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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사기 Aug 24. 2023

더위가 한 풀 꺾인 날에,

일상 기록,

낮잠 명목으로 틈틈이

나의 침대를 점령하던 엄마는

결국 엄마방의 돌침대를

일반 침대로 바꾸는 걸로

내방 출입을 끝냈다.

대신 요즘은 간간이

내가 엄마의 침대를 점령한다.

여름방학이면 늘 TV에서 해 주던

지부리 스튜디오 작품들을

엄마 침대에 누워 보고 있으면

기분이 묘해진다.


[오모이데 보로보로]를 보다

타에코 기분에 흠뻑 젖은 날에.

어쩌다 보니

여자 셋 공동생활이 되었고

지금의 생활에 큰 불편은 없지만

그래도 역시

혼자만의 닫힌 시간은 필요하다.

혼자만의 시간을

좀 더 깊게 만끽하고 싶어서,

또 그런 핑계로

나를 위한 선물을 샀다.

책상 한 편에 곱게 놓인

손바닥만 한 아이가

매일처럼 나의 기분을 올려준다.

아침에 눈을 뜨면

모닝커피와 함께 책장을 뒤적이던 일상은

눈을 뜨자마자 정신없이 주방으로 달려가

사과에서 샐러드 그리고

아침 식사를 챙기는 일상으로 바꿨다.

물론 엄마의.


부지런함과 게으름의 중간쯤 어느 날

전자레인지에서 밥을 찡하는 사이에.

그래서 나의 기상 시간과

나의 아침 시간은 꽤 긴 텀이 있다.


엄마는 아침잠을

동생은 출근을

나는 간단 아침 식사를.

그리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아침 시간이 점점 몸에 익어간다.

핫했는지

아직도 핫한 중인지 모르겠는

아사히 슈퍼드라이 나마조키칸으로

나도 가끔은 맥주 기분.


더위가 한 풀 꺾인 어느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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