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박변: 인종차별에 대처하는 자세

일상에서 겪는 인종차별,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by 뉴욕박변

마음이 무겁습니다.


지난 7월 라틴계 여성으로서, 뉴저지 주에서는 처음으로 연방법원 판사로 임명받은 살라스 판사의 집에 무장강도가 들어와 20살된 아들을 죽이고, 남편을 총으로 쏴서 심각한 중퇴에 빠뜨렸습니다. 이 일로 인해, 판사들의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해 각별히 신경을 쓰도록 따로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아마도 범죄를 다루는 형법 판사이니, 조직의 복수가 아닐까 추정하지만,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고 FBI에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이 외에도, 조지 플로이드라는 흑인이 길을 걷다, 나이트클럽에서 함께 일했었던 백인 경찰이 총기도 소유하지 않는 그를 바닥에 눕히고 무릎으로 태연하게 그가 죽을때까지 목을 누르는 모습이 동영상을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갔고, 미국 곳곳에서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시위 도중, 몇 명이 이 틈을 타, 가게 문을 부수고 물건을 훔쳐가기도 했고, 이를 앉아서 당한 한인 동포들의 동영상이 떠돌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남자 친구 집에서 자고 있던 구급대원이 옆집과 혼동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고, 한 커플의 싸움을 말리던 흑인이 엉뚱하게 체포되어 역시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했고, 집 앞 가게에 사탕을 사러 간 14살 소년이 경찰의 총을 맞아 사망한 사건도 있었으며, 뛰어가는 흑인에게 경찰이 뒤에서 일곱발을 쏴 죽인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런 인종차별은 교육도 사회적 위치도 유색인종, 특히 흑인 남성을 보호하지 못합니다. 얼마전 “Just Mercy”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한, 브라이언 스티븐슨은 하버드 로스쿨을 나오고 Equal Justice Initiative라는 비영리 단체를 통해 억울하게 감옥에 간 흑인들의 변호사로 평생을 살아왔습니다. 그런 그가 미국 대법원에 갔을때, 판사가 그에게 변호사가 올 때까지 법정에서 나가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가 변호하고 있는 사람을 위해 참고 웃어 넘겼지만, 참 웃픈 일이지요.


저도 이런 인종차별을 가까이서 목격한 적이 있었습니다. 흑인 친구와 늦은(?) 퇴근을 하고, 둘 다 양복을 입은 채로 새벽 3시쯤 텅 빈 도로를 운전하고 가고 있었습니다. 맨해튼은 일방통행이 많은데, 아직 맨해튼 지리에 익숙지 않던 그 친구가 길을 잘 못 들어, 잠깐 헤매다가 좌회전이 안 되는 곳에서 좌회전을 했습니다. 1초도 안 돼서, 어디선가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렸고, 우리는 차를 길 한 편에 세웠습니다. 제가 운전을 하고 있었더라면, 면허증과 등록증을 주섬 주섬 꺼내고 있었겠죠. 그런데, 운전을 하던 이 흑인 친구의 행동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일단, 침착하게 차량의 앞과 뒤 4개 창을 모두 완전히 내리고, 면허증을 찾지 않고, 두 손을 쫙 펼쳐 핸들에 올려놓았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지 당황한 저를 더 당혹시킨 건, 사이드 미러로 비치는 경찰의 모습이었습니다. 차량 양쪽으로 두 명이 다가오는 두 경찰 다 손을 총기에 올려놓고 언제든 총을 꺼낼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단순한 교통법 위반이었는데도요. 아시아계 여성인 저로서는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일이었죠. 위반 티켓 말고는 별일 없이 지나갔지만, 놀람보다 분노가 더 컸던 저는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흑인 남성의 경우, 너무 많이 당하니까, 경찰에 잡혔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이런 얘기를 나눈다고 합니다. 경찰이 잡으면 무조건 반항하지 말고, 절대 주머니에 손을 넣어 운전 면허증을 찾으면 안 되고, 손은 핸들에 올린 채, 경찰에게 어느 쪽 주머니에 지갑이 들었는지를 말하고, 어떤 경우에도 손을 움직이면 안 된다고요. 이런 얘기를 이르면 초등학교 때부터 해야 한답니다.


2020년, 트럼프가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른 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국에서도 수많은 사망자를 쏟아내며, 동시에 아시안계 미국인들에 대한 인종혐오와 Hate Crime도 늘어났습니다. 뉴욕 브루클린에서는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간 한 아시안계 여성에게 얼굴과 몸에 염산을 뿌린 일도 있었죠. 저는 출장 중, 비행기에서 한 여자가 제 옆자리에 앉기를 거부한 사건도 있었어요.


