 일을 합니다. 저도 재작년에는 새벽 2-3시 퇴근이 4개월간 계속됐고, 작년 6월부터 11월 1일까지는 단 하루도 안 쉬고 주 7일 근무를 했고 결국 11월에는 응급실에 입원을 했습니다. 만일 billable hour를 달성하지 못하면 연봉이나 보너스는 당연히 없고 그다음 달에라도, 그 날 당장도 바로 해고 통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로펌마다 컬처가 다르긴 하지만, billable hour가 높은 로펌은 보통 productivity에 대한 압박이 큽니다. 저도 일단 오피스에 도착하면 하루 종일 화장실 두 번 가는 거 외에, 움직이지 않고 문 닫고 일합니다. 점심 식사 나가서 하는 동료도 거의 없습니다. 보통은 도시락을 싸가는데, 일하다 보면 오후 4시쯤 되어야 배고픔을 느껴서 먹곤 했습니다. 이런 생활이 반복될수록, 내 시간에 대한 자유가 당연히 더 절실해졌습니다.
재정적 자유를 꿈꾸며 공부하면 할수록, TIME=MONEY가 아니라 TIME > MONEY라는 것이 확 다가오면서, 어떻게 하면 하루빨리 재정적 자유를 달성해서,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을지를 계속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가 시작되면서, 새벽 5시 반에 개들 산책으로 하루가 시작되는데, 밤 11시까지 꼬박 일해도, 주말 내내 일을 해도, 자꾸만 billable hours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계속 집에 있으니, 장도 봐야 하고, 눈에 보이는 집안일도 하게 되고, 개들과도 잠깐 놀아주기도 하고, 스트레스받는다고 먹기도 하고, 뭐 그런 이유들도 있겠지요. 점점 일과 내 생활을 경계가 없어지고, 그만큼 스트레스는 커져 갔습니다.
그래서 사용한 방법이 시간을 예산하는 겁니다.
1. 그 날 꼭 이뤄야 할 업무 내용을 적습니다.
2. 그 업무들의 우선순위를 중심으로 리스트 앞에 숫자를 적습니다.
3. 그중 Top 3을 골라냅니다. 만일 우선순위가 다 똑같다면, 저는 제일 하기 싫은 일을 먼저 합니다.
4. 여기서 중요한 것은 Top 3 일을 시작하기 전에 하루 첫 한 시간은 직장이 아닌 나를 위해 씁니다. 주로 오전 7시 반에서 8시 반 사이, 저는 이 한 시간에 글을 쓰거나 독서를 합니다. (이건 월급을 받아 제일 먼저 그 10%를 나를 위해 투자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다 쓰고 나서 내 몫을 챙기려면 이미 없거나 모자라니까요).
4. 각 업무마다 걸릴 예상 시간을 30분 단위로 정합니다. 이 동안은 이메일 체크를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airplane 모드로 핸드폰의 각종 알림도 다 꺼 놓습니다. 혹시라도 급한 업무가 중간에 이메일로 전달될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30분에 한 번씩은 이메일을 몰아서 지우고, 답변합니다.
5. 한 업무가 끝나고 나면 10분의 휴식 시간을 갖고, 재정비를 합니다. 내 예상 시간보다 업무를 마치를 시간이 길어졌다면, 시간 예산을 조정합니다.
6. Top 3 업무를 마쳤다면, 그다음 Top 3을 정하고 위에 스텝을 반복 실행합니다.
이렇게 업무 처리를 하다 보니, 확실히 Productivity와 work quality 모두가 향상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나를 위해 투자할 수 있는 내 자유 시간이 몇 배로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장기화된 재택근무로 깨어 있는 내내 일하는 기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도 안정된 재정적 독립이 어느 정도 확립될 때 까지는 학자금 대출도 갚아야 하고, 주택 융자도 갚아야 하고, 같이 사는 두 마리 친구들의 생계도 책임져야 하니 그만둘 수 없잖아요.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라면, 시간을 예산해서 나를 위한 투자 시간을 확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여러분의 재정적 자유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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