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범죄가 아니라는 월스트리트 보도는 왜 잘못되었나?

언론의 이중 잣대

by 뉴욕박변


지난 3월 16일 미국 애틀란타에 있던 3개의 '스파'에서 8명을 살해한 총기 공격 용의자에 대해, 경찰은 기자회견에서 로버트 애런 롱이 범행을 시인했으며, 인종적인 동기가 없다고 주장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뉴욕 타임즈, 월 스트리트를 비롯한 미국 주 언론들은, 타주에서는 보통 '스파'라고 부르는 이 샵들에 대해, '마사지 샵 (massage parlor)'이라는 표현을 했다. 이 단어에는 불법 매춘에 대한 뉘앙스가 들어있다. 이에 대해 아틀란트 시장은 이 스파들이 모두 합법적인 운영되는 사업체였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는 또한 이번 범죄가 아직 혐오 범죄라고 보긴 이르다고 보도했고,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Proving a hate crime isn’t just about the identity of the victims but also the suspect’s motives and state of mind — specifically, whether an accused assailant targeted people because of their race and gender or other characteristics covered by state and federal hate-crime statutes"


그러니까 혐오범죄라고 규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누구인지만을 볼 수 없고, 그 용의자가 그 범행을 저지르게 된 범행 동기와 그 정신 상태-특히 인종이나 성별에 또는 연방정부 주 정부의 혐오 범죄에 대한 법령에 명시된 다른 특징적을 가지고 있는 특정 사람들을 타깃으로 했을 때 혐오 범죄로 규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용의자 롱은 본인이 섹스 중독자이며, 스파가 자꾸 자기를 유혹해 없애 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자백했다.


FBI는 연방정부의 혐오 범죄법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criminal offense against a person or property motivated in whole or in part by an offender’s bias against a race, religion, disability, sexual orientation, ethnicity, gender, or gender identity."


어느 특정한 인종, 종교, 장애, 성적 성향, 민족, 성별, 성적 주체성에 대한에 편견이 일부 또는 전체 범행의 동기가 된 경우를 혐오 범죄로 인정하고 있다.


위에 빨간 부분의 공통점은 미국 헌법에 명시된 평등을 보장해 주는 카테고리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경우, 주로 아시안 사람들이 운영하는 스파를 공통적으로 타깃을 했다. 만일 이 사람의 범행 동기가 적어도 일부는 인종 차별에서 온 것이 아니라면, 굳이 왜 미국인들이 많이 있는 스트립 클럽이 아닌, 아시아들이 주로 일하는 3개의 스파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말인가?


그래, 100번 양보해서 그 주변에 스트립 클럽이나 다른 사창가가 하나도 없어서, 마사지 숍이 아닌 '스파'를 공격했다고 치자. 8명 중 7명이 여성이었다. 섹스중독이기 때문에, 자기를 유혹하는 '여성'들을 타깃으로 한 것이, 범행 동기의 일부였더라도 이는 명백한 혐오 범죄이다.


결국, 이번 사건이 혐오 범죄임이 분명한데, 미디아에서, 그것도 뉴욕 타임스, 월스트리트 같은 메이저 미디아에서 '혐오 범죄로 보긴 아직 이르다'는 보도를 하다니, 어이가 없다.


아시안계에 대한 혐오 범죄는 트럼프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중국 바이러스 또는 'Kung Flu (쿵후가 연상되게끔)' 바이러스라고 부르면서 급증했고, 코로나 사태로 경기가 계속 어려워지면서 아시안계에 대한 혐오 범죄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다. 정말이지, 단어 하나, 말의 힘을 실감할 수 있는 지난 1년이었다.


내가 다음이 될 수 있다. 내 가족이, 내 친구가 다음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이제까지 지난 일 년간 3,800여 건이 신고되었지만 대부분 처벌 없이 처리되었다고 한다.


또한 모방 범죄가 일어날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처음 이 사건을 들었을 때, 한인 마트에 누군가 들어와 무작위로 총격을 시작했다면?이라는 끔찍한 생각이 들었다.


강아지와 산책을 하고, 길을 걷거나, 어디에 가더라도 이제는 주위를 열심히 살핀다. 다른 때와 달리 긴장을 하게 된다.


오늘 흑인 친구에게 전화를 받았다. 괜찮은지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전화였다. 고마웠다. 조지 플로이드 사태를 겪었을 때 나도 내 흑인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서 괜찮은지 물었었다. 내가 흑인이 아니지만,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알기 위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를 배우기 위해, 로스쿨 동창회 멤버들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수님들 두 분을 모시고 웨비나를 진행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로스쿨 동창회 멤버들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웨비나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는 아시안계가 아닌 흑인들 라티노 멤버들이 비아시안계로서 어떻게 지지와 연대를 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웨비나가 될 것이다. 마침, 뉴욕시 정부에서 인권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친구인 한인 변호사가 선뜻 동의해 주었다. 플랫폼이 마련되면 관심 있는 분들, 특히 교민들을 위해 한국어로도 준비해 볼 생각이다.


또 나는 로펌 내에 diversity committee 리더에게 이메일로 이번 사태에 대해 아무런 성명 발표도 안 할 생각인지를 물었다. 내가 있는 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먼저 하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는 더 이상 역사에서 잊히는, '말 잘 듣고, 고분고분한' 이민자로 살아가기를 거부해야 한다.


또 동시에 우리들이 가진 차별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짱깨' '흑형' '깜둥이'같이 듣자마자 차별인 것을 알 수 있는 것들도 있지만,

결정'장애'라는 흔히 쓰지만 우리가 잘 알아차리지 못해도 분명히 차별이 담긴 단어들도 있다.


물론, 단어뿐 아니라 아직도 한국 사회, 또 교민 사회에도 존재하는 Racism에 대해 우리 다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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