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아늑하게,
#그릇장
자그마한 그릇장을 데려와
내 방 베란다 한 편에 놓았다.
그릇장 앞에는 스툴을 놓고
가끔 모닝커피 테이블로도 사용한다.
#청소
이름이 엣지라고 했나...
조용히 묵묵히 맡은 일에 충실한 아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수납장
일본 거실 수납장 중 하나가
오후 햇살이 화사한
주방 뒤편 다용도실에 자리를 잡았다.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한 커다란 쟁반은
수납장 위에 언제까지 있을지 모르겠다.
#서랍수납
수납장 서랍은 여전하고
여전히 나는 서랍식 수납이 좋다.
그릇 정리를 끝내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짬짬이 천천히 정리를 이어가는 중이다.
#주방
확 트이지 않고
안쪽으로 살짝 숨어 있는
미로 같은 주방.
일본에서 가져온 수납장들을
곳곳에 더했더니
ㄱ자 같기도 하고 ㄷ자 같기도 하고
주방과 거실의 경계선도 모호하지만
실은 그래서 더 좋다.
#욕실
파리 벼룩시장에서 데려온 그림을
샤워부스 한편에 두고는
욕실을 건식으로 사용하겠다 선언했다.
그리고
낡은 하얀 테이블 위에는
오래된 향수들을 올려 두기로 했다.
#커피밀
커피밀을 샀다.
새 자리를 찾다 토끼를 밀어내고
시계와 밥솥 사이에 놓아 보았다.
3시 36분에.
#조명
거실 한 편에 조명을 방치한 게
어느새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언젠가는 제 자리를 찾아가겠지...
그래도
점점 아늑해져 가고 있다.
나와 엄마와 동생의 보금자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