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노[木野],

일본 책

by 우사기

#215

이 책의 시작은 분명 [드라이브 마이카]였다. 그러나 이 책에서 나올 땐 [키노木野]로 가득 차버렸다. 상처받은 남자 키노가 아오야마의 네즈 미술관 뒷골목에서 자그마한 바, [키노]를 열며 펼쳐지는 잔잔한 이야기가 긴 여운으로 남아 한동안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 때 심장 깊숙이 파고들던 그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아팠다는 말만으로는 뭔가 부족하고, 공감한다고만 하기엔 너무 깊다. 나는 책을 덮은 후에도 그곳에서 함께 존재하는 것처럼 좀처럼 그 세계에서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지금이라도 네즈 미술관 뒷길을 찾아가면 왠지 [키노]가 그대로 존재할 것 같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빌리 홀리데이의 오래된 재즈를 틀어주는 키노와 구석 자리에서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또 다른 남자가 있을 것만 같았다.

[무라키미 하루키 라이브러리]를 처음 갔던 날 [여자 없는 남자들]의 단행본과 처음 마주쳤다. 제목을 보기 전에 표지 그림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어디에선가 본 듯한 눈에 익숙한 풍경에 나도 모르게 발이 멈췄는데, 제목을 보고는 순간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한동안 빠져나오지 못했던 그곳, 바로 [키노]였다. 이 책의 단행본 표지와 문고본의 표지가 달라서 문고본으로 먼저 접한 나는 단행본의 표지를 보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책에 실린 6편의 단편 중 [키노]가 표지 그림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내가 느꼈던 그 진하고 묘한 감정을 더 꽉 붙잡아 주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도저히 단행본을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실 턴테이블을 사야겠다는 것도 오래된 재즈를 들어야겠다는 것도 시작은 모두 [키노]였다. 나는 [키노]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아주 천천히. 어디에서 마음을 뺏긴 것인지 하나하나 되짚어가며. 책을 다 읽고 났을 땐 처음 읽었을 그때처럼 다시 눈가가 시큰했다. 나는 아마도 오랫동안 [키노]를 떠나보내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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