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시즌이다.
뉴욕의 연말은 따뜻한 분위기로 가득하지만
회사원에게 이 시기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일 년에 단 한 번.
커리어가 조용히 갈리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업무 성과는 기본이다.
그보다 더 결정적인 것은 매니저 머릿속에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어 있는가다.
그래서 이 시기만큼은
매니저가 사용하는 단어, 톤, 우선순위를
그 어느 때보다 예민하게 듣게 된다.
잘못 인식된 부분은
평가 직전 2주 안에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이걸 놓치면 오해는 ‘사실’이 되고
평가 문서에 그대로 기록된다.
1. 평가 시즌에 피해야 할 행동들
다인종, 수십 개 부서가 복잡하게 얽힌 글로벌 기업에서 작은 행동이 평가 점수에 크게 영향을 준다.
특히 아래 행동은
가장 빠르게 점수를 깎는 패턴이다.
평가 시즌에 피해야 할 행동들:
1. 상사와 커뮤니케이션을 줄인다 - 바쁠수록 더 자주 얼굴을 보여야 한다
2. 팀원·동료 뒷담화하기 - 언젠가 돌고 돌아 상사 귀에 들어간다
5년 전 북미 팀에서 일할 때, 직속 상사는 런던 오피스에 있고 매트릭스 보고 상사는 코스터리카 (Costa Rica)에 있었다.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동료들과 매니저에 대해 무심코 했던 얘기가 결국 둘 다에게 들어갔다
3. 지나친 겸손으로 성과를 축소한다 - "별거 아니에요" "할 일을 했을 뿐인데요.."라는 식의 겸손은 정말 별거 아닌 사람이 된다
4. 상사의 우선순위와 단어를 무시한다 - 상사가 중요시하는 것이 평가 기준이 된다
5. 회의에서 존재감이 없다 - 조용한 건 좋지만, 안 보이면 기억되지 않는다
6. 불평·불만 등 부정적인 감정을 노출한다 - 평가 시즌에 가장 치명적인 낙인이다
7. 상사 한 명만 믿고 네트워크를 방치한다 - 평가는 여러 사람의 의견이 모여 결정된다
8. 승인 없는 돌발 행동(갑작스러운 휴가·결근) - "중요한 순간에 없던 사람"으로 기억된다
9. 확실하지 않은 정보를 공유한다 - 신뢰도가 떨어지면 평가도 떨어진다
평가 시즌은
작은 신호 하나가 성적표에 박히는 시기다.
2. 왜 평가 2주 전이 중요한가
평가 직전 2주는 매니저가 가장 바쁜 시기다.
팀원들 평가서를 쓰고, 상위 매니저와 조율하고, 수십 명의 성과를 비교해야 한다.
이때 매니저 기억에 남는 건 짧고 명확한 메시지뿐이다.
1. 진행 중인 업무를 ‘한눈에 보이게’ 매주 짧은 업데이트 보내기
완료한 업무 - 구체적 성과
해결한 리스크 - 내가 어떻게 문제를 막았는지
내가 만든 임팩트 - 측정 가능한 결과
다음 주 우선순위 - 무엇에 집중할 것인지
매니저가 “정리 잘 되어 있다”라고 느끼면 평가 무게는 크게 달라진다.
2. 매니저가 자주 쓰는 단어를 내 업데이트에 반영하기
평가 시즌에는 매니저가 특정 단어를 반복한다.
예를 들어, ownership, risk mitigation, impact, visibility 등의 단어들을 그대로 내 업데이트에 반영한다.
매니저가 최근 회의에서 "visibility"를 강조했다면
내 보고서에 "프로젝트 진행 중입니다"가 아니라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주간 리포트로 visibility 확보하고 있습니다"
라고 쓴다.
매니저는 자연스럽게 “이 사람은 내가 원하는 기준으로 일하고 있다”라고 인식하게 된다.
이 기술은 생각보다 효과적이다.
3. 평가 점수는 상사 혼자 결정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놓치는 사실 하나.
평가는 보통 상사 한 명의 의견이 아니라
1년 동안 쌓인 관계의 평균값이다.
1. 협업 팀의 비공식 피드백
2. Skip Level (상사의 상사)의 판단
3. Cross Team 관찰
4. 프로젝트 리더들의 의견 등
그래서 레퍼런스 라인을 확보해 두는 게 중요하다
1. 협업 팀 1-2명
2. 내 성과의 임팩트를 본 사람 1-2명
3. 내 상사와 연결되어 있는 Senior 1명 등
평가의 설득력은 이 사람들이 만들어 준다.
4. 오해는 시간이 지나면 ‘사실’이 된다
평가 시즌에 가장 위험한 것은
작은 오해가 교정되지 않은 채
그대로 굳어 버리는 순간이다.
나 역시 초반에
주저하다가 말할 타이밍을 놓친 적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그 오해는 그대로 평가표에 적힌다.
두려워하지 말고 바로잡아야 한다.
그게 일 년 내내 쌓아온 내 성과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그렇다면 언제 말해야 할까?
뉴욕 회사에서 함께 일한 매니저들의 스케줄은 인텐스 하다.
글로벌 팀에 있을 때 직속 상사는 런던 지사에 있는 호주인이었다. 뉴욕보다 5~6시간이 빠른 시차지만 뉴욕 비즈니스 마감 시간까지 문제 없이 일을 하고 도쿄 지사 아침 미팅까지 참석하는 사람이었다.
이런 매니저라면 타이밍 심리학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평가 2주 전 월요일 오전이 골든타임이다.
금요일 오후는 이미 주말 모드고, 화수목은 회의로 정신없다. 월요일 오전은 한 주를 계획하는 시간이라 이 때 중요한 보고를 한다거나 1:1 대화 요청을 하면 성공 확률이 높다.
5.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평가 시즌은,
‘내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느냐’를 다시 쓰는 시간이다.
이 시기만큼은
매니저가 보는 프레임 안에
내 성과, 임팩트, 언어를 정확히 맞추어야 한다.
평가는 완벽하게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패턴은 있다.
그 패턴을 이해하면 커리어가 갈리는 순간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