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라이킷 댓글 7 공유 1 브런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뉴욕스토리
by Kant Nov 09. 2017

뉴욕; 내 집마련

어렵지 않습니다

보증금을 선지급해야 집 계약이 성사된다는 주인 말에 백만 원이라는 거금을 한국에서 Wire 송금 후 집주인과 연락이 두절되어 버렸다던가, 법상 부동산 중개자가 부과하는 수수료가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맨해튼에서 제일 먼지나고 혼잡한 버스 집결지에 위치한 거실 개조방을 소개받고 알선비 몇백만 원을 낸 유학생들, 룸메이트와 갈등으로 맞고소 중인 경우 등등을 자주 본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1년을 계약하고 들어갔지만 한 달 후 집주인이 아파트를 처분하기로 했다며.. 다시 짐을 꾸려 나와야 했던 날들, 월세를 살면서 매년 반복되는 건물주와 줄다리기식 협상... 심사숙고 끝에 250만 원 월세를 내느니 250만 원 대출금을 갚고 내 집을 소유하는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


맨해튼 브루클린 퀸즈 뉴저지 등 십여 년간 월세 생활을 했던 터라 부동산 용어,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다. 6개월 넘게 맨해튼 다운타운에서 업타운까지 부동산 관계자와 매물을 찾아 돌아다녔다. 한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일본인 중개사를 만났고 다정한 미국인 중개사 카리스마 넘치는 독일인 중개사를 만나 마음에 드는 맨해튼 아파트에 오퍼( Offer: 집을 사겠다는 공식 의사표현)를 넣었지만 몇억이라는 거금을 현금으로 내겠다는 경쟁자들에게 밀려 매번 실패를 맛보았다. 대부분 판매자들은 대출을 받아야 하는 나 보다 현금 구매자를 선호했고 경쟁이 ( bidding war) 치열해지면 몇천만 원 웃돈도 요구했다.


집을 구매하면서 한 가지 원칙이 있었다면 어떠한 경우에도 웃돈을 주면서까지 무리하게 집을 사서 하우스 푸어가 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연거푸 경쟁에 밀려 낙담해 있는 내게 중개사들은 개발이 시작되는 단계에 있는 신도시에서 집을 찾아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했고 몇몇 후보지 중 집 구매가 처음인 사람(First Time Home Buyer) 에게 다양한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저지시티로 눈을 돌렸다.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지역은 교통이 편리하고 대기업이 주도하는 개발이 시작되는 단계에 있었다.


신속한 거래를 위해 초보자가 갖추어할 3가지.


1) 예산을 정한다

다른 사람들 말에 흔들리지 말고 내가 생각하는 예산이 확고해야 한다. 6년 회사생활을 하며 모은 돈으로 집을 구매하려는 내가 쓸 수 있는 돈은 한정되어 있었다. 집 구매에 드는 총비용 (변호사비, 아파트 리모델링비, 각종 세금, 선지급 관리비, Closing Fee 등)을 파악하고 얼마만큼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은행과 확인한 뒤 예산에 맞는 아파트를 찾기 시작했다. 예산은 부동산 중개사들이 하는 첫 번째 질문이기도 하다.


2) 자신이 원하는 라이프 스타일 (교통, 문화생활 등)에 대해 미리 생각해 둔다.

월가에 위치한 회사로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다운타운으로 이어지는 교통편과 대중교통 근접성이 가장 중요했다. 자연재해가 흔한 미국에서 한 가지 교통편에 의존하기보다 여러 가지 옵션 (bus, ferry, subway etc.)이 있는 지역으로 가는 것이 현명하며, 집과 대중교통 (subway) 편이 걸어서 7분을 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음, 야밤에도 안심하고 걸어 다닐 수 있어야 하고 성폭력 전과자가 없는 지역을 원했다. 클럽이나 밤문화가 발달한 상업지역보다 조용한 거주 단지 (residential area)로 필수는 아니지만 옵션으로 미술관이나 트렌디한 커피숍에 가까운 매물을 우선시하겠다고 정했다.


3) 자신이 원하는 집 스타일을 정한다.

과거 맨해튼 Pre-war 빌딩에 살 때 소포 도난 사건이 자주 발생했다. 친구가 보낸 생일 선물 부모님이 보낸 집 냄새나는 음식 재료들을 잃어버린 기억이 많아 소포를 받아 챙겨줄 도어맨 (24 hour concierge service) 이 있는 아파트를 원했고 세탁시설이 아파트 안에 구비되어 있어 멀리 빨래방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는 시설을 원했다. 내게 도어맨 서비스와 세탁시설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 조건이었다. 하우스 개념의 집 (Single Family House) 보다 짐이 있는 아파트 (여기서는 Condo라고 일반적으로 지칭) 시설을 관심있게 보겠다고 정했다.


위 3가지를 명확히 한 뒤 지역을 잘 알고 있는 중국인 중개사를 소개받아 3개월간 매물을 찾아다녔다.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몇 년간 공급 부족을 겪고 있는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20개 정도의 아파트를 봤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집을 찾지 못했다. 내 예산이 적은 것도 한몫을 했다. 포기하려던 찰나에 지하철 7분 거리에 미술관 옆 로프트 (Loft) 스타일 아파트가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이 들렸다. 젊은 회사원들이 많이 살고 있는 이 아파트 단지는 입주룰이 엄격하지 않고 대출을 받아야 하는 사람도 비선호하지 않는다고 했다.  


Offer를 넣었다. 


한 달 넘게 구매자를 찾고 있던 판매자는 신속하게 내 오퍼를 승인했다. 다음날, 부동산 전문 변호사를 선임해 계약서에 서명한 뒤 변호사 지시에 따라 은행 대출을 받기 위한 절차를 시작했다. 5개 대형은행을 방문해 대출 이자를 확인한 후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은행을 선택해 대출을 받았다. 이때 알아야 할 것은 주거래 은행이라고 해서 내게 가장 좋은 대출 조건을 주는것은 아니다 라는 것 --- 여러 은행을 방문해 내가 직접 그들의 대출 조건을 심사하고 수수료를 협상해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은행을 선택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그리고 아파트 검사 (Inspection)를 실시했다. 시설 검사는 선택사항이지만 혹시나를 대비해 진행하기로 했다. 아니다 다를까 주방 캐비닛 등 10가지 정도 고쳐야 할 것들이 확인되었다. 변호사를 통해 판매자와 협상에 들어갔고 긴 실랑이 없이 모두 고쳐 주겠다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소유권을 넘겨주기 전 진행하는 마지막 검사를 Final Walk-through 라고 부른다. 모든 검사를 순조롭게 마치고 변호사 사무실에서 몇 백장의 계약서에 사인한 후 아파트 키를 받았다. 그렇게 3개월에 걸친 내 집 마련이 성사되었다.  


내방 창문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




2018-2020년 예기되고 있는 금융 위기를 앞두고 큰 지출을 감행했으니 정말 하우스 푸어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크다. 100세 시대를 앞두고 그나마 있던 저축액을 다 써버렸으니 주위 지인들은 합리적이지 못한 투자였다고 한다. 젊을 때 여행이라도 한번 더 하라는 어른들의 말씀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하지만 나는 지금 정말 행복하다. 미술관옆 나만의 작은 로프트가 생겼다. 따뜻한 원목빛 바닥에 누워 4미터 넘는 하얀 천장을 올려다 보면 이 순간만은 더이상 원하는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내 집 마련이란 것은 --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이루기 어렵지 않은 목표였다.




I am happy now




keyword
magazine 뉴욕스토리
뉴욕 스토리
댓글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서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