그리고 오늘, 트럼프 지지자가 많은 뉴저지 외곽에 있는 살고 있는, 친구가 놀이터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말해주었습니다. 2살짜리 딸아이와 놀이터에서 마스크를 끼고 놀고 있는데, 한 백인 초등학생이 와서는 2살짜리에게, 영어로, "You are not supposed to wear a mask on the playground. (놀이터에서는 마스크 쓰는 거 아니야)" 라며 소리를 질렀는데, 아이가 아직 영어를 못 알아들으니, 다시 쫓아와서는 또 "Why are you wearing a mask on the playground? Don't wear it!"이라며 벗으라고 소리를 지르더랍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그 아이 부모는 보이지 않아서 "You are supposed to wear a mask everywhere (모든 곳에서 마스크 써야 하는 거야)"라고 말하고는, 딸아이와 애기중이었는데 이번엔 'What are you guys speaking? Are you speaking Chinese? (야, 너네 무슨 말하는 거야? 중국어야?)"라고 시비를 걸어오더랍니다. 그래서 "We are speaking in English, ok? (우리 영어로 얘기 중이거든?)" 대답하고 딸아이에게 한국어로 '가자!' 했더니만 "NO! You are speaking something else.(아니잖아, 너네 다른 말로 얘기하는 거잖아)”라고 해서 결국 놀이터를 나왔답니다. 부글 부글대는 마음으로 제게 문자가 왔습니다. 이럴 때 어떻게 받아쳐야 하느냐고.


처음에는 장난처럼 얄밉게 "That's right! Too bad you don't understand what I say haha (안 됐네, 내가 하는 말 못 알아들어서)" 골려주라고 웃으며 얘기했는데, 하루 종일, 어떻게 해결하는 게 최선이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건 영어만의 문제가 아니고, 잘못 갈등을 고조시켰다가는 총기 소지가 허용되는 미국에서는 자칫 위험한 상황으로 번질 수 있으니까요.


저는 변호사로서, 평소에 상대와의 갈등을 항상 안고 가야 하는 게 일상입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여러 방법으로 기선제압을 시도하기도 하고, 간을 보기도 하고, 맘 같아서는 확 엎어버리고 싶어도, 내 고객에게 가장 득이 되는 쪽으로 협상을 유도해야 하기 때문에 가끔 속에서 천불이 나기도 합니다.


놀이터에서 법률 협상까지 적용할 수 있는 우리의 대처법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1, 상대방과 통성명을 한다.


아마 이 조언이 의외라고 생각시는 분들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의외로 통성명을 하면 공격적인 톤이 가라앉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놀이터 사건에서 그 아이가 쫓아다니며 내 딸을 괴롭힐 때


"Hi, my name is ______. What's your name?"하고 화재를 일단 마스크에서 돌리고, 그다음부터는 그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얘기를 합니다. 이 때는 따지는 톤이 아니라, 정말 사람 좋은 옆집 아줌마 톤으로 물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매튜라면, "Matthew, nice to meet you. Do you come here often (반갑다, 너 여기 자주 오니)?" 라며 small talk를 나눕니다.


이거, 이외로 효과가 좋습니다. 저는 레스토랑에서 서버에게 공손히 부탁을 할 때도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2.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들어본다.


서로 원하는 것이 다른 갈등 구조 사이에, 상대방이 내 말을 들어주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보인다면 갈등이 누그러 집니다.


"Matt, why do you think we should not wear a mask on the playground? (매튜는 왜 놀이터에서 마스크를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해)?"


3. 내 생각에 대한 이유를 밝힌다.


이건 협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도 제가 사용한 방법인데요. 소송건 중에 제 고객 물건이 화재를 일으켰다는 증거는 없지만, 제 고객 납품회사 측에서 비즈니스 관계상 조금이라도 협상에 돈을 보태라고 요청이 왔습니다. 이때, "No"라고 하지 않고, 완곡하게 표현합니다. "Unfortunately, my client is not in a position to make the contribution toward the global settlement because A + B +C" 하고 이유를 들어줍니다. 그럼 상대방이 받아들이기에도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죠.


4. 나 말고 전문가의 의견으로 뒷받침해라.


다시 놀이터의 예로 돌아가 보면, "I know you may not be familiar with wearing masks, but doctors are asking people to do so because you can make other people sick if you don't.(어쩌면 네가 마스크 쓰는 것에 익숙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의사들 말이, 우리가 마스크 안 쓰면 다른 사람들을 아프게 할 수 있대." 내가 아니라, 전문가인 의사을 말을 따르는 것이다라고 내 행동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드는 것이죠.


위에서 말한 협상 예시에도 제가, "I"를 사용하지 않고 "my client"를 사용한 거 보이시죠. ‘내가 싫다는게 아니고, 고객이 싫다는걸 어쪄겠니’, 라는데 저한테 화내봤자 바뀔게 없잖아요.


5. 이해를 구한다는 표현


내가 너에게 부탁할게 라는 뉘앙스를 풍기며, 내 할 말 하는 겁니다. "I hope you understand that we are trying to protect ourselves and others."


협상에서도, "I hope you understand my client's position." 이런 식으로요.


그리고 쿨하게 돌아서며, "well, we will get going, but I hope to see you again!"하고 가는 겁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내 상대가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다면, 가능하면 핸드폰으로 동영상으로 기록을 남기세요. 그래야 무슨 일이 나더라고 목격자가 없더라도 기록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우리의 역차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면 더 좋겠어요. 얼마 전 한 고등학교 졸업 사진 촬영에서 얼굴을 까맣게 칠하고 아프리카의 장례문화를 코스프레한 것에 대해, 방송인 샘 오취리가 '불쾌하다'라고 말했다가 결국은 방송을 자진하차하기도 했죠. 반대로 다른 나라 사람이 동양인 흉내를 낸다며, 손으로 눈을 찢고 사진을 찍었다면 (실제로 그런 사진을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도 불쾌하지 않았을까요?

타국에서 힘들게 이민 생활 하시는 분들께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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